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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필드의 마법사 / Chapter 9: 필드의 마법사

Bab 9: 필드의 마법사

필드의 마법사

제9화

9화. 전략

“축구 규정이 원망스럽다! 한 경기에서 열한 명의 선수까지 교체할 수 있었다면 난 너희들을 싹 다 갈아치웠을 거다!”

이러한 로니의 화난 모습은 선수들이 전에 알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정말 개똥같은 축구를 한 것으로도 모자라 계속해서 개똥같은 모습들을 보여주는군! 그래, 뭐 질 수도 있어. 3점 차이로 질 수도 있지!”

이혁은 숨을 고른 뒤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팬들을 실망시켰어! 그러고도 축구팀이라고 할 수 있어? 하나, 둘, 셋, 넷……. 너희들은 스무 개의 개똥이나 마찬가지야!”

이혁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는 중지를 곱게 폈다.

“이게 뭔 줄 알아? 저 밖에 있는 2만 7천 명 관중들의 심정이다. 내가 감독만 아니었어도 나도 이렇게 하고 있었을 거다!”

로니가 이렇게 선수들을 욕하고 비꼬는 건 그 누구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지금의 로니는 그들이 여태까지 알고 있던 로니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듯했다. 그들은 신성한 락커룸에서 팬들에게 욕을 먹었고, 감독에게 무차별적인 책임전가를 감당해야했다. 선수들은 그것이 착하디착한 로니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더더욱 충격을 받았다. 선수들은 그냥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 * *

라커룸으로 가는 길, 에반 데겔티는 계속해서 아버지를 설득했다.

“하프 타임은 선수들에게 아주 귀중한 시간이잖아요. 아버지, 다들 엄청 바쁠 거예요.”

“그냥 인사만 하고 바로 나올 거야. 몇 분 걸리지도 않을 거다.”

니콜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에반은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들어섰을 때, 모퉁이에서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에반은 아버지가 사람들과 부딪힐 것이 걱정되어 그를 붙들었다.

“어떻게 저기서?”

니콜은 사람들이 라커룸 쪽에서 왔다는 것을 깨닫고 이상함을 느꼈다. 사람들이 지나간 뒤, 두 사람은 라커룸 앞에 도착했다. 니콜은 아들의 넥타이가 헐거워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에반의 넥타이를 다시 매어주며 입을 열었다.

“에반, 라커룸은 신성한 곳이야. 여기서는 모두 예의를 갖춰야 해.”

자신의 아들이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것을 보고 니콜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들어가려고 막 문을 두드리려는 차, 안쪽에서 로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만 7천 개의 중지가 셔우드 숲처럼 솟아 있다고!”

* * *

이혁은 고함을 친 뒤, 선수들의 표정을 관찰하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서 팀을 옮기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님을 안다. 어떤 사람에게 있어 노팅엄 포레스트는 주급을 꼬박꼬박 주는 ATM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 어떻게 경기를 하건 간에 돈은 계속 나오니까 말이야. 그런데……. 너희들 죄다 멍청이야? 어떤 팀도 돈을 들여서 개똥을 사지는 않아! 계속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한다면 너희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을 거다. 한 가지 더 알아둘 게 있는데, 너희가 미래에 어떤 선수가 될 것인지는 당장 오늘의 이 경기, 그리고 다음 경기, 또 다음 경기……. 거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너희들은 누구를 위해 축구를 하나? 팬? 아니면 구단주?”

이혁은 고개를 저었다.

“다 아니다. 너희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축구를 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도 이 모양이라는 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나?”

그 말에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왠지 모를 흥분이 선수들 사이에서 감돌았다. 그리고 그들은 곧 사색에 빠졌다.

이혁은 작전이 먹혔음을 알아챘다. 팀을 옮기고 싶어 안달 난 선수들에게 팀의 명예와 같은 얘기를 했다가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개인의 앞날이었다. 이것이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또 다른 부류의 선수들이 있었다. 개인의 명예보다 더 커다란 가치를 추구하는 선수들.

이혁은 워커의 손에 들린 목도리 중, 하나를 꺼내 선수들의 눈앞에 높이 들었다.

“이 목도리가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 줄은 알겠지? 팬들이 단순히 추워서 목도리를 했을까? 어떻게 생각해요, 코치님?”

이혁의 말에 워커는 목도리를 살펴보았다. 이 목도리는 무척 낡았고 색이 바래 있었다. 그는 기이한 눈빛으로 목도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워커?”

“아, 죄송합니다. 79/80시즌 디자인이어서……. 노팅엄 포레스트가 결승전에 올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을 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가득했던 바로 그 목도리입니다.”

워커가 목도리의 내력을 말하자 선수들이 모두 숨을 멈췄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결승은 물론이고 챔피언스 리그 출전만 하더라도 꿈의 무대였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바로 그런 대회의 결승에서 함부르크를 꺾고 유럽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선수들의 가슴에는 노팅엄 포레스트가 유럽 챔피언의 자격을 획득했음을 나타내는 별이 두 개나 달려 있었다.

이혁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딱 집어든 목도리가 그거였는지. 이 목도리는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낡은 걸레나 다름이 없지만 노팅엄 포레스트의 팬에게는 값을 따질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수비수인 마이클 도슨은 뼛속 깊이 노팅엄 포레스트의 팬이었으며 이 팀의 찬란했던 시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목도리를 봤을 때, 그는 감동으로 거의 몸을 추스르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는 즉시 일어나 말했다.

