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itre 5: 질풍러너 어쌔신
질풍러너 어쌔신
제5화
5화. 인어의 진주
이제 레벨이 2가 됐고 경험치는 21%가 채워져 있었다. 우현이 바위틈에서 빠져 나와 들소 킹의 시체로 다가가자 5골드와 날카롭게 빛나는 단검이 보였다.
소뿔로 만들어진 단검 : 실버급, 속성 - 감정되지 않음
실버급! 우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장비의 등급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넘-다크골드-전설
실버급만 돼도 희소한 축에 속하며 기본 스펙이 좋을뿐더러 실버급부터는 추가 능력치가 달려 있기 때문에 가격도 비쌌다.
우현은 얼른 단검을 배낭에 넣고 마을로 돌아와 바로 감정사부터 찾았다. 감정사는 눈빛이 맑고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었다.
“젊은이, 어떤 물건을 감정하려고 하는가?”
“이 단검입니다.”
“감정 비용은 10골드일세.”
우현은 잠시 생각했다. 아이템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 감정을 받는 것이지만, 감정사가 얼마를 부르는 지만 봐도 대강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감정사는 아이템 가치의 5%가량을 감정 비용으로 받는다. 10골드를 내라는 말은 이 단검이 최소 200골드의 값어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우현은 망설임 없이 10골드를 꺼내 단검을 맡겼다.
감정사가 손을 대자 단검이 빛을 내뿜었다. 곧 아이템 정보가 떴다.
소뿔 단검(실버급) : 레벨 5 이상 사용 가능
아이템 정보 : 공격력 16-19, 힘+5
공격속도 : 2.3
무게 : 1kg
직업 제한 : 어쌔신
세력 제한 : 없음
이 단검은 보통의 5레벨 단검보다 공격력이 높았고 추가로 힘을 높여준다. 막 게임을 시작한 초보자에게 이보다 좋은 아이템은 없을 것이다.
장비 감정을 마친 후 우현은 밖으로 나와 스킬창을 보았다. 현재 보유한 스킬은 두 가지다.
잠행, 급소공격
어쌔신으로서 강해지려면 스킬이 우선으로, 어쌔신은 장비를 잘 갖추는 것보다 어떤 스킬을 익혔는가가 더 중요하다.
‘초급 스킬북을 어디서 구할 수 있었지?’
어쌔신은 약제학과 봉합, 둘 중 하나의 스킬은 무조건 익혀야 했다. 약제학을 익히면 각종 포션과 약제를 제작할 수 있고 봉합 스킬을 배우면 전투가 끝난 뒤, 빠르게 HP(생명력)를 회복할 수 있었다.
봉합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곳을 기억해낸 우현은 우선 약국으로 가서 2골드로 수중호흡약을 두 개 사고는 근처 호수로 향했다.
유저들이 레벨 2, 3을 넘기면서 슬슬 파티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전사, 성기사 등이 탱킹을 하면 마법사가 뒤에서 딜을 넣는데 어떤 파티에는 프리스트도 있었다. 프리스트는 당장 치유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대접을 받았다. 힐러가 없는 파티는 유지가 되지 않으며, 지금은 도움이 안 되더라도 힐러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파티의 발전이 보장됐다.
하지만 우현이 생각하기에 어쌔신 초기에는 파티 플레이를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스킬을 익히는 게 레벨업보다 우선이며, 그리고 괜히 파티를 짰다가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우현은 그런 일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 * *
호숫가는 인어의 주요 서식지로 인어는 물고기의 몸에 인간의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다. 뾰족한 이빨과 작살을 무기로 사용하여 상대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우현은 잠행 스킬을 사용해 인어 마을을 통과하여 지나갔다.
그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지 : 개선 길드가 잠시 후 인어 마을을 습격할 예정이니 부근의 게이머들은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개선 길드?’
우현은 언짢은 듯 인상을 썼다.
