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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6% 무모담 (無貌譚) : 사라진 얼굴들 / Chapter 6: 3-2화

Chapter 6: 3-2화

5시, 모두가 퇴근한 시간. 나는 낮 동안 배가 아파서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잔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남았다. 마침 삼촌도 외근으로 학교를 비웠기 때문에, 안심하고 ‘김주헌’에 대한 조사와 학교의 과거를 파헤쳐볼 수 있었다.

 

나는 행정실 깊숙한 곳에 있는 행정 서류 보관함에서 17년 전의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연도를 지정해 둔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교원 비리 의혹 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는 음악 교사 ‘김주헌’을 파직하고 교원 자격 박탈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라디오를 통해 들은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보고서와 관련된 다른 자료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다. 애매한 증거들이야 차고 넘쳤지만, 얼마든지 조작할 가능성이 큰 것들을 제외한 ‘결정적 증거’가 부족했다.

 

학교 내부에서도, 어쩌면 교육청에서도 김주헌의 억울함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던 게 아닐까. 만약, 김주헌이 저지른 일을 다른 누군가- 혹은 집단이- 저지른 거라면. 그러면 김주헌 한 명이 사라지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그러자 문득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막 7급이 되어서 승진하려면 시간이 더 지나거나 큰 실적이 필요했던 삼촌은 이례적인 승진을 했다. 남들보다 더 빨리 6급 주무관이 된 것이다. 김주헌이 해임된 그해에.

 

그때 무언가가 기억났다. 너무 사소했던 일상 하나가. 그 당시, 집에서 삼촌이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을 때, 나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와 삼촌의 휴대전화가 진동했고, 내가 삼촌 대신 전화를 받으려 할 때,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그 뒤로 도착한 문자 하나.

 

너지. USB 가져간 거.’

 

USB를 언급하기에 일 이야기인가 싶어서 삼촌의 휴대전화를 내려두고, 욕실에서 나온 삼촌에게 ‘아까 전화왔었는데 대신 받기 전에 끊겼다’고만 전했다. 그때는 그 말을 들은 삼촌의 표정이 잠깐 굳어지고 바로 휴대전화를 확인하러 가기에, 나는 학교에서 온 연락이라 싫은 걸로만 생각하고 다시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렸었다. 퇴근 후 직장에서 온 연락은 직장인 중 어느 누구도 받기 싫은 전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이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이 김주헌이었다. ‘그것’은 김주헌 씨였고, ‘그’는 삼촌이었다. 손이 덜덜 떨렸지만, 서류를 가방에 넣은 뒤 천천히 삼촌의 자리로 향했다. 행정실의 최고 책임자인 삼촌은 모든 폴더를 열람할 권한이 있었다. 마우스를 쥐고, 컴퓨터가 로딩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내 안에서는 두 가지 마음이 격렬하게 뒤엉켰다. 행정실장이 된 삼촌이 그 대가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설마 그 삼촌이, 라는 망설임. 하지만 어느 쪽이든 컴퓨터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로딩이 끝난 순간, 갑자기 어떤 소리가 주의를 끌었다. 드르륵, 탁. 문이 열리는 소리. 내 자리로 돌아올 겨를도 없이 누군가 행정실 안으로 들어왔다. 커피를 든 삼촌이었다.

 

“윤 주무관 말로는 네가 야근한다길래... 커피라도 가져다주려고 왔는데.”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출장이 아니어서 오늘 안에 돌아올 줄은 알았지만, 적어도 한 시간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삼촌이 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 나는 당황한 나머지 정말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커, 컴퓨터가 멋대로 켜지더라고요. 대.. 대신 꺼 드리려고 하다가... 마침 딱 오셨네요.”

 

망했다. 어떻게 해도 이런 변명을, 삼촌처럼 철두철미한 사람이 믿을 리 없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삼촌은 내가 뭔가를 숨기려 한다는 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엉거주춤한 자세에, 말은 더듬고, 시선까지 피하고 있으니까.

 

일단 이 숨 막히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화장실이 급하다고 외친 뒤 도망치듯이 행정실을 빠져나왔다. 가장 안쪽 칸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근 뒤에야 참았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일렀다.

 

둔탁한 구둣발 소리. 우디 계열 향수의 잔향. 삼촌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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