章 5: 제5장 부 여사 정욕 불만족
부근신은 고개를 들어 차갑게 노려보았다.
"장난치는 데 시간 낭비할 여유 없어. 가져가."
"진지해요."
부근신은 무표정하게 서명용 펜을 내던졌다.
강철 펜대가 책상에 떨어지는 소리가 철커덩 울리며 마치 리지의 가슴을 때리는 듯했다.
"이혼 이유는? 내가 입 냄새 나고 무정자증이라고? 유언비어는 책임져야 할 거야." 남자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이 일에 대해 리지는 조금 마음이 불편했고,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그건 제가 말한 게 아니에요... 이혼 이유는 분명히 적어 놨어요."
부근신은 긴 손가락으로 종이를 넘기며, 눈길이 그녀가 표시한 이혼 사유에 머물렀고,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흥, '사랑 없고 성생활 없으며, 이름만 있고 실체 없음'이 무슨 의미지?"
리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 것뿐이에요."
부근신이 일어서서 긴 다리로 책상을 돌아왔다.
그의 커다란 체구가 주는 압박감에 리지는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허리는 딱딱한 책상에 부딪혔다.
남자는 길게 뻗은 팔로 책상 가장자리를 짚으며 쉽게 그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몸을 낮추고 리지의 귓가에서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사실이라고? 어젯밤 네가 기분 좋아 신음하던 남자, 붙잡고 가지 말라며 애원하던 남자는 누구지?"
어젯밤을 떠올리자 리지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처음에 얼마나 격렬했는지, 그리고 나중에는 얼마나 서글펐는지.
그녀는 손을 들어 남자의 가슴을 밀었다. "횟수가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구십 세 노인이 삼 년에 한 번 성생활한다고 마이크로 떠들고 다니나요?"
어젯밤은 그저 예외였을 뿐, 게다가 그녀의 남편은 키스조차 꺼려했다.
부근신의 관자놀이 핏줄이 튀어나왔다. 이 여자가 감히 그의 성능력이 구십 세 노인만도 못하다고 빈정거리다니.
여자가 밀어내는 행동이 그의 마음에 불을 질렀고, 남자는 큰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리지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몸을 젖혔다. 그녀는 오랫동안 춤을 추어 허리가 버들가지처럼 유연하게 책상 가장자리에 눌려, 긴 머리카락이 책상 가득 흩어졌다.
이 자세 때문에 리지의 가슴이 오르내리며 부드러운 몸이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꽉 밀착되었다.
하지만 부근신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부씨 부인이 이렇게 욕구가 큰 줄 몰랐네. 이혼하고 누구를 찾아가 만족시키려고?"
리지는 화가 나서 발로 그를 차려 했지만, 다리는 남자의 긴 다리에 즉시 끼어버렸다.
남자의 길고 단단한 다리는 마치 철근으로 주조된 듯했고, 리지는 빠져나올 수 없었다. 오히려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을 스쳤고,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그녀는 이혼 얘기를 하고 있는데, 부근신이 반응을 보이다니...
"너... 나쁜 놈!" 리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부근신은 차갑게 코웃음쳤다. "부씨 부인의 욕구불만이라... 이게 네가 궁리해서 바라던 거 아니야? 사 년 전에 날 계산하고 있었으니, 평생 속죄할 준비는 했어야지!"
리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역시 계속 그녀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날 밤 정말 어떻게 된 건지 몰라요..."
"내가 마신 술은 네가 직접 건넨 거였고, 침실에는 나 말고 너만 지문이 등록돼 있었어. 세상에 다른 사람은 들어갈 수 없었어! 네가 아니면 누가 했겠어?"
리지는 말문이 막혔다. 이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그는 그녀가 그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확신했고, 그녀는 변명할 길이 없었다.
그들은 친밀했던 형제자매 사이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마치 그날 아침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가 팔에 안긴 그녀를 보고 분노한 모습, 그리고 그녀를 온몸에 상처를 입힌 그 말.
"리지, 내가 널 곱게 키운 건 형의 침대에 기어올라가라고 한 게 아니야!"
리지의 눈꼬리가 붉어졌고, 핏기 없는 얼굴이 비쳤다. "후회해요. 제가 후회한다고 치죠..."
부근신은 냉소했다.
"네가 죄인이라는 걸 알면, 얌전히 부씨 부인 역할이나 해! 게다가, 네가 무엇 하나 부씨 집안이 준 것 아닌 게 있어? 천 평 별장에 살고, 보석과 장신구 모두 가지고, 매달 한도 없는 카드로 마음껏 쓰고. 이런 호화로운 삶을 살면서, 나를 떠나면 네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리지의 목구멍에는 뜨거운 모래가 박힌 듯했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세 형도 결국 날 무시하는구나..."
그도 그녀를 부씨 집안에 붙어사는 기생충으로 여기고,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혼하고 빈손으로 나가도 여전히 자격이 없다니!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서 부근신이 가까이 붙어 있어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부서질 듯한 모습을 보자 그의 마음도 아프게 조여들었다.
