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itel 9: 제9장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그는 그녀를 안고서 말했다. "미안해, 내가 늦었어."
그는 소씨 집안 사람들을 보며 마치 개미 떼를 보는 듯했다. "안심해라, 나는 소씨 집안 전체를 그녀의 부장품으로 삼겠다!"
이틀 후, 소씨 집안사람들은 죽은 자는 죽고, 미친 자는 미쳐버렸다.
그때, 그녀는 결심했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그녀는 반드시 모든 것을 다해 그의 은혜에 보답하리라.
심희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차가운 시선이 스쳐 지나가 그녀는 몸을 떨며 고개를 들어 남자의 깊고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의 눈은 매우 아름다웠다. 가늘고 긴 모양에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양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냉담하고 차가웠으며, 눈 깊은 곳에는 끝없는 황량함과 적막이 가득했다. 마치 어떤 파문도 일으키지 않는 죽은 물처럼 깊었다.
이 눈빛을 마주한 심희는 마치 끝없이 깊은 얼음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고, 온몸이 차갑고 굳어버렸다.
삶과 죽음을 초월한 듯한 그 강렬한 염세적 감정은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충격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컸다.
마치 이 세상에 그가 감정을 쏟을 만한 것도, 미련을 둘 만한 것도 없는 듯했다.
그는 살아있지만, 이미 죽은 사람 같았다.
여연은 담장 위에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놀란 듯, 보이던 반쯤의 머리를 휙 뒤로 감췄다.
한참 후에야 담장 너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오늘 막 이사 오신 거죠? 저는 이웃이에요." 심희가 갑자기 일어서며 황앙새처럼 맑고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시, 만약 그녀가 소씨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더라면, 혹은 단 한 번이라도 돌아왔더라면, 아마 그와 평생을 놓치지 않고 죽음 직전에야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훑어보았다.
석양이 지고, 따뜻한 주황빛 햇살이 소녀의 몸에 비췄다.
그녀는 붉은 옷을 입고, 양손으로 경건하게 빨간 작은 꽃화분을 들고 있었다.
꽃은 아름다웠다.
소녀는 꽃보다 더 예쁘게 빛났다.
이 순간,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던 자신의 마음이 조금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이사 선물이에요!" 심희는 꽃을 들고 밝고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이사 축하해요!"
여연의 눈빛은 변함없이 천년만년 동안 얼어붙은 얼음처럼 어떠한 파문도 일으키지 않았다.
"오빠, 제가 줄로 내려보낼 테니 받아주세요!" 심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 멋대로 화분을 바르게 놓고 조심스럽게 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보냈다.
여연은 소녀가 제멋대로 꽃을 내려보내는 것을 보고 휠체어를 앞으로 움직여 그 화분을 받아들었다.
작은 꽃들이 무리를 이루어 빽빽하게 피어 있었다. 붉은색으로, 마치 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웠다.
한겨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니, 꽃을 기르는 사람이 꽃을 정말 아끼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오빠, 저는 심희라고 해요. 오빠 이름은 뭐예요?" 심희는 내려보낸 줄을 다시 걷어 자신의 목에 둘러맸다.
여연은 대답하지 않고 손에 든 꽃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외부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탓일까.
혹은 그녀가 그의 소녀와 몇 분 닮았기 때문일까, 그는 이상하게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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