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anata 3: 제3장 국민 남편 데려오기(3)

육근년은 교안호를 찢어발길 기세로, 이를 갈며 마지막 한마디를 던진 후, 갑자기 교안호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빼고는 그녀를 다시 쳐다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죽여버릴 거야... 교안호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얼굴이 살짝 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벽에 붙어 꼼짝도 하지 않다가 밖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꽉 다문 입술로 침을 삼키며 기력 없이 쪼그려 앉았고, 눈가에 맺힌 눈물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디 《길고 긴 세월》이란 드라마에 출연하기 위해 그의 침대에 올랐던가?

그저 《길고 긴 세월》에 출연하고 싶다는 것을 핑계로,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려 했을 뿐이었다.

그 속마음은 오직 그녀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바로, 그를 사랑한다는 것.

그렇다. 그를 사랑한다. 그녀는 몰래 그를 십삼 년 동안 사랑해왔다. 그에게 알릴 수도, 알려서도 안 되는 사랑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잘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어젯밤 그녀는 술을 좀 마신 것뿐인데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교안호가 육근년의 침대에 주도적으로 올라 그를 화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 후 교안호는 《길고 긴 세월》 제작팀의 전화를 받고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교안호는 자신의 역할이 육근년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길고 긴 세월》의 감독이 정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게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특별히 중요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있으나 마나한 조연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전에 연기했던 역할들에 비하면 몇 천 배는 더 좋은 역할이었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이 역할을 얻었기 때문에 교안호의 오디션은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이었고,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바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3일 후, 교안호는 제작팀에 합류하여 촬영을 시작했고, 육근년도 다음 날 로마로 날아가 자신의 새 영화를 촬영했다.

결혼한 지 두 달 된 두 사람은 하룻밤의 정사 후, 이렇게 각자의 길을 떠났다.

3개월 후.

3개월간의 촬영을 거쳐 《길고 긴 세월》 이 드라마는 경성 동교에서 제작팀이 빌린 30억 원짜리 별장에서 완벽하게 촬영을 마쳤다. 전체 제작팀이 환호성을 질렀고, 가장 기뻐한 것은 《길고 긴 세월》의 감독이었다. 그는 시원시원하게 전화로 경성 레스토랑 꼭대기층 홀을 통째로 예약해 전체 제작팀을 위한 종영 파티를 열었다.

《길고 긴 세월》의 촬영 종료 시간은 오후 3시였고, 제작팀은 소품을 정리하고 배우들은 분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에 종영 파티는 저녁 8시로 정해졌다.

최근까지 로마에 있던 육근년은 회사에 갑자기 작은 일이 생겨 촬영 틈틈이 이틀 간의 휴식 시간을 이용해 잠시 귀국했다.

시간이 촉박해 육근년은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풀 여유도 없이 북경 국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경영진이 이미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육근년은 물 한 모금 마시지도 못한 채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는 오후 3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되었다. 육근년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비서도 따라 들어왔다. "육 선생님, 오늘 밤 12시 로마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습니다. 그러면 로마에 도착해서 촬영까지 15시간 정도 쉴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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