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원 정실 문 앞에 많은 여종들이 서 있었다.
방 안에서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는지, 하인들은 모두 밖으로 쫓겨난 것 같았다.
기청윤이 가까이 다가가자 춘혜가 급히 맞이하러 내려왔다. "청윤 아씨, 마님께서 아씨와 아기씨가 오시면 바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춘혜가 문을 몇 번 두드리자 한참 후에야 교씨가 대답했다. "들어오너라."
창가의 평상 위에, 교씨와 고개를 숙인 한 여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기청윤은 주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어린 소녀는 어른들 흉내를 내며 달콤하게 말했다. "외할머니."
그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금옥관을 쓰고 자미꽃 비단옷을 입은 모습이 한눈에 봐도 기품이 넘쳤지만, 코끝과 눈가가 붉어서 방금 울었던 사람이 바로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바로 큰집의 적장녀인 기청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