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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어둠의 시대 / Chapter 1: 1화. 사라진 태양
어둠의 시대 어둠의 시대 original

어둠의 시대

저자: 피처

© WebNovel

장 1: 1화. 사라진 태양

1화. 사라진 태양

2018년 7월 23일

“안녕하십니까? KBS 뉴스의 안도명입니다. 첫 번째로 프랑스 파리의 시위 소식을 듣겠습니다. 손명규 기자,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수백 명의 인원이 시위대를 결성했는데 과잉진압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예, 현재 파리의 엘리제 궁전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시위대가 조직되어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파업과 시위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던 프랑스에서도 이번 시위는 특히나 무척 극단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이에 맞춰 프랑스 정부에서는 대규모의 경찰 병력을 투입하며, 과잉 진압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시위대가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예,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징후’에 대한 정부의 입장 촉구입니다. 몇몇 국가에서는 벌써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프랑스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 역시 ‘징후’에 대하여 뾰족한 수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군요?”

“예, 그렇습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 역시 비슷한 여론이 나타나고 있는데, 시위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프랑스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뉴욕 퀸즈와 중국 상해에서도 정부에게 좀 더 확실한 답변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심층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순서로 ‘징후’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한국과학기술원의 오상연 교수님이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한국과학기술원 오상연입니다.”

“교수님,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 현상에 대해 우선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예, 한국 시간으로 7월 22일 오전 8시 15분경을 기점으로 태양이 10분간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태양이 갑자기 사라져 보이는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기상의 악화와 일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현상은 단지 기상이 악화되는 것을 넘어 빛이 아예 사라졌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식이라도 일어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식은…”

준혁은 리모콘 버튼을 눌러 TV를 껏다. 이미 원하는 정보는 모두 얻었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이 얼마나 의미 없는 분석이 될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준혁은 이것이 과학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준혁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ㅋㅋㅋㅋㅋㅋ 이러다가 진짜 지구 멸망하는 거 아님? 그 무슨 종교에서 예언한 날짜랑 똑같다는데?

-개소리지, 해가 잠깐 안 보였다고 지구가 멸망하겠냐? 머리 나쁜 건 충분히 알겠으니까 공부나 해라.

-근데 진짜 종교 단체에선 난리가 아님 ㅋㅋㅋㅋㅋㅋ

-이거 마트에서 사재기하는 사람들 찍은 거임, 약간 미친 거 같은데.

아직까지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 그러나 준혁은 ‘종교는 믿을 것이 못 된다’는 평소의 신념과는 달리 종교계의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준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것’에 닿았다.

한 권의 책.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누런 책이었다. 제목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되어있는 이상한 책. 확실한 것은 그 책으로부터 사람들보다 일찍 ‘징후’를 읽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준혁은 이 책을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받았다. 가보로 내려오던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조금의 관심도 가지지 않았을 낡은 책. 준혁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가보라는 촌스러운 전통이 자신의 집에도 있다는 것에 더 놀랐었다. 그리고 책에 대한 관심은 금방 사라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 낡은 책의 용도는 다양했다.

라면 받침대, 친구들과 추억으로 하던 판치기의 판, 그리고 마침내는 흔들거리는 침대의 균형을 맞춰주는 용도까지. 이 책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은 아주 한참 후의 일이었다.

오랫동안 만난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난겨울, 만취한 준혁은 어두운 집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전등 스위치를 찾았다. 취한 준혁이 벽을 더듬고 있는데 어디선가 푸르스름한 빛이 흘러나왔다.

“이게… 뭐야?”

준혁은 스위치를 켜는 것도 잊은 채 빛의 근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책, 가보로 내려왔다는 그 책이었다. 준혁이 다가서자 빛은 곧 사라졌고 준혁은 침대 밑에서 책을 꺼내려고 낑낑대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전날을 회상하던 준혁은 침대 밑에서 알 수 없는 문자가 가득한 책, ‘고서(古書)’를 꺼냈다.

“이게 분명히 빛났었는데…”

준혁은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친구들은 술 좀 어지간히 마시라는 충고만 해줬을 뿐이었다. 그러나 준혁은 자신이 본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운명인 것인지, 전공인 중어중문과에서도 언어학 쪽이었던 준혁은 이 책의 문자에 대해 관심을 쏟을 여력이 충분했다.

준혁은 그날부터 여러 고서점과 교수님들을 찾아다니며 이 책의 유래와 문자에 대해 묻고 다녔다.

그러나 문자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쓸 만했던 정보는 그 책의 문자가 한자처럼 ‘형상 문자’라는 것뿐이었다.

글자의 모양 자체가 뜻을 가지고 있는 형상 문자.

준혁은 고대 한자어와 갑골 문자까지 공부해 가며 문자의 뜻을 유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초반부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마칠 수 있었다.

하늘이 순환하여 만물이 올바르게 돌아가니 우주가 회복되고 인간의 운명은 어두울 것이라는 내용.

