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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재벌애인 사용설명서 / Chapter 2: 2화. 바 안의 아이

Capítulo 2: 2화. 바 안의 아이

2화. 바 안의 아이

5년 후.

이든 호텔, 꼭대기 층의 아무도 없는 복도.

투자자와 함께 밤새 술을 마신 영서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술을 좀 깨려고 나온 영서를 따라 상희가 쫓아 나왔다. 예상치 못한 일에 영서는 남은 정신을 최대한 끌어 모아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한영서, 너 내일 있는 <천하> 여자 주인공 오디션 지원했어?”

“응, 왜?”

“안 돼, 못 가!”

내로라하는 유명 기획사에서 다들 기를 쓰고 배우를 넣으려고 하는 작품 오디션에 못 가게 막고 있는 유상희는 다름 아닌 영서의 매니저였다.

“왜?”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멋대로 지원해놓고 이유를 물어? 회사에서는 이미 새론이를 내정해뒀는데. 몰랐어?”

“그건 회사의 내정이랑은 상관없는 일 같은데.”

영서의 얼굴은 웃는 듯 아닌 듯, 묘한 기로에 서 있었다.

“한새론이 나한테 그러라고 시켰어? 설마 나처럼 눈에도 띄지 않는 무명 배우가 자기 롤 빼앗아 갈까봐 겁난대?”

“네가 새론이 역할을 빼앗을 수나 있을 것 같아? 아무튼 허튼짓 하지 마. 한씨 집안에서 이 영화에 무려 50억이나 투자했다고. 새론이는 이미 주인공 확정이야!”

“그런데 왜 그렇게 겁을 내?”

“넌 내가 담당하고 있는 배우야. 네 스케줄 관리는 내가 해.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야지!”

“하……. 언니도 내가 언니 담당 배우인 줄은 알고 있구나.”

“한영서. 너랑 입씨름할 시간 없어. 좋은 말 할 때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 거야. 괜히 나중에 내 탓 하지 말고!”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영서는 엄청난 힘이 자신을 떠미는 것을 느꼈다. 미처 대항할 틈도 없이 그녀는 옆쪽 창고로 밀어 넣어졌고, 곧 핸드폰도 빼앗기고 말았다. 이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이 닫혔다.

* * *

문밖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옅어졌다.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영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막막한 얼굴로 문가에 기대 미끄러지듯 앉았다.

회사에 막 들어왔을 때만 해도 신중하게 움직이며 기껏해야 상희를 통해 압박을 가하던 새론은 최근 들어서는 갈수록 공격적으로 굴고 있었다.

심지어 이렇게 질 낮은 수작까지 부리다니⋯⋯. 만약 이번에도 배역을 따내지 못한다면 당장이라도 스타라이트 엔터에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그때, 영서의 귓가에 미약한 소리가 들렸다.

‘쥐가 있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영서는 순간 흠칫 놀라고 말았다. 잔뜩 쌓인 상자 뒤쪽에 한 남자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는 깎아놓은 듯 예뻤고, 꼭 하얗고 말랑말랑한 찹쌀떡을 떠올리게 했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의 새카만 눈동자엔 경계심이 가득 어려 있었다. 그런데 호텔 창고에 어쩐 일로 아이가 있는 것일까?

“저기, 꼬마야. 넌 누구니? 여기에는 어떻게 들어왔어? 몰래 들어온 거니? 아니면 너도 갇힌 거야? 사탕 먹을래?”

한참을 물어도 아이는 아무 답이 없었다. 그저 겁먹은 작은 짐승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영서도 그만 말을 그쳤다. 어쨌든 저도 지금 이곳에 갇힌 형편이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한쪽 구석을 차지한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때, 머리 위에 매달려 있던 전구가 반짝 밝아졌다가 픽하고 꺼져버렸다. 그리고 어두워진 창고 안에서 가느다란 ‘다닥다닥’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치아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피식 웃던 영서가 꼬마가 있는 쪽을 향해 물었다.

“어두워서 무섭니?”

‘다닥다닥’ 하는 소리는 1초 정도 멈추었다가 전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참나, 겁이 어지간히 많은 녀석이네.’

영서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아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는 영서의 접근에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영서는 아랑곳 않고 아이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상희에게 끌려와 투자자들과 술을 진탕 마신 터라 머리가 지끈거린 탓에 영서는 곧 아이의 곁에서 눈을 감고 잠들었다.

* * *

잠시 후 한숨 자고 일어난 영서는 허벅지가 후끈거리는 느낌에 고개를 숙였다.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다리에 기대어 있는 아이가 보였다. 제 옷자락을 꼭 쥔 아이의 자그마한 손도.

영서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났다. 예전 시골에 살았을 당시 키웠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겁이 많고 사람을 굉장히 무서워해서 누구를 보기만 해도 도망가기 바빴던 고양이였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면 그제야 긴장을 풀고 슬금슬금 곁으로 다가오거나 심지어는 무릎 위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아이는 영서의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이 약간 붉어졌지만 전처럼 당황하거나 겁먹은 기색은 없었다.

커다란 눈동자에는 이제 호기심만이 잔뜩 일렁이고 있었다.

영서가 키웠던 고양이와 정말 비슷했다. 심지어 그 눈빛까지도.

영서는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아이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 손이 간질거릴 지경이었다.

결국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손을 뻗어 복슬복슬한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영서의 표정이 급변했다.

‘이마가 왜 이렇게 뜨겁지?’

“너 열나니?”

