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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신비의 제왕 / Chapter 1: 1화 새빨간
신비의 제왕 신비의 제왕 original

신비의 제왕

Autor: 커틀피쉬

© WebNovel

Kapitel 1: 1화 새빨간



1화 새빨간

아프다!

너무 아파!

머리가 너무나 아파!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로 가득한 기괴한 꿈에서 깨는 순간, 민석은 머리가 깨질 듯이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몽둥이로 후려친 듯한, 아니, 그보다는 예리하고 뾰족한 무언가로 관자놀이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다.

“으⋯⋯.”

민석은 자리에 일어나 앉고 싶었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보아하니 아직 잠에서 깬 것이 아니라 꿈속인 모양이군……. 완전히 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잠들어 있는 상태일지도 모르지.

낯설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석은 안간힘을 다해 정신을 집중하여 어둡고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반쯤 깨어있고 반쯤은 잠든 듯한 이때의 정신은 연기나 안개처럼 흐릿하여 아무리 애를 써도 도통 말을 듣질 않았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정신은 한 데 집중되지 않고, 주변으로 푸스스 흩어지는 일이 반복될 뿐 이었다.

이상하군. 이 한밤중에 어째서 갑자기 두통이…….

게다가 이렇게나 끔찍하게 아프다니!

혹시 머리를 다치기라도 한 건가?

젠장! 이렇게 창창한 나이에 급사하는 건가?

빨리 일어나야 해, 당장!

음, 아까만큼 아프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다만 머릿속에서 날이 잘 선 칼이 뇌를 자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빌어먹을, 더 이상은 안 되겠어.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하지?

출근은 무슨. 두통이 이렇게나 심한데, 당연히 휴가를 내야지! 사장이 뭐라든 내가 죽게 생겼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딱히 나쁘지는 않은 것 같군. 하하, 하루 종일 편하게 쉴 수 있겠는데?

계속되는 통증 속에서 천천히 힘을 긁어모은 민석은 간신히 눈을 떠 반쯤은 잠들어 있고, 반쯤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흐릿했던 눈앞의 광경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민석은 전방에 놓인 원목으로 만들어진 책상과 그 정중앙에 펼쳐진 노트를 발견했다.

종이는 거칠고 약간 누르스름한 색을 띄고 있었으며, 그 위에는 검은색의 기괴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노트 좌측, 책상의 가장자리에는 예닐곱 권 정도 되는 책이 가지런히 쌓여있었고, 오른쪽 벽에는 회백색의 관과 그 관에 연결된 벽등(壁燈)이 박혀 있었다.

고전적인 서양 스타일로 만들어진 등의 크기는 성인 머리의 반 정도 되는 크기였다. 그 안쪽은 투명한 유리로, 바깥쪽은 검은색 금속 격자로 장식되어 있었다.

꺼진 벽등의 아래쪽에는 검은색 잉크병이 옅은 붉은색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표면에는 흐릿한 천사 문양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잉크병 앞쪽, 그리고 노트의 오른편에는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형태의 짙은 색 만년필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펜촉에서는 미약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고, 펜의 뚜껑이 황동색 리볼버 옆에 놓여 있었다.

총? 리볼버? 민석은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낯설었다. 자신의 방과 이곳 사이에 닮은 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는 그제야 책상과 노트, 잉크병, 그리고 리볼버가 모두 새빨간 ‘베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모든 것은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그는 시선을 천천히 옮겨보았다.

검은색 ‘벨벳 장막’으로 덮인 하늘에는 새빨간 보름달이 떠올라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건⋯⋯. 민석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두 다리가 꼿꼿하게 세워지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다시 한 번 끔찍한 통증이 느껴지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말았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그의 엉덩이가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안착했다.

퍽!

통증은 크지 않았다. 민석은 손으로 책상을 짚고 다시 일어나 비틀거리며 자신이 자리한 곳을 둘러보았다.

방의 좌우 양쪽 벽에는 갈색 문이 하나씩 나 있었으며, 맞은편 벽에는 낮은 침대가 놓여있었다.

침대와 좌측 문 사이에는 장식장이 하나 있었다. 위쪽은 양문형으로, 아래쪽은 다섯 개의 서랍으로 이루어진 장식장이었다.

장식장의 가장자리, 성인의 머리가 닿을 법한 높이에는 마찬가지로 회백색의 관이 벽에 박혀 있었다. 그 관은 곳곳에 기어와 베어링이 노출된 기괴한 기계 장치와 연결되어 있었다.

책상과 가까운 오른쪽 벽 구석에는 석탄 아궁이 같은 것과 끓는 냄비, 솥 등의 주방 도구가 배치되어 있었다.

오른쪽 문 안쪽에는 두 갈래의 금이 간 큰 거울이 하나 놓여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거울의 받침을 장식한 무늬는 간단하면서도 소박했다.

민석은 거울에 비친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 갈색 눈동자, 리넨 셔츠, 호리호리한 체형, 평범한 생김새, 비교적 진한 얼굴의 윤곽⋯⋯

민석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마셨다. 말도 안 되는 온갖 추측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리볼버, 서양 고전 양식의 가구들, 그리고 지구에서의 달과는 전혀 달라 보이는 새빨간 달. 이 모든 것들이 설명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설마 타임슬립이라도 한 건가? 민석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웹소설을 보면서 타임슬립을 꿈 꾼 적이 있기는 했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니, 놀람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침착해, 침착하자.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 뒤에야 민석은 겨우 스스로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마음이 진정됨에 따라 어딘가에서 ‘자신의 것 같은’ 기억들이 툭툭 튀어나와 그의 머릿속에 느릿하게 펼쳐졌다.

