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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 시스템 강호지존 / Chapter 9: 9화. 체면과 실적

Chapter 9: 9화. 체면과 실적

9화. 체면과 실적

“그러하다면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유씨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습니다. 허나 쾌활림은 이전부터 구획이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는 곳이라 각각의 규모 또한 엇비슷합니다. 서로의 위치를 이전한다 해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을뿐더러,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의 주인은 그만큼 비용을 대신하면 될 것입니다. 조금의 수고스러움을 이겨 낸다면 결과는 다들 예상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신의 확고한 어조에 상인들은 각자 머리를 굴렸다.

“어허! 뭣들 하는 게냐! 어서 차를 내오지 않고!”

나름 장사 좀 한다는 상인들을 불러 모아, 쥐락펴락하는 이신의 능력에 감탄하던 황병성이 서둘러 방도들에게 소리쳐 지시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하였으니 이곳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다.

* * *

“하! 분명 좋은 생각이지만 현실에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다들 심사숙고를 하고 있는데 돌연 냉소가 들려왔다. 황씨였다.

“저희 상인들은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자들입니다. 만일 그대로 하면 처음에는 손님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얼마안가 창덕성 역시 같은 수를 쓴다면 말짱 허사가 될 터입니다.”

황씨의 말에 다른 상인들도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우려는 일리가 있었다.

후릅.

차를 한 모금 마신 이신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모방할 수 없습니다. 창덕성은 각각의 상가 면적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장악성은 오래 전 관부가 구획을 나눴던 것이라 각 건물의 면적은 물론이고, 층수 또한 거의 동일합니다.

또한 창덕성(昌德城)은 천도 후, 중구난방으로 건물을 지어 올려 각 구획마다의 상권이 더욱 다릅니다. 심지어 관부 건물까지 섞여 있으니 아무리 따라 하고 싶어도 그리 하지는 못할 겁니다. 아마 거상들이나 주변의 몇 곳을 사들여 비슷하게 운영을 하겠지요. 허나 그리 할 수 있는 거상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신의 논리 정연한 설명에 상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모두 이신의 계산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음…….”

그러나 상인들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비응방에 1할의 몫을 떼 줘야 한다는 조건, 그것이 상인들의 결정을 머뭇거리게 하는 것이다.

“아주 잘 들었습니다만, 저희 순덕도방은 안 그래도 자금이 부족한 터라 아무래도 힘들겠습니다.”

잠깐 말이 없던 황씨(黃氏)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이신이 어리다고 얕잡아 보기는 했으나 그의 계획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할의 몫을 떼어주는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다. 이신에게 1할을 떼어준 것을 관부나 호삼이 알게 되면 또 다른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굳이 그것을 다 같이 할 필요는 없지. 몇몇 상인들과 의논해서 하면 그만인 것을.’

“황 주인장, 매사에 계산이 밝은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이신이 한숨을 내쉬곤 천천히 황씨에게 다가갔다.

“쿨럭!”

이신이 다가올수록 황씨는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허나 자신의 신분이 작은 주막이나 운영하는 자들과는 달랐기에 황급히 억지웃음을 보이며 물었다.

“무슨 말인지 통 못 알아먹겠네.”

“그렇습니까? 그럼 내 천천히 설명을 해드리지요.”

스릉.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신이 허리춤의 철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황씨의 오른손을 잡아채는 이신.

파앗!

“아악!”

황씨가 비명을 질렀다.

철검이 황씨의 피부를 스치며 주변으로 피가 튀었다.

갑작스런 이신의 행동에 주변의 상인들이 서둘러 뒷걸음질 쳤다.

“이…, 이러지 마시고 말로 하시죠.”

유씨가 서둘러 말렸지만, 그도 크게 놀란 터라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분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거절하면 밉보이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행동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매년 관부에서 그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조세가 천 냥이 넘어 가는데, 그런 그들에게 손을 쓰는 이신의 행동은 관부를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었고, 관부에서도 이신을 가만두지 않을 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신은 바닥에 엎어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황씨를 내려다보며 태연히 말했다.