준혁은 여기서 나오는 만물이 올바르게 돌아가는 날이 언제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각종 고대 계산법을 동원했고, 마침내 어떤 날짜를 구해낼 수 있었다.

7월 28일.

그로부터 일주일 전인 오늘부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종료한 준혁의 눈에 또 다시 빛을 내기 시작하는 고서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제 책은 수시로 빛나고 있었다. 푸르스름하면서도 하얀 빛을 내뿜으며.

* * *

7월 25일

태양은 이후로도 종종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상도 없었고 태양이 사라지는 시간도 짧았던 탓이다. 그러나 준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준혁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징후’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가지고 있던 작은 집을 팔아치우고 대출까지 받아 연신내와 일산 사이, 원당에 있는 튼튼한 단독 주택을 샀다. 그가 굳이 원당에 집을 구한 이유는 서울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한산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전국 규모의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면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곳이 된다.

사건이 터진 후 경찰과 군의 병력은 서울을 집중적으로 지킬 테지만, 그래서 반대로 표적이 되거나 인파에 휩쓸려 위험할 확률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준혁은 이런 이유로 서울과 너무 멀지는 않으면서 한산한 편인 원당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집을 구한 준혁은 집을 리모델링해서 튼튼하게 만들었다. 문과 창문 뿐 아니라 지하 벙커까지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통조림, 건빵 등 유통기한이 길고 보관이 용이한 식품들을 최대한 구해서 벙커에 저장하고 건전지, 버너, 코펠, 다용도 칼, 방한용품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구비했다.

준혁은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 블랙마켓에서 권총과 탄약을 구입했고, 만약을 대비해 대출까지 받아 현금으로 인출해두었다.

준혁은 핸드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읽었다.

-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이상 현상, ‘징후’

이 ‘징후’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은 지난 4일간 끊임없이 계속되었지만 여전히 그 답은 찾기 힘들다…(중략)…태양이 잠시 꺼졌다가 다시 켜진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더욱 이상한 점은 우주에서의 관측에서는 태양의 빛이 한 순간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NASA측의 발표로 세계 과학자들은 더욱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가장 그럴 듯한 설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어떤 것’이 빛을 가로막았다는 주장인데, 그것이 단 10분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를 반복하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는 증명하기 힘든 부분이다…(하략).

준혁은 집에 처박혀 ‘고서’를 연구하는데 집중했고, 시간이 남는 대로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징후’에 대비할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준혁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으며 준혁도 나중엔 거의 포기해버렸다.

……

다음 날이 되자, 태양이 사라지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 횟수 역시 증가했다. 마침내 평균 기온이 전날 대비 2도 가까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오자, 사람들은 드디어 이것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것임을 알아차렸다.

준혁을 미친 사람 취급하던 지인들이 도움을 받기 위해 다시 준혁을 찾기 시작했고, 준혁은 그들에게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테니 그것에 대비하라고 전해줄 뿐이었다.

뉴스에서는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하기 일쑤였던 ‘종말’, ‘예언’과 같은 단어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정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았다.

* * *

7월 27일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 한국 역시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사람들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사회 전반에 커다란 타격을 준 것이다. 도둑질이나 폭동 같은 것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정부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하여 군대를 개입시켰다. 군대가 개입하면서 사람들의 신경 역시 더욱 곤두섰다.

정부는 군인들을 대거 투입하여 주요 국가 시설인 공항, 항구, 주유소, 부대, 발전소, 국가 기관 등에 대한 경계를 늘렸다. 그리고 시설에 위협이 될 만한 돌발행동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순식간에 나라 전체를 장악했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바깥 사정이 이처럼 바삐 돌아갔지만 준혁은 오로지 고서를 해독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 고서야말로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란 직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고서만 붙들고 있었기에,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준혁은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후우웅.

고서에서 다시금 빛이 뿜어져 나오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페이지들이 마법처럼 생겨났다.

그림, 새롭게 생겨난 페이지에는 문양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도대체 이건 뭘까?”

그림을 한참이나 살펴보던 준혁은 그것이 ‘토템(Totem)’, ‘탈리스만(Talisman)’, ‘부적’과 비슷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준혁은 그것을 무작정 따라 만들기 시작했는데 어째서인지 제대로 만들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결코 해석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문자 하나가 있음을 인지했다.

“이렇게 많이 쓰이는데 해석할 수 없는 문자라니.”

준혁은 한참 만에 그것이 ‘기(氣)’ 혹은 ‘힘’, 또는 ‘마나(mana)’ 같은 개념이 아닐까 유추해냈다. 하지만 개념을 안다 해도 그뿐, 이 문자를 어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책에서 다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후우웅.

“또 새로운 페이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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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계약에 의해 KOCM에 있으므로 무단복제, 수정 및 배포행위를 금지합니다. 본 소설은 중국 원작소설(黑暗血时代)을 한국작가가 번역, 편집한 작품으로 한국과 중국치덴사이트에서 동시에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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