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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재벌애인 사용설명서 / Chapter 4: 4화. 남자를 싫어하시나요

Capitolo 4: 4화. 남자를 싫어하시나요

4화. 남자를 싫어하시나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웃음을 멈춘 지훈이 입을 열었다.

“형이 남자를 좋아하는 쪽이었다면, 우리 꼬맹이가 어떻게 나왔겠어요?”

“그거야 뭐⋯⋯.”

“정말 게이였다면 당신한테 결혼하자고 하지도 않았겠죠!”

“뭐……. 성적 취향을 밝히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아하하하! 형, 나도 더 이상은 못 도와주겠다.”

“심지어 제가 들은 소문으로는 당신 둘 사이가 의심스럽다고도⋯⋯.”

영서는 묘한 눈빛으로 두 형제를 바라보았다.

“콜록.”

지훈이 화들짝 놀라 기침을 해댔다.

“이런, 그건 좀 심하네요! 비록 내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먹힐 정도로 잘생겼다고는 해도⋯⋯.”

이때 이 폭풍의 중앙에 자리한 시혁이 느릿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내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으며 영서에게로 다가갔다.

“유지훈, 민우 데리고 나가.”

“뭐? 형, 뭐 하려고?”

시혁은 느릿하게 소매를 걷어붙이며 입을 열었다.

“한영서씨한테 증명해 드려야지, 내 성적 취향.”

음산하기 짝이 없는 표정과 자신을 한입에 집어삼킬 듯한 눈빛에 영서는 온몸에 소름이 쭈뼛 돋는 것을 느꼈다.

침대 아래로 후다닥 내려간 영서가 아이의 뒤쪽으로 숨어들었다. 거의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갈 지경이었다.

“저기 잠깐만요!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한다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잡도리를 하시려면 소문의 근원을 찾으셔야죠! 게다가 저한테 사례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정말로 굳이 제게 뭔가를 해주고 싶으시다면 부탁인데 저한테 대가를 받으라고 요구하지 말아주세요⋯⋯. 아, 죄송한데, 저 좀 있다가 무지 중요한 오디션이 있거든요. 먼저 가봐야겠네요. 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겠죠, 그럼!”

영서는 속사포로 이야기를 내뱉은 뒤 빠르게 병실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몇 발짝 움직이지도 못하고, 시혁의 서늘한 목소리에 걸음을 붙잡혔다.

“떠나도 좋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만.”

그 냉랭한 목소리에 영서는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몇 분 뒤,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영서 앞으로 시혁이 종이와 펜을 들이밀었다.

“괜찮다면 민우 앞으로 쪽지 한 장만 남겨주시죠. 이따 깨서 걱정할지도 모르니까.”

“그럼요, 그럼요. 그래야죠! 쪽지를 남기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니까.”

한시름 놓은 영서가 펜을 들고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쪽지를 다 쓴 뒤엔 혹여나 또 붙잡힐까 부리나케 병실 밖으로 튀어 나갔다.

떠나는 영서를 향해 시혁의 묵직한 눈빛이 뒤따랐다. 마치 이미 사슬에 묶여있는 사냥감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영서가 떠난 뒤 시혁의 곁으로 다가간 지훈이 까불거리기 시작했다.

“형,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정말 저 여자한테 반한 거야? 진짜 그런 거라면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여자한테 관심 1도 없는 형이. 심지어는 친동생인 나조차도 형이 게이인 건 아닐까 의심을 했었는데⋯⋯.”

“닥쳐.”

“응.”

게이라는 말에 곧장 시혁의 일갈이 이어지고, 지훈의 말은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그대로 입을 다물게 된 지훈은 묻고 싶은 것들이 솟구치며 내는 소음을 힘겹게 삼켰다. 커지는 답답함에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 * *

러시아워로 길이 상당히 막히는 바람에 영서는 그만 오디션에 늦어버리고 말았다. 때마침 오디션 장소가 있던 건물에서 나오는 상희와 새론이 보였다. 그들은 여러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활짝 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새론의 시선이 저 멀리서 땀범벅이 되어 달려오는 영서에게 가 닿았다. 마치 미물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은 5년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새론을 태운 벤이 먼지를 일으키며 이곳을 떠나는 걸 보면서도 영서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렸다.

‘그렇게 늦은 건 아니야!’

한참을 뛰어가던 그 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는 여러 사람들이 보였다. <천하>의 오디션 심사위원들이었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영서는 허리를 깊이 숙여 그들에게 인사했다.

갑자기 나타나 앞을 가로막은 영서의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각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용인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이내 조감독이 정색하고 나섰다.

“오디션은 이미 끝났는데, 이제 와서 뭐합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갈수록 제멋대로라니까!”

“전 여주인공 오디션을 보러 온 게 아닙니다!”

영서가 말했다.

“여주인공 오디션을 보러 온 게 아니라고요? 그럼 무슨 배역을 위해 온 거죠?”

각본가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저는 조연 명장희 역할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왔습니다. 지난번에 있었던 서브 여주 오디션에서 적합한 배우를 찾지 못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말을 마치며 영서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5초 정도 침묵이 흘렀다. 불쾌한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던 조감독은 눈빛이 달라졌다.

붉은 입술, 흰 치아, 허리께에 닿는 검은 머리에 새빨간 색의 옷. 굉장히 강렬한 색감에도 영서의 외모를 가리지 못한 옷은 영서의 아름다움을 빛내는 것으로 제 역할을 눈부시게 해 내고 있었다.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도 안개가 어스름하게 깔린 숲속에서 천 년 넘게 살아온 여우의 외로운 영혼을 가진 것 같아보였다. 눈동자는 보는 사람을 홀릴 듯하면서도 한 번도 속세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는 것처럼 맑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름이 뭡니까?”

