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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 패도신공 / Chapter 6: 6화. 수련하다

장 6: 6화. 수련하다

6화. 수련하다

“연기가 다시 솟아오르고, 석양이 땅을 뒤덮으니, 흩어지는 연기에게 묻고 싶어라, 너는 어디로 향하니, 석양은 시의가 있고 황혼은 화의가 있으니……”

월천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두꺼운 잎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스로 만든 화덕 앞엔 물건이 가득했다, 그는 붓을 한 자루 들고는 장을 묻혀 화덕에 있는 음식에 계속 바르고 있었다. 이 시간만은 스승에게 아첨하기 위해 절대 해괴망측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야 말 안 해도 뻔했다.

“또 무슨 개똥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냐. 못 들어 주겠네, 진짜.”

혁삼사는 웃으며 한마디 하고는 손에 꼬치를 들고 있었다. 닭, 토끼 고기 꼬치는 침이 절로 넘어가는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달빛 아래, 둘은 간이 대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손엔 술병을, 다른 한 손에는 고기를 들고 먹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화로는 불이 꺼지고 남은 잔열을 내뿜고 있었고, 그 위에 잘 익은 고기를 올려 식지 않도록 했다.

“스승님! 제발 다 드신 꼬치는 아무데나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제 노동의 성과를 봐서라도, 제발요!”

“아, 미안하다. 아무데나 버리는 게 습관이 되어서. 고치 마, 정말로!”

타향의 친구는 잘 지내는지, 월천수는 의자에 누워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보자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마 청광산이 높고 별들이 빛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는 술을 한잔 하며 힘없이 물었다.

“스승님, 제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세 달인데, 저는 언제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것입니까?”

화로의 반대편에서 술을 마시는 소리와 함께 대답이 들려왔다.

“천수야, 내가 진즉에 말해주지 않았더냐. 너의 근골이 너무 떨어져서 애초에 수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수련을 한다고 쳐도 그저 헛짓거리에 불과한데, 어찌 포기하지 않는 것이더냐. 설마 이 스승이 너를 속이겠더냐.”

“정말 욕심 없습니다! 열정을 믿고 이곳에 왔는데, 결국 그 모든 게 상실로 돌아왔네요. 아이고, 심지어 십일 대 제자들도 저를 보면 콧방귀를 뀌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참을 수 있습니다! 근데 대체 이런 날이 언제 끝나는 것입니까? 저는 기회조차 잡을 수 없는 것입니까? 스승님, 안 되더라도 시도는 해 볼 수는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요만큼의 기회도 주질 않으시는 겁니까…….”

천수는 말하면서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 갔다. 술 냄새로 보아 이미 취한 것 같았다. 요 며칠 그는 스승과 매일 밤을 술로 보냈다. 그는 쪼그라든 목소리로 했던 말을 반복했다.

“스승님! 전 정말 욕심 없습니다…….”

혁삼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몽롱한 취기에 몸을 맡긴 채 잠을 청했다. 두 사제는 빛나는 별 아래에서 잠들었다.

* * *

하늘이 점차 맑아지기 시작할 때, 청광산 산허리에 떠 있는 운무 사이로 태양이 떠올라 온 세상을 황금색으로 물들였고, 구름은 안개를 삼켰다. 청광산 정상은 가장 먼저 이 황금빛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의자에 누워 신선 누님과 데이트하는 꿈을 꾸던 월천수는 가슴에 무엇인가 부딪치자 잠에서 깨어났다. 손을 들어 만물을 비추는 황금빛을 가리며 몸을 일으켰다. 앉자마자 어떤 물건이 앞에 떨어졌다. 말할 필요도 없이 스승이 준 것이었다. 손을 뻗어 집어 보니 한 권의 책이었다. 하늘색 표지에 ‘현천공’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월천수는 눈을 깜빡이고, 아무 생각 없이 다시 한쪽으로 치우려다가 급하게 멈춰 섰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표지 밑에 적힌 ‘초급’ 두 글자를 보고 있었다.

와…… 월천수는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 손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청광파 ‘현천공’의 초급서였다. 그는 이런 책이 있는 줄 알았지만 자신과는 연이 없는 물건이라 여겼다. 한참 동안 기뻐하다 얼른 책을 품 안에 소중히 넣고 뒤를 돌아보자, 스승인 혁삼사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월천수는 이 영감이 갑자기 사랑스럽게 보였고, 감동을 받아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혁삼사는 크게 웃으며 담담하게 한마디를 남겼다.

“내 비록 너를 가르친 적은 없지만 네가 요 몇 달간 수련을 위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책도 물론 이해할 것이라고 믿으니 따로 가르치진 않겠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언제든 나를 찾으려무나.”

월천수는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닦고는 무릎을 꿇고 세 번 소리 나게 절을 했다. 인생을 살면서 원하는 일을 이룬 것 보다 기쁜 게 어디 있겠는가. 세 번의 절은 진심을 담은 것이었고, 그는 혁삼사를 진정 스승으로 모시기로 결심했다.