유상희는 적어도 내일 오디션이 끝나기 전까지는 창고의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까지 열나는 아이를 방치했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짐과 동시에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전구는 분명 망가졌는데, 왜 이렇게 밝지?’

고개를 들자 창고 천장 근처에 난 작은 창이 보였다. 그 창을 통해 별빛들이 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내 주위를 둘러본 영서가 한쪽에 놓여있던 사다리를 끌고 왔다.

“꼬마야, 이리 와. 내가 내보내 줄게!”

그 말에 아이는 처음으로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눈빛이 결연해보였다. 마음을 읽은 영서가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

“아주 의리 있는 꼬마구나. 나랑 같이 이 수난을 견디겠다는 거지? 올라가. 창문이 너무 작아서 나는 나갈 수가 없어. 네가 먼저 나가서 날 구할 사람을 불러오면 되잖아?”

그럼에도 아이가 망설이자, 영서는 아이를 안아서 사다리에 올렸다.

“얼른, 용감한 어린이는 망설이면 안 돼. 내가 아래쪽에서 받쳐줄게!”

가까스로 아이를 내보낸 영서는 순간 현기증을 느꼈고 발을 삐끗하면서 그대로 추락했다.

그 광경을 본 아이의 얼굴에 겁먹은 표정이 드러났다.

영서는 그런 아이를 향해 겨우 한 글자를 내뱉었다.

“가⋯⋯.”

별빛 아래 드러난 영서의 얼굴은 창백했으나, 그 아름다움만은 여전히 눈부셨다. 특히 검게 물든 눈동자 속엔 별들이 거니는 푸른 바다가 영롱히 일렁이고 있었다.

영서는 더 이상 그 옛날 순수하고 순진한 시골 아가씨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품은 한에 대한 복수도 못 했는데.

‘여기에서 이렇게 죽는 건가⋯⋯.’

영서가 쓰게 웃었다. 그래도 죽기 전에 저 아이는 살렸으니 다행이었다.

‘만약, 뱃속에 있던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저만했을 텐데⋯⋯.’

5년 전 있었던 그 교통사고 이후, 한씨 집안에서는 부끄럽다는 듯 영서를 미국으로 내쫓다시피 했다. 그리고 별 볼일 없는 대학에 진학시킨 후 영서의 생사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영서는 집안에서 보낸 학교를 퇴학한 뒤,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에 들어갔고 거의 미친 듯이 학업에 몰두했다.

한새론에게 복수한 뒤, 자신의 것이었던 그 모든 것을 되찾고 싶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꿈이었던 연기를 꼭 실현해 내고 싶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영서는 예쁜 얼굴과 탄탄한 연기력 덕분에 유상희의 눈에 들어 업계 최대 연예기획사인 스타라이트 엔터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후로는 평탄한 삶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한새론의 그늘은 여전히 질기고도 길었다.

저를 뒤따라 스타라이트에 들어온 새론은 상희를 매수해 끊임없이 자신을 압박해 왔다. 악몽은 아직 끝날 기미가 없었다.

* * *

같은 시각, 이든 호텔 회의실 분위기는 굉장히 무겁게 가라 앉아 있었다.

전전긍긍하며 한 줄로 서있는 호텔 사장, 매니저, 가드 및 각 담당 직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엄청난 재난을 맞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대유그룹 차기 총수인 유시혁의 아들이 이곳에서 실종되었기 때문이었다.

소파에 앉은 시혁에게선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 위엄에 짓눌려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정적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때, 그의 곁에 꿇어앉은 지훈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침묵을 깨트렸다.

“형,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우리 꼬맹이를 여기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는데! 우리 꼬맹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나도 못 살아!”

그러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훈은 가슴팍을 걷어차였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에 다른 이들 모두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벌벌 떨었다.

가슴팍을 움켜쥐며 거칠게 콜록거린 지훈은 얼른 다시 자세를 갖춰 꿇어앉았다.

두 형제의 부모님은 외국에 나가 휴가를 즐기고 계신 터라, 아이가 없어진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만약 그들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은 형한테 걷어차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예 살아남을 수도 없을 거란 걸 지훈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훈의 얼굴이 흙색으로 질려가던 그때, 누군가 회의실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문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호텔 사장이 문을 열었지만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갸웃거리던 고개가 문득 아래를 향했을 때, 사장의 눈이 튀어나올 듯 동그래졌다.

“도, 도련님!”

“도련님? 세상에! 우리 애기! 삼촌이 얼마나 놀랬는데!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다급히 일어난 지훈이 아이를 부서질 듯 꽉 끌어안고 감격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살았다는 듯 안심한 표정을 드러내었다.

이어, 시혁이 몇 걸음 만에 문가로 다가와 지훈을 내던져 버린 뒤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무슨 일 있었어?”

겨우 삼촌 지훈의 품 안에서 벗어난 아이가 시혁의 손을 잡더니 다급하게 바깥쪽으로 끌어당겼다.

시혁은 아이에게서 술 냄새와 더불어 나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다. 너무 짙어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향수 냄새가 아니라 들꽃처럼 상쾌한 냄새였다. 왠지 어딘가에서 맡아본 것 같았다. 향이 기억을 간지럽힌 탓에, 시혁의 심장이 가볍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시혁이 꼼짝 않고 서 있자, 아이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바깥을 가리켰다.

그러자 시혁은 아이를 안아 들고, 조그마한 손짓이 이끄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훈과 호텔 직원들은 분주히 시선을 교환하다가 그 뒤를 슬금슬금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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