“하! 이 소이신을 얼간이로 보셨나 봅니다. 네 놈은 내 계획대로 행하고 내 몫은 떼어주지 않을 생각이겠지. 그래, 거금을 만질 수 있게 되는데 그깟 푼돈이 그리 아까웠더냐?”

파앗!

이신은 전광석화처럼 다시 철검을 움직여 황씨의 반대 손에도 휘둘렀다.

“끄아악!”

다시 한 번 참혹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주위의 상인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황씨의 두 손은 깊게 흉이 질만큼 상처가 작지 않았다.

피를 철철 흘리는 황씨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이신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자 그 누구도 이신과 눈을 마주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도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다. 내가 계획을 내놓았고, 그걸로 돈을 벌어야 여러분이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실 텐데, 내가 국밥 한 그릇 대접받지 못해서야 쓰겠습니까? 받기만 하고 내어주지 않겠다면 직접 받아갈 수밖에요.”

이신은 황씨의 손을 발로 꾸욱 짓밟으며 못 박듯 말했다.

“제 계획에 동의하십니까?”

이신의 말에 장 내에 있던 모든 상인들이 분주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장 문권(文券:계약서)를 쓰고 화압(花押:수결(手決) 또는 서명(署名)을 이르는 말) 합시다.”

이신이 손을 흔들자 황병성이 황급히 문방사우를 들고 나타났다.

지분을 양도하겠다는 각서였다.

다들 겉으로는 아무 말 없이 문서에 서명을 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이신을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이신은 피 묻은 검을 황씨의 옷에 닦아내곤 황병성을 불렀다.

“형제들을 모두 들게 하라.”

그러자 수십 명이나 되는 비응방의 방도들이 모두 모였고, 대청을 가득 채운 수하들을 보며 이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호에서 방파 생활을 한다는 것은 더 좋은 가격에 자신의 명을 팔려 노력하는 것과 같다.”

이신은 철검으로 바닥에 엎어져있는 황씨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순덕도방의 황(黃) 가는 내가 이리 만들었다. 모두 똑똑히 보아라. 관부에 가서 황 가를 이리 만든 자가 자신이라고 자백하는 자에게 은자 삼백 냥을 내어주고, 그의 일가족을 나 소이신이 온전히 부양하겠다.”

이신의 말에 일순 방도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삼백 냥. 대부분 빈민가 출신이었던 그들에게는 평생 만져보지 못할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기에 그들의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맹렬한 충동을 느끼는 그들을 향해 이신이 불쏘시개를 더 얹어주었다.

“자백하러 간 자의 목숨은 내 필히 살릴 것이다. 허니 죽을 걱정은 붙들어 매고 삼 년만 잘 버티면 된다. 내 반드시 삼 년 내로 풀려나게 해주지. 그리고 삼 년 후 옥에서 나오면 필히 내 밑에 두고 쓸 것이다. 약조한다.”

그러자 스물 대여섯 먹음직한 사내 하나가 앞으로 나오며 크게 외쳤다.

“지가 하겠습니다요! 삼백 냥 은자면 울 엄니, 울 마누라, 자식들 평생 걱정 않고 먹고 지내지 않겠습니까. 지가 목숨을 팔겠습니다.”

“하하하하!”

사투리 섞인 그의 말투와 배포에 이신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목숨까지 걸 필요 없대도. 자수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집에 은자를 가져다주고, 좋은 송사(訟師)를 구해다 붙여주마. 이 약조를 지키지 못한다면 나 소이신은 상녕부를 떠나겠다.”

이신의 말에 방도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는 바로 몸을 돌려 대청을 떠났다.

그러자 상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신이 더욱 무섭게 느껴진 탓이었다.

관부의 입장에서도 비응방을 건드려 굳이 좋을 게 없었다. 때문에 그들이 상납금을 걷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체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신이 대타까지 구했으니 명분이 충분히 설 것이다.