* * *

월천수는 자신의 방안에서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미 기를 단련하여 입문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익혔다. 조공법 수련은 우선 천지의 영기를 느껴야한다. 그 다음에 토납(*吐納: 묵은 기운을 내뿜고 새 기운을 받아들이는 술법)을 통해 기를 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몸뚱이 때문에 한 달 가까이 천지 영기는 개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청광파 장로 늙은이들이 자신에게 한 비참한 평가를 떠올리자 속이 상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순 없었다. 만약 그가 어려운 일을 마주쳤을 때 물러서는 인물이었다면, 전생에 그렇게 악명이 자자한 곽 두목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말을 그는 귀에 새겨들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

또 두 달이 지나고, 방 안에 있던 월천수는 아무 변화가 없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를 떠올리면서 버텼지만,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이 느낌은 너무나도 참기 어려웠다. 마음이 흔들리자, 그는 즉시 수련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몸 상태를 조절했다. 그는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

체조를 하면서 마당으로 나서자, 술병을 쥐고 문 앞에 기대어 있던 혁삼사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청광파는 제자가 많아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낯선 혹은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월천수는 평소에 집을 잘 나서지 않았지만, 청광파에서 그의 쓰레기 같은 재능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저 앞에 다가오는 두 명의 십일 대 제자들은 이미 안면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아이고, 사숙조! 잘 지내고 계십니까?”

또 한 명이 옆에서 빈정거렸다.

“자네 말하는 거 하고는. 사숙조께서 잘 지내지도 못했다면 어찌 감히 저렇게 나돌겠는가! 하루 종일 하는 거라곤 먹고 자는 건데 한 끼 정도는 안 먹어도 상관없지 않겠나! 사숙조, 제 말이 맞지요?”

두 사람은 크게 웃었고, 이게 바로 그와 안면이 있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었다. 심지어 어떤 스승은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자를 교육하기도 했다. 월천수는 이제 이런 것들을 봐도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기기 때문에 두 사람을 지나쳐 갔다. 위에서 내려다보길 좋아하고 자존심이 하늘을 뚫고 넘어가는 사람이 이런 조롱을 마주할 때 느끼는 굴욕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시선을 돌리자 청광파에도 어여쁜 여 제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눈에서 작은 비웃음이라도 보이는 순간, 감히 상대를 꼬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는 이젠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지금 여자를 꾀어낼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상냥한 성격으로 여심을 흔들어볼까 생각해봤지만 월천수는 그렇게까지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런 행위는 구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월천수는 비열하고 수치스럽고 더러운 일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 자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됨됨이에 있어 최소한의 패기는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월천수는 아직 뼛속 깊이 뒷골목을 주름 잡던 두목이었다.

그는 길가에서 등에 장검을 찬 이들을 보며 속으로 부러워하고 있었다. 등에 찬 장검은 네 번째 단계의 연공에 도달한 제자들만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연공을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눈다면, 네 번째 단계부터 중급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청광파에서 특별히 만든, 세속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장검을 하사해주었다.

비웃음 어린 시선을 벗어나기 위해 월천수는 뒷산 깊은 곳까지 갔다. 일반적으로 뒷산엔 은거한 청광파 선조들이 머물기 때문에, 일반 제자들은 이곳까지 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월천수도 그 사실을 알기에 기도를 하는 마음으로 향하였다.

길 끝을 보니 몇 십 채의 고풍스런 건축물들이 보였다. 월천수는 발걸음을 멈추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저 앞에 있는 사숙조들의 영역에선 설사 장문인이라 할지라도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그도 이곳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가려고 할 때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뭐지 이건?’ 측면에 작은 길이 하나 나 있었다. 산세(*山勢: 산의 생긴 모양)를 살펴봐도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월천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래도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밀림을 헤집으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산세를 따라 반 시진정도(1시진=2시간) 걷자 발밑에 계단이 보였다. 계단 사이사이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길 또한 구불구불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이 어둡다보니 월천수는 돌아가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 계속 가보기로 하였다.

한 식경 후, 귓가에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고,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며, 물보라가 그를 맞이했다. 눈앞에는 폭포가 있었고 절벽을 따라 물이 떨어지고 있었으며, 밑에는 폭포로 인해 밤낮으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산골짜기 사이에 있는 물웅덩이 주위엔 사람들이 땅을 개간한 흔적이 보였다. 약 여섯 척이 넘는 돌비석이 물웅덩이 옆에 서있었다. 월천수의 각도에선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았다.

“금지”

핏빛으로 쓰인 큼지막한 글씨가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월천수는 자신이 못 올 곳에 온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러다 비석의 옆길로 시선을 돌리니 폭포 뒤로 어두운 동굴이 보였다.

들어가서 보고 싶지 않냐하면 그건 또 거짓말이었다. 월천수는 세 번 생각을 해보고 상념을 지웠다. 주위의 분위기가 아무리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영화 같은데서 항상 위험해지기 직전이 이런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옆에 있는 핏빛 글씨도 신경이 쓰이고.

동굴 내에서 갑자기 칠현금 소리가 들려왔다. 물소리와 섞여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칠현금을 타는 소리였다. 몸을 돌려 나가려던 월천수는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망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누가 봐도 이 어르신을 끌어들이려는 거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들어가 보련다.”

월천수는 마음을 정하고 곧장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예로부터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더니, 사람도 비슷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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