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순은 양손을 느긋하게 핸들 위에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어제는 그녀 친구가 수천만 원을 너무나 쉽게 꺼내더니, 천궐 같은 곳에서도 태연하던데, 오늘은 왜 갑자기 불쌍하게 이만 원짜리 옷을 사러 갔을까? 이만 원으로 뭘 입을 수 있다고?"
이만 원은 그들이 생수 한 병 마시기에도 부족한 돈이었다.
육승택은 턱을 괸 채,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에 차가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 웃음을 지으면 아마 사람의 넋을 빼앗을 것 같았다.
그는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예쁘더라."
진명학과 하일순은 매우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때, 눈 밑으로 장난기가 스쳐 지나갔다.
보아하니 승택이 마음이 약간 움직인 모양이다.
"아쉽게도 이미 엄마가 됐지만." 진명학이 유감스럽게 말했다.
초록불이 켜지자 하일순은 가속페달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