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anata 5: [행정실을 선택]
행정실로 돌아가기로 한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며칠 사이에 별의별 일들을 겪다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게 진짜인지, 내 머릿속에서 좋을 대로 상상하는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일단은 업무를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자.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는 거야.’
문을 열고 다시 마주한 행정실은 점심시간 전에 본 풍경 그대로였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 제자리에 있는, 평범한 풍경.
‘역시, 지금은 아주 멀쩡하네. 전에 봤던 이상한 현상은... 내 착각이었던 게 틀림없어.’
속으로 안도하며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남들과 멀리 떨어진 한쪽 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삼촌과 윤 주무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요즘 들어 두 사람이 부쩍 가까워진 것 같았다.
삼촌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던 윤 주무관이 나를 발견하고서는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그처럼 나도 미소를 지어줄 수는 없었다. 윤 주무관의 입 양옆으로 작은 입 두 개가 더 자라나 있었기 때문이다. 윤 주무관이 ‘활짝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건, 저 입들이 멀리서 보면 꼭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한조 씨,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요? 오늘 급식 맛있었는데, 먹으러 오지도 않고.”
윤 주무관이 말할 때마다 세 개의 입술이 동시에 움직였다. 꿈틀거리는 입들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시선을 돌리면서, 나는 적당한 말로 둘러댔다.
“배, 배가 아파서, 그래서 점심을 건너뛰었거든요.”
급조한 변명이 먹혔는지, 윤 주무관이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윤 주무관님, 실장님이랑… 많이 친하신가 보네요?”
윤 주무관은 눈치를 살피다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삼촌과 나를 힐끗 번갈아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업무를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요. 실장님이 안목이 좋으시잖아요. 능력 있는 사람을 잘 알아보시더라고요.”
능력 있는 사람이라. 적어도 윤 주무관은 절대 삼촌 기준의 ‘능력자’ 반열에 들지 못할 것이다. 종종 삼촌이 그의 업무 효율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던 기억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땐 그랬어도, 지금 삼촌이 윤 주무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건 맞았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겠지. 분명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알려주고자 했던 것도 이 일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급하게 배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저, 배가 너무 아파서... 보건실에 좀......”
“괜찮아요? 어서 가봐요, 어서.”
이제는 코가 둘, 입이 셋이 된 윤 주무관을 뒤로하고 보건실에 가는 척 행정실을 나온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라디오는 분명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송출했었다. 그러니 그곳에 단서가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실마리라도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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