이전의 뉴 월드에서 그는 개선 길드와 악연이 깊었다. 그들은 거대 길드라 이를 등에 업고 무척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걸핏하면 마을을 쓸어버리는 등 비매너 플레이를 자행했다. 한 번은 우현의 친한 동생이 개선 길드에 불만을 품어 길드원에게 PK(Player Killing)를 걸어 죽인 적이 있었다. 이에 원한을 품은 길드원들이 그를 계속 따라다니며 PK를 걸었고 결국 동생은 계속 죽어서 레벨이 0이 되고 말았다. 길드라는 거대한 집단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는 없었던 우현 역시 동생이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호수에는 햇빛이 내리비쳐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맑은 물과 푸른 하늘이 맞닿아 있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힐끗 보니 개선 길드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우현은 그들과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수풀을 가로질렀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호수였다.
그때, 불덩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우현에게로 날아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방금의 공격으로 체력이 22포인트 떨어졌다.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고 우현은 어이가 없어 불덩이가 날아온 곳을 보았다. 그의 시선 아래 붉은 마법복을 입은 마법사가 서 있었다.
[적대 유저 ‘지한’이 당신을 공격했습니다.]
우현은 주위에 다른 길드원이 있는지 살피곤 바로 마법사에게 돌진했다. 원소 마법사 지한은 거리를 벌리면서 불덩어리를 발사했다. 발사 후 뒤돌아 뛰면서 다시금 거리를 벌렸는데 이것이 마법사의 기본적인 전투 전략이었다.
우현은 피하지 않았지만 체력이 27포인트 떨어지고 말았다. 여기서 피하면 마법사의 패턴을 깰 수가 없다. 그는 지한이 마법을 준비하는 사이 재빨리 다가가 단검으로 그를 찔렀다.
“미친!”
지한은 겨우 마법을 완성했고 불길을 만들어 그 안에 우현을 가두었다. 그러나 우현은 다급히 포션을 꺼내 마시곤 연달아 두 번 찔렀다.
이 공격으로 지한의 현재 HP(생명력)는 51이 되었다. 하지만 우현은 고작 25! 화염 공격을 한 번 더 당하면 죽을 수도 있다!
‘여기서 만약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때, 새빨간 불덩어리가 우현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헛!”
마지막 순간에 겨우 몸을 틀어 뜨거운 불덩어리를 피했고, 우현의 눈빛이 예리하게 변하며 단도를 고쳐 잡았다.
‘급소공격!’
우현의 단도가 지한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그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칼이 지나가고 난 자리의 상처가 벌어지며 혈흔이 사방으로 튀었다.
[급소공격이 성공했습니다. 추가 데미지가 발생합니다.]
-51, 데미지 수치가 지한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쿵!
지한이 뿌연 먼지와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우현은 재빨리 시신으로 다가가 지한이 떨어뜨린 장비를 주웠다. 감지+3이 붙은 마법 지팡이! 10골드 이상은 나가는 물건이다.
“지한이 쓰러졌다. PK를 당했어!”
“죽인 새끼 잡아!”
주변에 있던 길드원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우현은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호수를 향해 달렸다!
개선 길드원 중, 광전사는 우현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우현이 가까워지자 그는 높이 점프해 바로 앞에 착지했다. 광전사가 휙 검을 휘두르자 검 끝이 우현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놀라운 정확도였다.
그러나 우현의 반응 속도 역시 만만치 않았고 바로 광전사에게 달려드는 듯싶더니 순식간에 그를 지나쳐 호수로 달려갔다.
광전사는 그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파티로 돌아갔다.
“놓쳤나?”
검사가 물었다.
“네, 그 어쌔신 정말 빠르더군요.”
검사는 지한의 시체를 살피고 있었다. 지한이 성격은 나쁘지만 그래도 약한 녀석은 아니다. 그런데 어쌔신의 손에 죽다니, 그 어쌔신이 쉬운 상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뒤쫓아 가자!”
검사와 광전사가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우현이 호수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는 수중호흡약을 꺼내 먹었다. 그것을 본 광전사가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물속으로 피할 생각이군!”
“잠수하게 두면 안 돼!”
검사와 광전사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파이어 스워드!”