클레인 모레티. 북쪽 대륙, 로엔 왕국, 아와 자치구, 팅겐 시 시민. 호이 대학 역사학과 출신⋯⋯.

황실 육군 상사였던 아버지는 남쪽 대륙 식민지에서 발발한 전투에서 전사. 그 위로금으로 클레인은 사립 문법학교에 들어가 공부할 기회를 얻고 대학 합격의 기초를 닦았다⋯⋯.

어머니는 흑야 여신의 신도로, 클레인이 호이 대학에 입학하던 그 해 사망⋯⋯.

형과 여동생이 한 명씩 있는데, 함께 두 개의 방이 딸린 아파트에서 생활⋯⋯

부귀하고 풍족한 가족은 아니었으며 그보다는 가난한 것에 가까운 집안 형편……. 현재 수입은 수출입 회사에서 문서 처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형에게서만 나오고 있다.

역사학과 졸업생인 클레인은 북쪽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왕국 언어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고 페이사크어와 고대 왕릉에서 자주 나타나며 제사, 기도와 관련된 헤르메스어에 능통했다.

헤르메스어? 민석은 손을 뻗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른 뒤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를 바라보았다. 누르스름한 종이 위에 적힌, 이전까지만 해도 기이하고 낯설게 느껴졌던 그 문자가 마치 한문처럼 술술 읽혔다.

하지만 그건 한자가 아니라 헤르메스어로 적힌 글이었다.

진한 잉크로 적힌 글의 뜻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나를 포함해서.」

허!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 민석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그 노트에 적힌 글과 멀어지려 했다.

주변의 공기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면서 귓가에서 들릴 듯 말 듯 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렸을 적 누군가가 해주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민석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모두 환각일 뿐이야. 그는 노트로부터 시선을 뗀 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보았다.

이때 그의 시선은 황동색 빛을 번득이는 리볼버에 닿아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돌연 의문점 하나가 떠올랐다.

“형편도 좋지 않다면서, 어디에서 이 총을 살 돈이 난 거지?”

민석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고민하던 그는 순간 책상 가장자리에 붉은색 손자국이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그 색은 새빨간 달로 인해 생겨난 붉은 빛보다 훨씬 더 또렷했다.

핏자국이었다.

“핏자국?”

민석은 고개를 숙여 방금 책상 가장자리를 짚었던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손바닥과 손가락에 피가 가득 묻어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리에서 내내 느껴지던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이전보다 약간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 고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머리를 부딪친 건 아니겠지?”

민석은 몸을 돌려 금이 간 거울로 향했다.

곧이어 그의 시야에 검은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학자 같은 외모의 청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게 지금의 나, 그러니까, 클레인 모레티라고?

그는 붉은 달빛에 의지해 곁눈으로 머리통 옆쪽을 살펴보았다.

그의 옆얼굴이 또렷하게 거울에 비쳤다. 그의 관자놀이에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약간 탄 흔적이 남은 상처의 가장자리와 그 주위를 흠뻑 물들인 피, 그리고 안쪽에서 느릿하게 꾸물럭거리고 있는 회백색의 뇌수가 그의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찼다.

탁! 탁! 탁!

거울에 비친 모습에 깜짝 놀란 민석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이렇게 심각하게 다친 사람이 어떻게 살아서 돌아다닐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방향을 틀어 반대편 옆얼굴을 살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멀리 떨어진 거울로 흐릿하게나마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상태로도 반대편 옆얼굴을 물들인 핏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민석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손을 뻗어 왼쪽 가슴팍에 손을 얹자, 심장이 격렬하게 쿵쾅쿵쾅 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를 만져보니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민석은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무릎이 잘 굽혀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된 거지?”

미간을 구긴 채 작게 중얼거리던 그는 다시금 관자놀이의 상처를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창밖의 붉은 달빛이 전보다 어두워져 상처를 살피기가 어려웠다.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민석은 고개를 돌려 책상 옆쪽의 벽에 박힌 회백색의 관과 금속 격자로 둘러싸인 벽등을 바라봤다.

그 등은 이 시대에 주로 쓰이는 가스등으로, 불빛이 안정적이라 조명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클레인 모레티의 가정 형편으로는 가스등은 커녕 유등도 사치였다.

촛불을 사용하는 것이 신분으로 보나 지위로 보나 적합했다. 하지만 그의 형 벤슨은 밤새 공부를 하며, 호이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동생을 위해 빚까지 내어 가스등을 설치해 주었다.

물론 글자를 아는데다가 몇 년 동안 일도 해온 벤슨은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못할 만큼 아둔하지 않았다.

그는 ‘가스관을 설치하여 아파트의 급을 올리는 것은 앞으로 임대료를 올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집주인을 설득해 기본적인 개조를 하게 했다. 그 후에 수출입 회사에서 일하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우대 혜택을 이용해 이전까지 저축한 돈으로 신형 가스등을 거의 원가만 주고 사오는데 성공했다.

가스등을 설치하기 위해 남에게 빌린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민석은 책상 앞으로 돌아가 가스 밸브를 열고 가스등의 스위치를 돌렸다.

타다닥, 뭔가가 맞부딪치며 불을 붙이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민석의 기대와는 달리 불이 한 번에 붙지 않았다.

타다닥! 스위치를 몇 번 더 돌렸지만 가스등은 여전히 밝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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