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끝났다.
"지은아, 돌아올 거니?"
맹연초의 목소리였다.
"마미..."
하지은이 급히 휴대폰을 가로채 전화를 끊었다.
육준심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들었다.
전화 속에서 누군가 마미라고 부르는 소리를.
그의 시선이 곧장 하지은에게 꽂혔고, 깊은 눈동자가 위험하게 가늘어지며 긴장한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의 마음속에 의심이 순간적으로 피어났다.
"마미? 너를 부른 거야?"
하지은은 휴대폰을 꽉 쥐고 떨리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건 내 친구의 아이야. 내 친구를 부르는 거였어."
"친구의 아이라." 육준심이 차갑게 이 몇 마디를 씹어 뱉었다. "그럼 왜 긴장하는데?"
"네 어느 눈으로 봤길래 내가 긴장했다는 거야?"
"흥."
육준심이 냉소를 지었다. 비록 하지은이 자신의 기색과 표정을 잘 통제했지만, 그녀의 눈빛과 행동이 그녀를 배신했다.
"너 거짓말하고 있어, 하지은. 네가 거짓말할 때 눈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아?"
"육준심, 지금 나를 심문하는 거야?"
"그래, 난 지금 널 심문하고 있어. 궁금해, 당시 너는 일곱 달 된 뱃속 아이를 낙태하러 병원에 갔는데, 도대체 어느 의사가 낙태를 허락했을까? 아니면 그 아이를 낙태하지 않고, Y국에서 출산해 Y국에서 키우고 있는 거 아냐? 방금 마미라고 부른 그 아이가 당시의 그 아이 아닐까?"
육준심이 제기한 모든 의문은 하지은을 심장이 쿵쾅거리게 했다.
왜냐하면 그의 추측이 모두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은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진지하게 육준심의 눈을 바라봤다. "아니야. 당시의 아이는 이미 낙태했어. 뭘 의심하는 거야? 내가 네 아이를 지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육준심은 사실 계속해서 하지은이 정말로 아이를 낙태했는지 의심해왔다.
결국 당시 아이는 이미 일곱 달이나 됐고, 한 달여 후면 출산할 참이었다.
그녀가 정말 아이를 낙태할 마음이 있었을까?
게다가 그렇게 큰 아이는 보통 병원에서 낙태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원래부터 의심했지만, 하지은에 대한 조사 결과 그녀가 이 몇 년간 줄곧 혼자 살아온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의심을 조금 거뒀다. 하지만 방금 전 통화로 다시 의문이 생겼다.
서진.
마미.
육준심은 생각할수록 아마 당시 그녀가 아이를 낙태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전화를 다시 걸어 증명해봐."
하지은의 다섯 손가락이 꽉 조여졌다.
"못하겠어? 내 추측이 맞았나?"
하지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육준심의 눈빛이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며 눈동자에는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전화를 걸지 않으면 육준심의 의심이 맞다고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하지은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좋아, 의심하는 거지? 내가 걸게."
휴대폰을 열고 하지은이 전화를 걸었다.
육준심은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에서 단서를 찾아내려는 듯했다.
전화는 곧 연결됐고, 조용한 차 안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지은아, 왜 아직 안 와? 서진이가 기다리다 지쳤어."
하지은의 심장이 갑자기 조여들었다.
"지은 이모, 빨리 와요. 저랑 마미가 기다리고 있어요."
육준심은 입술을 꽉 깨물며 듣고 있었다. 방금 전 그 아이의 목소리였다.
하지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하고 말했다. "서진아 미안해, 지은 이모가 이쪽에 일이 좀 있어서 오늘 밤엔 너랑 놀아주지 못할 것 같아."
"왜요? 지은 이모는 분명히 오늘 와서 저랑 놀아준다고 약속했잖아요."
"이모가 이쪽에서 일이 좀 생겨서 처리해야 해."
"무슨 일이에요?"
