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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무모담 (無貌譚) : 사라진 얼굴들 / Chapter 1: 1화 : 뭔가가 자꾸만 없어지는 건...
무모담 (無貌譚) : 사라진 얼굴들 무모담 (無貌譚) : 사라진 얼굴들 original

무모담 (無貌譚) : 사라진 얼굴들

Autor: 없는사람

© WebNovel

Kapitel 1: 1화 : 뭔가가 자꾸만 없어지는 건...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사라진 건 과자였다. 하필이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탕비실 구석 바구니 속의 초코비스킷 한 봉지. 어제는 다섯 개였고, 오늘은 네 개였다. 온종일 사라진 물건들이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숫자를 세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

이른 오전, 교직원 탕비실 문을 열었다. 밤새 켜져 있던 가습기 때문에 공기가 축축했다. 그 안에서 설탕과 커피, 종이 냄새가 섞여 희미하게 떠돌았다. 나는 어김없이 과자 바구니를 들여다봤다. 비스킷이 네 개뿐이다.

‘어제 분명 다섯 개였는데….’

나는 휴대폰을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

 

[5월 17일 저녁/탕비실]

 | 비스킷 | 웨하스 | 쿠키 |

-----------------------------------------------------------

수량 | 5 | 7 | 8 |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다섯…. 없었다. 과자 바구니 주변을 다 뒤져봐도 마지막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틀어진 기분이었다. 작게 숨을 내쉬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숫자 세고 있어요?”

윤 주무관이 커피를 젓는 소리와 함께 들어왔다. 나는 과자 바구니를 쳐다본 채 대답했다.

“최근 들어 자꾸 개수가 안 맞는 것 같아서요.”

“그냥 ‘없는 사람’이 가져갔나 보지, 뭐.”

그가 커피를 마시며 무심하게 말했다.

“없는 사람….”

‘없는 사람’, 이 학교에서 근무하며 종종 들어본 괴담이었다. 그냥 학생들이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한참 동안 과자 바구니를 바라보았다.

 *

점심시간, 급식실은 소란스러웠다. 나는 급식판을 들고 줄을 섰다. 창밖엔 안개가 자욱했다. 앞에 선 수학 교사와 국어 교사가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휴, 날씨 좀 봐…. 칙칙해 죽겠어요. 국어 교사 요즘 계속 안개가 끼죠? 애들이 안개를 보고 자꾸 없는 사람 얘기만 하더라니까요.”

수학 교사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없는 사람이요?”

줄이 점점 줄어들고, 배식을 받는 중에도 대화를 이어나가는 두 교사.

“예전에 이 학교 터가 공동묘지였는데, 공사하기 전에 원래 있던 묘를 이장하기는 했대요. 그런데 딱 하나를 못 발견하고 그대로 덮어버렸다는 거예요.”

국어 교사가 주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는 척 반찬들을 담았다.

“그럼, 그 하나의 주인이 원한을 품고….”

수학 교사가 이제야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국어 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말했다.

“그래서 없는 사람이 된 거지. 공사하던 날이, 마침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게 꼈다네요.”

“혼자 있기 싫다고 막 다른 사람 데려가는 거 아니에요? 같이 없는 사람이 되려고.”

수학 교사의 겁먹은 목소리가 커질 때였다. 잘그락, 식판을 드는 소리가 울린다. 그 순간 식판을 드는 소리가 났다. 내 옆으로 승유가 섰다. 두 교사는 그녀를 보는 순간 말을 멈췄다. 짧은 침묵 후, 국어 교사가 웃었다.

“어서 먹고 일하러 가요. 우리도 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겠어요.”

승유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급식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

서류철을 덮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점심시간 이후의 학교는 언제나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 지나가면 ‘끼익’ 하고 소리를 냈지만, 이 시각에는 그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복도의 유리문을 통과하며 비품실 안으로 길게 들어왔다.

노트, 볼펜, 지우개를 세는 일은 내 업무가 아니었다. 단순한 취미일 뿐.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렇게 하나씩 숫자를 세다 보면 금방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하나가 없었다. 아니, 두 개였을지도 모른다. 눈치채기 어려운 차이. 그러나 나는 알아챘다. 문틈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비품을 정리하던 손끝에 묘한 감각이 남았다. 나는 서랍 속에서 구매 내역서를 꺼냈다. 줄마다 박힌 숫자들이 가지런히 적혀 있었다. 숫자는 항상 정직했다. 5개면 5개, 10개면 10개. 단 한 자릿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개수를 세보면 항상 다르다. 하나, 혹은 두 개. 손끝으로 볼펜을 세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시. 셋, 넷, 다섯…. 목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불빛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나는 시선을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

고개를 돌렸다. 문은 열려 있었다. 약간 벌어진 틈 사이로 복도의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바람에 종이 한 장이 들썩이며 ‘삭삭’ 소리를 냈다. 비품실은 넓지 않았다. 한 발짝만 내디뎌도 문까지 닿을 거리였다. 목덜미가 간질거렸다. 무언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문 앞에 서자 바람이 살짝 스쳤다. 문틈 사이로 ‘쉭쉭’ 하는 소리가 들어왔다.

“바람... 맞아?”

그 소리는 바람보다 일정했다. 규칙적인 호흡처럼, 마치 누군가 내 바로 옆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멈췄다. 정적 속에서 내 심장 소리가 귀 안쪽을 때렸다. 두근, 두근, 두근.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문을 닫을까, 아니면 그대로 둘까.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의 감촉이 차가웠다. 살짝 밀자, 바람이 다시 한 번 안으로 밀려들었다. 그 바람에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A4용지 한 장이 바닥 위에서 천천히 뒤집혔다. 용지 한가운데에는 ‘비품 집계표’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글자를 읽는 순간, 누군가 귓가에서 속삭였다.

