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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8% 어둠의 시대 / Chapter 2: 2화. 어둠의 시대

장 2: 2화. 어둠의 시대

2화. 어둠의 시대

준혁은 새롭게 생겨난 페이지들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아까의 것들과는 달랐다.

새로운 페이지들에는 사람의 몸이 아주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신체 부위마다 문자들이 쓰여 있었다.

다행히 이제는 해독할 수 있는 문자들이 많았기에, 준혁은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설명이었다. 마나가 무엇인지, 대기 중의 마나를 어떻게 흡수할 수 있는지, 마나가 신체 내에서 어떻게 순환하고 축적되는지, 마나를 운용할 때 각 신체부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의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마나란 자연의 근본적인 힘이다. 그러나 과거 5천 년간 모종의 이유로 태양계에서 격리되었고, 이렇게 마나가 없는 상태를 고서에선 ‘하늘이 닫혔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5천 년이 흘러 태양이 사라진 상황. 태양이 지금껏 마나를 억제해 왔다고 가정한다면, 태양이 사라진 지금 다시금 지구에 마나가 떠도는 일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준혁은 고서의 초반부를 다시 떠올렸다.

- 하늘이 순환하고 만물이 올바르게 돌아가니 우주가 회복되고 인간의 운명은 어두워진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의 순환과 만물이 올바르게 된다는 것은 마나가 막혀있던 세상에 마나가 다시 돌기 시작한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이제껏 가보로 전해져 내려오던 잠잠하던 책에서 갑자기 빛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는 세상에 다시금 순환하기 시작한 마나 때문이었다.

책이 마나를 흡수하며 빛과 페이지가 생겨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준혁은 새로이 생겨난 페이지들을 다시금 천천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호흡을 통해 대기에 떠도는 마나를 흡수해 체내에 축적하고 운용하는 방법, ‘연공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준혁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비우고 명상을 시작했다.

첫째는 무색무취의 마나를 느끼는 것.

둘째는 느껴진 마나를 공진시키는 것.

셋째는 공진한 마나를 몸속으로 천천히 빨아들이는 것.

하지만 이 과정들은 어렸을 때부터 육상선수를 목표로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온 준혁 조차도 쉽지 않았다.

“휘우~!”

준혁은 몇 시간이나 명상을 하고서야 간신히 마나의 존재만 미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 마나를 공진시키고 호흡을 통해 빨아들인다는 일은 감히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하! 하아! 자질의 문제인가!

폐활량에 있어, 웬만큼 자신이 있던 준혁은 그저 명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숨이 막힌 지, 모든 걸 멈추고 숨을 골랐다.

명상은 매우 피곤한 과정이었다. 고서에는 각 개인의 자질에 따라 마나를 느끼고 운용하는 데 큰 격차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좋은 자질에 관한 몇 가지 조건들도 열거되어 있었지만 준혁은 딱히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고서가 있으니까!”

준혁은 실망하는 대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에게는 이 고서가 있었고, 또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할 수 있는 근성이 있었다.

준혁은 다시금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겼다.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금 마나를 느끼는 데 성공한 준혁은 이제 마나를 공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책으로부터 푸르스름한 마나가 흘러나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는 준혁의 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흔들림 없이. 느리지만 단단하게!

* * *

눈을 떴을 땐 날은 이미 밝아 있었다. 준혁은 밤이 새도록 앉아 있었지만 몸이 뻐근하다거나 졸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준혁은 몸을 일으켜 책상 앞으로 갔다.

책상 위에는 여전히 고서가 펼쳐져 있었다. 준혁은 부적 그림이 그려져 있는 페이지를 찾아 펼쳤다. 그리곤 천천히 자신의 부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무작정 따라 그렸을 때와는 달랐다.

이제 준혁은 마나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 하룻밤 동안의 연기공을 통해 마나를 느끼고 운용하는 법마저 알고 있었다. 물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이 정도면, 부적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마나의 발출과 주입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부적을 제작하는 데는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들이 있었다. 획을 긋는 순서, 마나를 주입하는 정도, 그리고 주입하는 타이밍.

이 규칙들은 그림에 적혀있었다. 그저 마나를 깨닫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을 뿐. 준혁은 고서에 있는 규칙에 따라 자신의 부적에 획을 그어, 마나를 주입하는 것을 반복했다.

“이것이…!”

준혁은 마침내 부적을 완성할 수 있었다. 부적의 표면에서 정갈한 마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준혁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어느새 오전이었다. 그리고 준혁은 잠시나마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제 28일!”

* * *

마침내 28일이었다. 준혁은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 생각하며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준혁의 걱정과는 다르게 별다른 일은 없었고, 오히려 혼자서 헛짓거리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대출 받은 돈이 한두 푼이 아닌데…”

그러나 곧 ‘징후’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어둠에 잠겼고…… 그렇게 다시는 밝아지지 않았다.

준혁은 세상이 곧 빙하기와 비슷해질 것이라 예상했다. 해가 뜨지 않는 세상이 차가워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준혁이 방한 용품을 잔뜩 사둔 것이었고, 이런 저런 연료들도 충분히 구해둔 것이다.

“드디어… 시작인가.”

해가 보이지 않은지 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인류는 비로소 심각한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혼돈의 서막으로 들어선 것이다.