맹연초도 물었다. "지은아,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도움이 필요해?"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럼 알겠어요. 그럼 지은 이모는 언제 와서 저랑 놀아줄 거예요?"
"이틀 후에, 이모가 이틀 후에 너랑 놀아줄게."
"네, 이모 안녕히 가세요."
"안녕." 하지은이 전화를 끊었다.
육준심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화 속의 아이가 하지은을 이모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방금 그 마미라는 호칭은 전화 저편의 여자를 부른 것이었다. 혹시 자신이 잘못 의심한 걸까?
하지은은 휴대폰을 들고 마음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육준심을 바라봤다. "네가 아직도 의심한다면 직접 조사해봐."
육준심은 말이 없었고, 하지은은 그의 갑자기 차가워진 기운을 느꼈다.
하지은은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들의 호흡이 잘 맞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밤 육준심에게 들통날 뻔했다.
한편, 세 꼬마와 맹연초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은이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고, 전화를 받고도 말이 없다가 갑자기 전화를 끊은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받았을 때 맹연초는 조심스럽게 먼저 한마디 시험해 봤다.
예상대로 정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마미, 서희는 마미를 걱정해요. 마미가 나쁜 아빠한테 잡혀간 건가요?"
맹연초의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했다. 분명히 하지은은 육준심을 만났을 때만 아이들의 정체를 숨긴다.
그러니 하지은은 지금 육준심의 손에 있을 것이다.
"나 마미 구하러 갈래." 서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가려 했다.
"나도 갈래." 서희도 바로 따라나섰다. 작은 아이가 기세등등했다.
맹연초가 한 손에 하나씩 두 아이를 붙잡았다. "어디 가? 너희는 어디도 갈 수 없어. 너희 마미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너희가 발견되는 거야. 너희가 달려가서 들키고 싶은 거야?"
"하지만 마미가 나쁜 아빠한테 끌려갔어요. 마미가 위험해요." 서희가 조급해했다.
"이모를 믿어, 너희 마미는 지금 위험하지 않아. 육준심이 너희 마미에게 무슨 짓을 할 리 없어. 너희만 육준심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그녀는 안심할 수 있어."
"하지만 서희는 마미가 걱정돼요." 서희의 눈이 빨개지더니 곧 울 것 같았다.
맹연초가 재빨리 달랬다. "울지 마 서희야. 서희야, 너희 마미가 방금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녀는 분명히,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야. 우선 오빠들이랑 얌전히 이모 집에 있자, 알겠지?"
"하지만 마미는..."
서년이 다가와 서희를 안았다. "서희야 착하지. 우리 마미 말씀 듣고 얌전히 이모 집에 있자. 안 그러면 마미가 걱정하실 거야. 마미가 걱정하게 하고 싶어?"
"서희는 싫어요."
"그러니까 서희는 착해야지."
서희가 눈을 빨갛게 한 채 그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눈물을 닦았다. "네, 서희가 제일 착해요."
서년이 서진을 바라봤다. "서진아?"
서진도 할 수 없이 풀이 죽어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았다. "서진이도 착해요."
서진이와 서희가 설득되자, 지금으로서 맹연초는 이 세 아이를 돌봐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짊어지고 있어 하지은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우선 그들을 방으로 데려가 재우기로 했다.
세 꼬마는 그녀에게 골칫거리를 만들지 않고 특별히 사리 분별력 있게 자신의 작은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맹연초는 마음속으로 안도하며 조용히 그들 방문을 닫고 휴대폰을 꺼내 하지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하지은의 전화는 이미 연결되지 않았다.
맹연초는 마음이 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하지은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아이들이 발견되는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 세 아이를 잘 돌보는 것이었다.
맹연초는 거실 불을 끄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30분 후.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이 조용했다.
한 작은 그림자가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와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대문을 열었다.
작은 그림자가 문틈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조용히 문을 닫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고, 작은 아이는 안도하며 손전등을 켰다.
앞에 있던 두 그림자가 갑자기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