감독 곽희승이 질문을 하고 나서야 다른 심사위원들도 분분히 정신을 차렸다. 마치 한바탕 꿈에서 깨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한영서라고 합니다.”

희승은 곁에 있는 조감독과 각본가, 그리고 제작자들과 시선을 주고받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인상 깊네요. 스타라이트 소속 배우시죠? 돌아가서 준비하세요. 서브 여주는 한영서씨 당신입니다. 촬영 시작 일자는 곧 통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확실히 준비해오겠습니다!”

영서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녀가 처음부터 목표한 것은 서브 여자 주인공이었다. 이 역할을 위해 장장 3개월 동안이나 ‘명장희’의 캐릭터를 익혔고, 눈빛 한 번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약간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목표를 달성했다.

영서가 떠나간 뒤에도 희승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뜻밖의 수확이야. 그렇게 찾으려 노력했을 때는 못 찾겠더니, 손 놓고 있으니까 알아서 굴러들어 오는군! 저 배우, 스타라이트 소속이기는 하지만 경력은 형편이 없어. 만약에 여자 주인공을 노렸다면 아마 승산이 없었을 거야. 아, 그리고 프로필 사진보다 훨씬 예쁘던데?”

각본가 예민영도 벅차오른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전 무엇보다 느낌이 마음에 들어요. 방금 그 눈빛, 딱 명장희의 눈빛이었다고요. 명장희는 왕국의 멸망을 야기한 요녀가 되기 전까지는 정의로운 여장군이었잖아요. 한영서씨는 예쁘고 요염하면서도 저속하지 않아요. 심지어는 순진하고 탈속적인 느낌까지 나던걸요. 이전까지 오디션을 보러왔던 배우들에게선 절대 받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요!”

“하하하, 진정해. 어쨌든 우리가 찾던 명장희를 찾았잖아?”

* * *

같은 시각, 서울 제일병원.

찹쌀떡 같은 아이, 민우가 자리한 VIP병실은 지금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맨발로 창틀 위에 올라간 민우는 잔뜩 격앙되어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지훈도 안절부절못한 채 감언이설로 민우를 꾀었지만, 민우는 지훈의 허튼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

또한 시혁은 방금 막 회사 호출을 받고 자리를 떠난 상태라, 지훈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어 사실을 알렸다.

“형, 드디어 왔구나! 꼬맹이가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다니까!”

“무슨 일이야?”

시혁이 물었다.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깨어나자마자 곳곳을 뒤지면서 누굴 찾더라고. 한영서씨를 찾는 가해서 ‘찾을 필요 없다’, ‘그 예쁜 누나는 이미 돌아갔다’고 그랬거든. 그랬더니 막 날뛰는 거야. 한영서씨가 퍽 마음에 들었나 봐. 그런데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울 일이야?”

민우가 이렇게 격렬한 감정적 변화를 보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일의 자초지종을 들은 시혁은 곧장 민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민우는 시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경계하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아빠도 싫다는 듯, 민우는 불만스러운 기색을 가득 표출했다.

시혁은 아들로부터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삼촌이 말한 ‘돌아갔다.’의 의미는 말 그대로 그 누나가 이미 갔다는 뜻이야. 몸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서 집으로 돌아간 거고, 세상을 떠난 게 아니야. 할머니처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 게 아니라고. 알겠지?”

아들 민우의 앞에서는 인내심이 배가되는 듯 시혁의 말투가 매우 느릿해졌다.

지훈은 이 상황에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헐! 그래서 저 난리를 친 거야? ‘돌아갔다.’는 말을 그렇게 오해한 거라고?”

사실 영서가 쓰러지는 모습에 민우는 이미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지훈의 말을 오해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윽고 시혁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민우는 창틀에 고개를 콕 박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에 시혁이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 누나가 남기고 간 건데, 볼래?”

민우는 곧 고개를 번쩍 들고 안아달라는 듯 시혁을 향해 작은 손을 뻗었다.

지훈을 비롯해 현장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 상황이 쪽지 한 장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거라고?’

이윽고 지훈은 시혁이 영서에게 쪽지를 남겨달라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혁은 민우를 안고 소파에 앉은 뒤, 민우에게 쪽지를 건네주었다.

민우는 허겁지겁 그것을 받아들었다. 일찍이 글자를 깨우친 터라 누구의 도움 없이도 민우는 쉽게 글씨를 읽을 수 있었다.

「꼬마야, 구해줘서 고마워.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쪽♡」

쪽지에 적힌 글자와 끝에 그려진 하트 모양에 민우의 눈이 밝아지며 곧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입을 꾹 다물고 있기는 했지만, 슬쩍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는 민우의 모습은 정말로 귀여웠다.

지훈이 민우를 보며 중얼거렸다.

“형, 내 눈이 잘못된 거야? 우리 꼬맹이가 웃었어! 가장 최근에 웃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한영서씨가 대체 뭐라고 쓴 거야?”

지훈이 쪽지를 훔쳐보려고 기웃거렸지만, 민우는 끝끝내 그것을 보물이라도 되는 양 꽁꽁 감췄다.

하지만 지훈의 눈은 민우의 손보다 빨랐다.

‘별 것 없는 내용인데도 꼬맹이가 저렇게 기뻐하다니. 한영서씨, 대단하네.’

시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들을 향한 그의 눈빛은 상당히 부드럽고 따뜻했다.

깨어난 민우를 데리고 곧장 집으로 향한 시혁은 아들을 위해, 회사에 쌓인 일들은 미래의 자신에게로 미루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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