“감독님, 감독님!”

“무슨 일이지?”

“그 목도리를 한 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이혁은 목도리를 도슨에게 넘겨줬다. 그는 조심스럽게 목도리를 받아든 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목도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전 네 살 때, 처음으로 아버지와 같이 시티 그라운드로 와서 축구 경기를 봤어요. 목도리를 이렇게 들고 포레스트! 포레스트! 를 쉴 새 없이 외쳤죠. 저는 그때부터 노팅엄 포레스트의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라커룸은 매우 조용했다. 선수들의 시선은 모두 도슨의 손에 들린 목도리를 향해 있었다.

“……전 노팅엄 포레스트가 2부 리그로 내려온지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매년 리그가 시작될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는 2부 리그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죠. 하지만 우리는 승격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곧 강등되고 말았어요. 많은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 팀을 떠났죠.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도 또 누군가는 떠날 거예요. 그렇게 선수들이 계속 바뀌고 코치들도 계속 바뀌는데, 우리가 2부 리그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더라고요. 전 정말 프리미어 리그에 가고 싶어요!”

여기까지 말하자 도슨은 다소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다음 시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프리미어 리그에 갈 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웨스트햄은 프리미어 리그 팀이죠. 그들을 이기면 우리가 충분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

도슨은 겨우 열아홉이었다. 하지만 결기와 투지만큼은 베테랑 선수 못지않았다. 이혁은 준비한 말이 있었지만, 이미 도슨은 라커룸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 놓았다. 그는 여기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을 들어 올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후반전은 다를 거다.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올 거야. 하지만, 너희들이 진심으로 공을 차고 경기에 임해야만 이게 가능하다. 난 이미 졌다고 생각하는 패잔병은 필요 없어. 내가 필요한 건 전사야.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불사를 수 있는 전사! 전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빛이 다르다.

그것은 이혁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전원이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혁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주 좋아.”

* * *

두 사람은 문밖에서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니콜 데겔티가 낮은 음성으로 아들을 불렀다.

“에반.”

“네, 아버지.”

“네 말이 맞다. 우리가 인사하러 갈만한 때는 아닌 것 같아. 자, 가자.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지.”

그는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나갔다.

에반은 라커룸 쪽을 한 번 바라본 뒤, 아버지를 따라 복도를 걸어나갔다.

* * *

라커룸 안에서는 이혁이 선수들에게 후반전 전략을 설명하고 있었다. 경기 시작까지 고작 5분 남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이것도 워커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예 몰랐을 것이다.

그는 전술판 위에 웨스트햄의 포메이션을 빠르게 그려 넣었다.

“웨스트햄의 핵심은 주장인 조 콜이다. 그 외에도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많고 호흡도 잘 맞아. 이런 팀을 이기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이길 수 없는 건 아니야. 웨스트햄은 큰 약점이 있다. 전반전에 우리를 압도적으로 이긴데다 우리 팀은 객관적으로 약하지. 2부 리그 팀이니까. 그러니 그들은 당장의 이 경기보다 다음 있을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경기에 더 신경을 쓸 거야. 이해됐나?”

선수들은 완벽하게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두 명의 코치는 이해한 듯했다.

이미 시즌이 반이나 지났고 남은 리그 경기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FA컵보다 훨씬 중요했다. 거기다 3점이나 앞서고 있으니 저들은 어느 정도 풀어질 것이다. 전술이나 정신력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또한 웨스트햄은 이 팀을 얕보고 있다. 그에 비해 노팅엄 포레스트는? 자신들은 잃을 게 없었다. 모든 힘을 후반전에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그들이 예상하는 것과는 다를 수가 있었다.

이혁은 이어 말했다.

“웨스트햄의 후반 집중력은 분명 전반과는 다를 거야. 우리는 그 점을 이용해야 하지. 그들이 손쓸 새도 없이 몰아붙여야 한다. 웨스트햄은 부드러운 기술이 장점인 팀이다. 기술로 붙는다면 가망이 없어.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이혁이 왠지 사악해보이는 표정으로 도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거칠게 경기를 해야 해. 만약 조 콜이 공을 가져간다면 거칠게 공을 빼앗아 와야 한다. 주심이 파울 좀 분다 해도 상관없어! 패널티 에어리어만 아니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 거친 태클, 비열한 플레이 오히려 그럴수록 더 완벽해! 이건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전쟁이야! 공을 뺏을 기회가 있다면 목숨을 걸고 뺏어와! 빼앗긴 기세를 그렇게 찾아야 한다. 상대방이 겁먹을 정도로 밀어 붙여!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승기를 가져올 수 있을 거다.”

이혁은 주먹을 쥐고 전술판을 두드렸다.

“내가 처음에 저들이 다음 경기를 신경 쓴다고 말했지? 너희들은 그저 장애물 따위에 불과한 거야 저 유망한 팀에겐.

그 말에 다들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 반박하려는데 이혁이 전술판을 아예 집어 던지면서 말을 이었다.

“너흰 다음 경기 따윈 보지 마라! 오늘만 보고 싸우고 물어뜯어! 그렇게 해서 올해 만났던, 그리고 올해 만날 상대 중 가장 까다로운 장애물이 되어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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