방금 화가 나서 심한 말을 했고, 막 해명하려는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리지는 꿈에서 깨어난 듯 갑자기 부근신을 밀어내고, 붉은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당신 없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보세요!"
리지는 밖으로 달려 나가 문을 열고 눈을 들어 올렸지만 그 자리에서 멈췄다.
문 밖에는 소완설이 있었다!
소완설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언니 왜 울어요? 근신 오빠가 언니한테 화낸 거예요? 제가 그를 혼내줄게요."
하루도 자매로 지낸 적 없는데, 소완설은 항상 가식적으로 리지를 언니라고 불렀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숙적에게 들킨 리지는 더욱 당혹스러웠다.
남자의 안정된 발소리가 다가왔고, 리지와 달리 그는 우아하고 여유로웠으며, 전혀 영향받지 않은 듯했다.
"병원에 널 보러 간다고 했는데, 왜 직접 왔어?"
그가 소완설에게 하는 말투는 방금 전의 냉담함과는 전혀 달랐다.
소완설은 미소 지었다. "이미 퇴원했어요. 당신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알려주러 왔어요."
리지는 더 이상 그들이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떠나려 했지만, 부근신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수박 주스 한 잔 짜와."
소완설은 수박 주스를 좋아했지만, 리지는 극도로 싫어했다.
어릴 때 리용과 고미연이 서로 싸우다 피가 잘린 수박에 튀어, 어느 것이 더 붉은지 구분이 안 됐던 기억이 있었다.
부근신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아내에게 애인을 대접하게 하다니, 리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고,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 대표는 손이 없나요?!"
그녀는 힘껏 그를 뿌리치고 발걸음을 옮겨 화를 내며 떠났다. 뒤에서는 소완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신 오빠, 언니는 다소 응석받이라 서운해하면 달래줘야 해요..."
"신경 쓰지 마!"
건물을 나와 리지는 자신을 감싸 안으며 천천히 인도 위에 쪼그려 앉았다.
시야가 흐려지는 가운데, 그녀는 자신에게 계속 말했다.
괜찮아, 리지야, 당당하게 살아서 모두에게 보여줘!
휴대폰이 울리자 리지는 눈물을 닦고 전화를 받았다.
"응, 응, 알았어. 지금 갈게."
부근신은 사실 모른다. 열네 살 이후로 그녀는 부씨 집안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고, 늘 돈을 벌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 이혼하고, 유학 가고, 병원에 있는 오빠의 의료비까지...
리지는 더 많은 돈을 모아야 했다. 성신에서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니 낮 시간이 모두 비었고, 잘 계획할 수 있었다.
슬퍼할 시간도 없이, 리지는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최고층 사무실.
남자의 모습은 길고 멋졌다. 그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냉담한 통치자 같았지만, 뒷모습에는 왠지 쓸쓸함이 느껴졌다.
"근신 오빠, 언니랑 서주 오빠가 돌아온다는 일 때문에 다투신 거예요?" 소완설이 소파에 앉아 과일 주스를 마시며 갑자기 물었다.
부근신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몸을 돌렸다. "아니야, 부부는 침대에서 다투면 침대에서 화해하는 법. 다 정상이야."
침대에서 화해...
소완설은 주스잔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어제 병실에서 배가 아프다며 부근신을 붙잡으려 했는데.
하지만 그는 응급벨을 누르라며 그녀를 간호사에게 맡기고 돌아서서 리지를 찾아 떠났다.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며 소완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다행이에요. 언니가 서주 오빠가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면..."
부근신의 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을 보고 소완설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아이는 괜찮아?" 부근신이 침묵을 깼다.
소완설은 배를 쓰다듬으며 달콤하게 웃었다. "이 아이가요, 저를 괴롭히기 좋아해요..."
"아이 잘 돌봐." 부근신이 당부했다.
소완설은 억울한 듯 말했다. "근신 오빠, 당신은 아이만 걱정하고 저는 걱정 안 해주시나요?"
부근신은 소완설을 응시하며 말이 없었고, 소완설은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고 억지 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근신 오빠, 제 매니저가 역광 선생님의 새 곡을 섭외하는 일이 순조롭지 않대요. 상대방이 단호하게 거절했어요. 역광 선생님의 스타일은 저와 정말 잘 어울려요. 그의 곡으로 제 귀국 첫 독주회 오프닝을 장식하면 정말 멋질 거예요. 이 일로 계속 고민해서 잠도 잘 못 자요. 근신 오빠가 이 곡을 구해줄 수 있을까요..."
소완설이 휴식을 잘 취하지 못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을 것이다.
부근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소완설은 즉시 활짝 웃었고, 이때 진정이 들어왔다.
"사장님, 회의가 곧 시작됩니다."
소완설은 서둘러 말했다. "근신 오빠 어서 가세요. 제가 주스 다 마시고 갈게요. 산도가 딱 좋아요. 아시다시피 요즘 제 입맛이 별로 없어서요."
부근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정을 데리고 나갔다.
소완설은 주스를 들고 사무실을 거닐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책상 앞에 도착했고, 시선이 그 이혼 계약서에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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