‘없는 사람 괴담 알아요?’

순간, 소름이 등에 스쳤다.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소리의 출처가 불분명했다. 문 쪽에서 들린 것 같기도, 내 뒤쪽에서 들린 것 같기도 했다.

“뭐야? 누구야?”

‘뭔가가 자꾸만 없어지는 건 없는 사람 탓이라는 거.’

두 번째 목소리. 국어 교사와 수학 교사. 점심때 식당에서 들었던 그 대화였다. 그들이 했던 말이 지금, 이 비품실 안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손등이 떨렸다. 서류가 쌓인 책상 모서리가 손끝에 닿았다. 차가운 감촉이 현실감을 겨우 붙잡아줬다.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하나는 왼쪽, 하나는 오른쪽 귀 가까이서 속삭였다.

‘온종일 안개 낀 날이면 없는 사람이 온대요.’

숨을 삼켰다. 나는 천천히 창문을 닫았다. 시야가 흔들렸다. 다시금 안개가 창문 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유리 표면에 손을 대보았다. 그때,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얼굴의 절반이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이목구비가 흐려지고, 마치 지우개로 문질러 놓은 것처럼 번져 있었다. 눈동자가 깜빡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유리 표면에는 손바닥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

오늘은 유난히 눈이 피로했다. 숫자를 세느라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방과후의 학교는 고요하다. 학생들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복도에는 커피 향과 먼지만 떠다닌다. 창문을 통해 기울어진 햇빛이 탕비실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그 빛 아래에서 나는 커피포트의 버튼을 눌렀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가 켜지고, 물이 데워지는 동안 공기가 천천히 끓기 시작했다. 잔업을 하기 전에 잠깐 정신을 붙들어둘 카페인이 필요했다.

커피포트에 손을 얹은 채 멍하니 서 있는데, 복도 쪽에서 ‘탁, 탁, 탁’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이 시간에 돌아다닐 사람이 없는데.”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규칙적으로,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컵이 손에서 흔들리며 커피 가루가 흩어졌다.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복도에 반사된 빛 사이로 그림자 하나가 문 앞까지 다가왔다.

쾅.

“아직도 안 갔어요?”

문이 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승유였다.

“아… 아, 너구나.”

내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아직도 퇴근 안 했어?”

승유는 나를 힐끗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방과후 수업 있잖아요.”

나는 괜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승유가 살짝 웃었다.

“커피 드시는구나.”

그 웃음이 짧게 흘렀다가 사라졌다. 나는 뭔가 더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음… 너도 커피 마시러 왔어?”

“네. 아까부터 계속 졸려서요.”

“그래, 카페인 없으면 버티기 힘들지. 나도… 오늘 좀 그랬어.”

나는 괜히 컵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비품 정리하다 보니까, 그게 또 일이 많더라고. 숫자 맞춰야 하고…”

“숫자요?”

“응, 요즘 자꾸 뭔가 사라져서. 과자도 그렇고, 볼펜도 그렇고…”

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어색해졌다. 내가 어물쩍거리는 동안, 승유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사라진다고요?”

“아니, 그냥. 뭐랄까, 하나씩? 누가 가져갔는지도 모르겠고.”

승유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커피잔을 들었다.

“사람들 다 퇴근했죠?”

“응. 오늘은 나 혼자야. 다들 일찍 가더라.”

승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용하겠네요.”

“조용하지. 너무 조용해서 좀….”

무섭더라. 뒷말은 집어삼켰다. 승유는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 대신 잔을 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움직임이 유난히 느렸다. 나는 그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손톱 밑에 미세한 잉크 자국이 묻어 있었다. 잉크 자국이 너무 짙게 묻어 있었다.

‘마치 볼펜심을 부러뜨렸을 때처럼….’

승유는 컵을 내려놓고, 어깨에 멘 가방을 고쳐 멨다. 가방이 불룩했다. 양손에도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무언가가 가득 차 있었다. 서류인가, 아니면 교재? 아니면…

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괜히 물어보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았다. 그 대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요즘 수업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지?”

“그냥 그래요.”

“근데 가방이 꽤 무겁겠다. 들고 다니기 힘들잖아.”

승유가 고개를 들었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승유는 짧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선배, 오늘 좀 피곤해 보이세요.”

“그런가?”

“네. 얼굴이 하얘요.”

승유는 잔을 싱크대에 툭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손에 들린 쇼핑백이 살짝 흔들렸다. 비닐 안쪽에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딱딱한 플라스틱 같은 소리. 볼펜? 아니면….

나는 커피포트의 버튼을 다시 눌렀다. 뜨거운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 사이로 승유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문이 열리고, 복도 바닥을 따라 낮은 슬리퍼 소리가 울렸다. 나는 컵을 내려놓고, 문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청바지에 교내 슬리퍼. 단정한데 어딘가 불길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따라 나섰다.

“그래, 그냥 잠깐 보는 거야. 그냥….”

복도의 공기가 바뀌어 있었다. 낮은 형광등 불빛 아래, 먼지가 흩날렸다. 승유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다 멈췄다. 나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여전히 복도에는 쇼핑백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숨을 죽였다. 승유는 행정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행정실 안쪽 불빛이 복도에 희미하게 번졌다.


AUTORENGEDANKEN
없는사람 없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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