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고요?" 부시흠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모미연, 당신은 수천만에 사온 명화를 망쳐놓고서는 우리더러 고맙다고 하라니, 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당신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그녀는 수천만 원짜리 명화를 망쳐놓고서는 뻔뻔하게 그들에게 감사하라고 한다?
"당연히 당신 머리에 문제가 있죠." 구미연은 담담하게 그를 흘겨보았다.
"너..."
구미연은 유화를 바라보았다. 그 그림은 19세기 유럽의 유명 화가 프리안의 장미원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그림 속 장미는 화려했지만 안타깝게도 커피가 캔버스에 스며들어 전체 그림이 어둡게 변해 원래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수천만을 들여 위작을 사들인 것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뭐죠?"
"위작이라고?!" 부시흠은 그녀의 억지 주장을 듣고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림도 모르고 미술도 배우지 않은 네가, 진품과 가짜를 구별할 수 있다고?"
맹임나가 재빨리 덧붙였다. "이 그림은 공식 경매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전문가의 감정을 거친 거예요. 가짜일 리가 없어요."
이 그림은 그녀가 찾아낸 것이고, 그녀가 직접 나서서 경매에 참여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수천만을 들여 가짜 그림을 샀다고 말하다니, 죄를 피하려고 이런 거짓말까지 하는 것이다.
부한정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빛났다. "가짜라고 말한다면, 완벽한 설명이 있어야겠군."
구미연은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자신의 발견을 설명했다.
"프리안의 작품은 대부분 얇은 채색 기법을 사용해서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효과를 내고, 작품의 기운이 생동감 있죠. 이 그림은 모방을 잘했지만, 결코 프리안의 작품이 아니에요."
"내가 그림을 그렇게 오래 배웠는데, 왜 당신이 말하는 그것을 못 봤을까요?" 맹임나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아예 말했다.
"여러분이 아직도 믿지 않으신다면, 명종원 어르신께 감정을 부탁해 보세요. 그분은 프리안 작품 연구의 전문가이자 화국 미술협회 회장이시니, 그분의 안목이라면 이 그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하실 수 있을 거예요."
"흥, 정말 눈앞에 관이 놓여야만 믿겠네."
부시흠은 냉소했다. 그는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부씨 집안에 살게 된 것, 그는 반대하지 않았다.
평소 그의 형을 귀찮게 해도 그들은 그녀가 어리고 철이 없다고 생각해 문제 삼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명백히 그녀의 잘못인데도 이렇게 억지를 부리다니.
부씨 어르신은 부한정을 바라보고는, "정말로 그녀의 죄를 물으려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지. 명씨 어르신을 모셔오세요."
부한정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명씨 집안에 가서 명종원을 모셔와 현장에서 그림의 진위를 감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부시흠은 콧방귀를 뀌었다. "좋아, 명씨 어르신을 모셔와 감정받자. 감정 결과가 나오면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보자고."
"진짜라면, 피를 팔아서라도 보상해 드릴게요." 구미연이 말을 마치고 불순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가짜라면요?"
"가짜라면, 내가 너를 아버지라고 부르겠다." 부시흠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좋아요, 나중에 말 바꾸지만 마세요." 구미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씨 할머니께 말했다.
"부씨 할머니, 제 짐을 좀 정리하고 싶어요."
부씨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상, 그 그림이 진짜든 가짜든 한정이 더 이상 그녀가 여기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구미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모미연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정리를 마친 뒤 혼자 위층에 조용히 앉아, 이곳을 떠난 후 어떻게 앞으로의 길을 걸어갈지 생각했다.
한참이 지나자 부시흠이 위층으로 뛰어올라와 문을 두드렸다.
"모미연, 명씨 어르신이 오셨어. 이제 숨어봤자 소용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