두 사람의 검이 우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광전사의 검에는 불꽃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공격이 닿을 거리가 아니었으며, 우현은 슬쩍 웃더니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고요한 호수에 파문이 일렁이고 곧 우현은 잠수하여 아래로 서서히 내려갔다.
광전사가 우현을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검사가 그를 말렸다.
“됐어. 우리는 수중호흡약도 없잖아. 더 추격해봐야 의미가 없지.”
검사는 우현의 이상한 미소를 떠올렸다. 수중호흡약을 준비했단 얘기는 그가 단순히 추격을 피해 호수로 들어간 게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 저 아래 뭐가 있다는 말인데…….
“그냥 이렇게 끝냅니까?”
광전사는 아쉬워했다.
“지한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야지 뭐. 괜히 파티에서 이탈해서 PK를 하려다 그렇게 된 것인데. 이번 일로 교훈을 좀 얻었겠지.”
길드원 몇 명이 헐떡거리며 뛰어왔다. 그들은 마법사와 프리스트로, 이동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한참 뒤처진 것이다.
“그자는 어디 있습니까?”
마법사가 물었다.
“놓쳤어요. 호수 안으로 도망쳤습니다.”
검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마법사가 의아해하며 두 사람을 보았다. 이들은 개선 길드의 전사다. 어떤 어쌔신이 지한을 처치한 다음, 전사들의 포위를 뚫고 유유히 달아날 수 있단 말인가?
검사가 물었다.
“그 어쌔신 이름이 뭐라고 합니까?”
“우현이라고 한답니다. 지한이 부활해서 알려줬어요.”
마법사는 무언가를 염려하는 것 같았다.
“부하를 시켜서 뒤를 쫓게 하겠습니다. 발견하면 잡아야죠.”
방금 보인 솜씨로 볼 때, 쉽게 잡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길드를 공격한 이상, 가만둘 수는 없었다. 그들은 자기 길드를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걸고 대응하려고 한다.
* * *
길드원들의 분노를 뒤로한 채, 우현은 잠영으로 호수 안을 헤엄치고 있었다.
호수는 매우 맑고 투명해 빛줄기가 호수 안쪽까지 파고들고 있다. 호수 바닥의 수초는 물결을 따라 흔들리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그는 바닥까지 잠수해 아름답게 흔들리는 수초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갑자기 이 호수 아래에 아이템이 든 상자가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아마 수집 스킬북이 들어 있을 것이다.
‘수집’은 꼭 필요한 스킬로, 수집 스킬을 배우면 그때부터는 들어오는 골드의 단위가 달라진다.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가격도 매우 비싼 스킬북이었다.
‘아이템 상자에 대해 미리 기억을 해뒀으면 수중호흡약을 더 사가지고 왔을 텐데……’
그때, 저쪽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수면으로 들어오는 빛이 그 무언가를 비추었다. 레벨 3의 인어였다. 물고기의 신체에 인간의 팔다리, 손과 발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유영하고 있다. 우현은 재빨리 수초더미 사이로 몸을 숨겼다.
1대1로 붙는다면 인어 한 마리는 상대할 수 있겠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인어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서 동료들을 불러들일 것이다. 인어는 수초더미를 헤치며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우현은 인어를 주시하고 있었고, 인어 아래에 물건이 하나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시 후 인어가 떠나가자 우현은 흰 상자 하나를 발견했는데 스킬북이 아니라 웬 진주가 하나 있었다.
인어 방울 : 특수물품, 기능 ?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습니다. 30분 동안 적용되며 쿨타임은 12시간입니다.
그리 좋은 특수물품은 아니지만 수중호흡약 대신 쓸 수 있기에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인어 방울도 얻었으니 꽤 여유가 생긴 우현은 계속 수초더미를 가르며 아이템 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때, 또 가까운 곳의 수초더미에서 움직임이 감지되었고, 우현은 얼른 몸을 숨겼다. 한 마리의 인어가 수초더미를 헤치며 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마리의 인어가 우현이 있는 쪽으로 헤엄쳐왔다.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인어들이 점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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