章 4: 003 임신했어?
소은경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전화벨 소리가 몇 초 멈춘 후 허진호가 다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소은경, 정말 대단하네, 내 전화도 안 받아!'
소은경은 그 문자를 곁눈질로 보며 냉소를 지었다.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아 급히 핸드폰을 던지고 입을 막은 채 화장실로 달려갔다.
으음.
위가 불편해 소은경은 변기 앞에 쪼그려 앉아 토하고 또 토했다. 회사에서 봤던 그 장면만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서 위장 속의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었다.
이 몇 년간 허진호의 회사를 위해 그녀는 밤낮없이 뒤에서 그를 지원했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녀의 위는 항상 좋지 않았다. 소은경은 사실 이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았지만, 허진호가 이를 중요하게 여겼기에 그녀도 따라 노력했다!
이런 것들을 허진호는 전혀 알지 못했고, 그녀도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가 걱정할까 봐.
흐흐,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이런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몸까지 돌보지 않았다니.
이번에는 연말 디자인 대회를 위해 소은경은 오랫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다. 진영미가 그 상을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되면 이익을 얻는 것도 허진호의 회사였다. 그녀는 그 때가 되면 완전히 손을 뗄 수 있고, 허진호와 아이에게 전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소은경은 두 손을 꽉 쥐었다. 위를 비운 뒤 어지러운 상태로 일어나 침실로 가서 약을 찾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잘 돌봐야만 했다. 그래야 그 개 같은 남녀와 맞설 힘이 생길 테니.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니 거의 열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소은경은 찬물로 얼굴을 씻고 고개를 들자 거울에 창백하고 정교한 얼굴이 비쳤다. 그녀의 눈동자가 긴장되며 입가에 날카로운 곡선이 드러났다.
바로 그때, 거실에서 작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소은경은 눈길을 굳히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고개를 드는 순간, 소은경의 시선과 허진호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의 옆에는 진영미도 있었다!
그는 이 가식적인 천한 여자를 데리고 돌아왔다!
진영미는 전처럼 어디에서든 허진호의 팔을 끼고 사촌 여동생 역할을 맡으며, 소은경을 향해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허진호가 질책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소은경을 노려봤다.
물론, 허진호를 더 화나게 한 것은 평소라면 그가 돌아오면 이 여자가 제일 먼저 그의 가방과 외투를 받아들곤 했는데, 오늘은 그녀가 나타나지도 않았고, 식탁도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밥을 하지 않았다!
허진호는 소은경이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건지, 아니면 듣지 못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소은경이 처음으로 그의 명령을 무시했다.
허진호의 얼굴이 즉시 싸늘해졌고, 다시 질책하려는 순간, 뒤에 따라온 여자가 요염하게 웃으며 교성으로 말했다. "오빠, 배고파요. 먼저 밥 먹어요."
진영미는 허진호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고, 텅 빈 식탁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가 올 때마다 소은경은 항상 그녀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다.
말을 마치자 소은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진영미를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 여자는 항상 동생 자격으로 그녀의 집에 들어왔다. 소은경은 이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잠들어 있을 때 허진호가 자신 몰래 진영미와 바람을 피운 적은 없었을까?
그런 것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했다.
"소은경, 내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 허진호는 매우 화가 났다. 특히 진영미가 배고프다고 했을 때 소은경이 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슴속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
"못 들었어." 소은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넘겼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화가 난 허진호를 보고 소은경은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참을성 있게 설명하고, 끝내는 어떻게든 이 남자의 감정을 달래려 했을 것이다. 의사가 말했듯이, 그는 교통사고를 겪었고, 감정이 격해지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허진호는 그녀가 이런 태도를 보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게 그가 알던 소은경인가? 하루 종일 눈과 마음에 그만 품고, 항상 그를 중심으로 살아가던 소은경이?
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지?!
진영미도 어리둥절했다. 이 여자가 뭔가 잘못 먹은 건가? 진호가 화가 났는데도 빨리 사과하지 않는다니.
물론 진영미는 소은경이 허진호에게 꾸지람을 듣는 모습을 더 보고 싶었다. 그래야만 균형이 맞지 않는 마음에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허씨 부인 자리는 그녀 것이어야 했는데, 소은경 같은 천한 여자가 차지했다니. 그녀가 어울린다고?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보지도 못하나? 허진호와 함께 다니면 창피할 뿐이다.
예전 같았으면 소은경은 허진호가 화난 걸 보고 즉시 밥을 하러 갔을 것이다. 열심히 그녀를 달래며. 하지만 오늘은...
소은경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까지 켰다. 그들을 공기처럼 취급했다.
이 행동에 허진호는 그녀의 목을 조르고 싶을 만큼 화가 났지만, 생각은 그렇더라도 실제로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진영미는 눈빛으로 허진호를 달랬다. 그녀는 일부러 소은경에게 다가가 달콤하게 물었다. "올케, 무슨 일 있으세요?"
소은경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아침부터 잤어."
허진호는 두 손을 허리에 꽂고,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며 원망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몸이 안 좋으면 약을 먹지. 밥도 안 하면서 한 마디도 안 하니, 내가 영미랑 밖에서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흥.
소은경은 속으로 비웃었다. 자신이 그들의 가정부인가, 아니면 하인인가?
어쨌든 다 똑같았다!
그의 아내로서 몸이 안 좋다고 말했는데, 그는 걱정하는 말 한마디 없었다. 이런 남자를 왜 곁에 두어야 하나?
진영미는 일어서서 얌전하게 남자의 품에 안겼다. 달래는 것처럼 말했다. "오빠, 그만해요. 올케가 몸이 안 좋으니 이해해야죠. 우리 밖에 나가서 먹어요. 저 오랫동안 해산물 안 먹었는데, 지금 너무 먹고 싶네요."
소은경은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이 개 같은 남녀에게 반드시 복수하고, 최소한 자신의 것을 되찾아야 했다.
그녀 소은경은 결코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는 정말 화장실로 가서 토했고, 이 행동은 진영미의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으음.
화장실 문이 닫히지 않아 허진호와 진영미는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진영미는 여자라서 즉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 토하는 모습, 혹시 임신한 건 아닐까?
이 생각이 들자 진영미의 얼굴이 즉시 철색이 되었고, 질문하는 눈빛으로 허진호를 바라보았다.
허진호는 이유를 몰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진영미는 매우 격앙된 모습으로, "당신이 그녀랑 그런 거 안 했다면서요, 왜 그녀가 토해요?"
분명히 임신한 것 같은데, 이 남자가 그녀를 속인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두 사람이 매일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 있겠어! 소은경 이 천한 여자, 어떤 여우 같은 수법으로 허진호를 유혹한 거지?!
허진호도 바보가 아니었다. 남자이긴 하지만 진영미의 속마음을 이해했다. 결국 그도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 진영미가 그와 함께한 몇 년 동안 두 번의 낙태를 했고, 임신 증상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소은경이 임신했다고?!
그는 그녀와 한 번도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는데, 이 여자가 임신했다니, 그에게 녹색 모자를 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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