“오늘은 그저 얼굴을 익히는 셈 치고 여러분을 오래 붙들어 두지 않겠습니다. 생각을 잘 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다들 억지웃음을 지으며 하나둘 대청을 빠져나갔다.

“다들 물러가고 병성이만 남거라. 황 주인장의 상처를 잘 봐주고.”

상인들이 떠나고 남은 방도들을 향해 이신이 말했다.

황씨를 치료하는 목적은 간단했다.

사람이 다친 것과 죽은 것은 분명 달랐다. 그것이 꽤나 유명한 상인이라면 더욱 그랬다.

잠시 후, 방도들마저 모두 나가자 황병성이 이신에게 다가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대형, 이런 방법을 생각하시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잔꾀에 불과하다.”

이신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진정한 권력자가 되면 이러한 자잘한 꾀를 쓸 필요도 없어지겠지.’

만일 이미 후천경 후기에 이른 비응방의 방주 사비응이었다면 당장 황씨를 죽였어도 관부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터였다. 또한 그것이 어떤 관부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병성아, 삼백 냥을 가져다 나 대신 벌을 받을 형제의 집에 가져다 주거라. 그리고 상녕부에서 가장 유명한 송사를 찾아 감형을 돕게 하고, 각 아문에도 연통을 넣어 삼 년 미만의 형기를 받아 내야 한다. 누구에게 뇌물을 줘야 할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어차피 앞으로도 왕래를 해야 할 대상들이니 아낌없이 쓰거라.”

“송사를 구하는 것은 열댓 냥이면 될 것입니다만, 아문 쪽은 천 냥은 더 들 텐데요?”

“천 냥 남짓이라니, 내 예상보다는 적구나.”

“저… 대형, 그런데 돈이 없습니다.”

황병성이 난처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유일한 재산이던 오백 냥은 호삼 어르신에게 드렸고, 이제 남은 것은 자잘한 은자뿐입니다.”

“순덕도방이 그리 큰데 그 황 가 놈의 가산이 십만은 못 되어도 족히 몇 만은 될 것이다. 그건 돈이 아니더냐?”

“황씨를 그리하신 것은 대신 사람을 보내 벌을 받게 하면 된다지만 순덕도방의 재물에 손댔다가는 분명 관부에서도 끼어들 것입니다.”

황병성이 깜짝 놀라 만류했다.

“은자 몇 만 냥을 먹고 배탈이 날 생각은 나도 없다. 순덕도방으로 가, 가산을 정리해오고 명단을 만들어 호삼 어르신에게 가져다 드려라. 내 뜻을 아실게다.”

“예!”

황병성이 반신반의하며 물러나려는데 이신이 또 분부했다.

“그곳에 가면 계강을 볼 것이나 놀랄 것 없다. 그냥 못 본 척 하거라.”

* * *

순의성 호삼의 저택.

호삼은 황병성이 들고 온 가산목록을 보고 말없이 웃고 있었고, 옆에 선 중년문사는 접선을 들고 꽤나 놀란 얼굴이었다.

“이 선생, 내 의붓아들이 하는 양이 어떠한가?”

호삼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접이식 부채인 ‘접선’을 촤륵 펼친 이 선생의 목소리가 좋지 못했다.

“독하고 잔인한데 머리가 있는 녀석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서고 물러설 때를 안 다는 것이고요.”

호삼이 여유롭게 말했다.

“맞아, 아무리 잔머리가 좋아도 물러설 때를 모르는 녀석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지. 기왕 이리 된 것, 순덕도방의 재물은 내가 거둬들여야겠군.”

“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남겨주시렵니까?”

“이천 냥 정도 주면 되겠지. 순덕도방의 부지와 함께.”

대충 말하는 듯싶었으나 호삼의 기분이 썩 좋아 보였다.

‘사람이야 이신이 처리했으니 놈의 은자도 이신이 수탈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호삼은 그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관부와 조율을 해주고, 어마어마한 양의 은자를 얻게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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