인터넷을 켜보니 온갖 소문이 판을 치고 있었다. TV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스에서는 안심하라는 정부의 입장만 대신 전해줄 뿐이었다.

각국에서 군대 병력이 총동원되어 급증하는 폭동이나 혼란을 막으려 애썼고, 미국 대통령은 ‘어둠의 시대’에 돌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연설을 시작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혼란이 그나마 적은 편이었다. 휴전 국가였기 때문에 면적대비 군인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만큼 통제가 용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군부정권의 권력남용, 그리고 오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렇게 문명이 발달한 국가들은 그래도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은 벌써부터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

총기와 불을 가진 도적들이 대량 살상을 하며 식량을 독차지했고, 수많은 아이들이 추위에 떨다 어둠 속에서 죽어갔다. 안 그래도 심각한 내전에 시달리던 제 3세계의 국가들은 거의가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렸고 아예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준혁은 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마나가 대기 중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만물이 올바르게 돌아간다는 상태라는 것일까?’

“그런데 이 부적은 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

준혁은 자신이 만든 부적을 꺼내 천천히 살펴봤다.

이 부적은 겉으로 보기엔 그저 하얀 종이에 문자를 쓰고 그림을 그린 것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통의 종이 쪼가리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주입된 마나. 그저 마나가 담겨있는 것 정도가 아니었다.

대기 중에 떠도는, 혹은 자신의 몸에 축적된 마나와는 달리, 부적에 담긴 마나는 일정한 형식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야?”

준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것을 쭈욱 찢어보았다. 그러자 종이가 ‘화르륵’ 소리와 함께 파랗게 빛을 내며 타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주먹만 한 불덩이가 하나 생성되었다.

놀란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준혁은 이 불덩이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마나가 들어가서인지 온전히 자신의 통제에 따르는 것이다. 불덩이는 준혁의 생각대로 5초간 움직이다가 ‘훅’ 하고 사라져버렸다.

“대, 대단해! 진짜야! 이건 진짜라고!”

준혁은 입을 쩍 벌리며 경악에 휩싸였다. 이런 마법과 같은 현상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고서’는 계속해서 빛을 내며 눈에 띨 정도로 페이지가 많이 복원되었다. 전보다 2배 정도는 두꺼워졌다.

“부적 제작법이 여러 개 더 생겼어!”

준혁은 이 부적들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책을 통해 배웠던 호흡을 계속했다. 호흡을 하는 동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지만, 부적을 위해 마나를 축적하는 것은 준혁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 * *

7월 30일

준혁이 부적을 만들고 실험만 한다고 방에 처박힌 지 이틀째.

기온은 떨어졌고, 정부에서는 민간에게 제공했던 공공재들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전기는 하루에 3시간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도시가스는 하루에 1시간, 석유 같은 에너지원은 아예 배급 방식이 되었다.

그 뿐 아니라 정부에서는 사람들에게 식량마저도 배급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재고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식물성 식재료들을 사용하여 배급을 해주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냉동된 고기와 전투식량을 배급하게 될 것이다. 준혁은 식량을 아끼기 위해 하루에 두 번 있는 배급시간엔 항상 미리 와 줄을 섰다.

집으로 돌아온 준혁은 밥을 먹으면서 자신이 이틀 동안 만들어 낸 결과물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3장의 종이.

준혁은 이 부적을 ‘스크롤(scroll)’이라고 불렀다. 처음 썼던 부적이 게임 속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주문서와 비슷한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 세 장의 스크롤을 만든 준혁은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었다. 게임 속 마법사들 중에서도 ‘인챈터(Enchanter)’와 비슷한, 사물에 마법을 부여하고, 가지고 다니는 스크롤을 찢어 마법을 사용하는 인챈터 계열의 마법사.

준혁은 아직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적어도 어둠의 시대에서 이런 스크롤들이 분명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준혁은 자신이 만든 첫 번째 스크롤에 ‘이프리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랍 신화 속 불의 정령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 스크롤은 불덩이를 만들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이다. 그렇지만 준혁은 이것을 그대로 사용하게 될 경우, 별다른 위력을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대신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사물에 화염의 힘을 부여하는 것!

스크롤을 찢고 의지를 담아 염원하면 스크롤에 담겨 있던 마법의 힘이 다른 물건에 담긴다.

물론 아주 대단한 힘을 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기에 바로 노출되는 경우보다는 지속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기존의 불덩어리가 소환 후 5초 정도 후에 사라진다면, 물건에 그 힘을 부여하는 경우, 그 효과는 2분 가까이 지속되었다. 준혁은 이 마법같은 힘을 시험해보기 위해, 원당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으로 갔다. 준혁은 이 힘을 야구방망이와 칼, 그리고 탄환에도 부여해보았다.

힘을 부여받은 야구방망이는 휘두를 때마다 뜨거운 불꽃을 만들었고, 칼은 날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마지막으로 탄환에 이프리트를 부여한 후 시험 삼아 총을 발사를 했을 때, 준혁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염탄이 된 탄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스크롤은 신체 기능을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버프 마법이 담겨있는 것이다.

아직 준혁도 한 번 밖에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망치로 손가락을 내리쳐도 그다지 아프지 않을 만큼 신체가 단단해졌다. 힘도 평소보다 배 이상은 세지게 된다.

준혁은 이것에 ‘타이탄(Tit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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