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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필드의 마법사 / Chapter 12: 필드의 마법사

장 12: 필드의 마법사

필드의 마법사

제12화

12화. 승부

앤디는 자기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는 로니의 말이라면 뭐든 다 듣는 선수였다. 그가 직접 앤디를 1군으로 끌어올렸고, 노팅엄 포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앤디의 꿈의 구단이었기 때문에 그는 항상 로니를 존경하고 따랐다.

보이어가 공을 받자 앤디가 달려나가 실랑이를 벌였다. 심판은 곧바로

휘슬을 불며 앤디의 반칙을 짚어냈다. 하지만 보이어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이혁은 사이드라인에 서서 보이어의 표정 변화를 관찰하고 있었다. 아직은 좀 부족한 듯했다.

그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6시즌을 보냈다. 처음 그는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나 추문에 추문이 더해지고 부상에 시달리면서 점점 명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보이어는 이번 시즌,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웨스트햄으로의 이적을 선택했고 세상에 천재 리 보이어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고 이혁은 생각했다.

그가 알기로, 2003년에 리 보이어는 웨스트햄에서 고작 반 시즌만을 버텼을 뿐이었다. 그는 다음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선택했지만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한때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실망 또한 한 몸에 받았던 이 천재 악동은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지자, 다시는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다.

조 콜 역시 철저히 봉쇄당하고 있었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거친 수비에 그는 위축되었다.

이 경기는 고작 FA컵일 뿐이었다. 그들은 곧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이번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다면, 이기더라도 그건 손해였다. 최대한 몸을 사리는 플레이를 했고, 그것은 노팅엄 포레스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웨스트햄은 분위기 반전을 꾀할 필요가 있었다. 이걸 해결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젊은 천재 리 보이어였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연속 세 번! 앤디는 반칙으로 보이어의 돌파를 막았다. 휘슬이 울렸지만,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보이어의 표정이 점점 변했다.

조 콜이 보이어에게 패스했다. 그는 공을 데포에게 연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터라 이를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공을 높게 차올렸다.

“보이어가 시티 그라운드의 지붕에다 슛을 쏘는군요!”

모트슨은 기회를 잡은 듯 풍자에 나섰다.

전반전에는 노팅엄 포레스트를 공격하더니 이제 그는 웨스트햄을 비꼬고 있었다.

보이어의 돌발 행동에 이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됐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팬들은 즉석에서 노래를 지어 부르기 시작했다.

“보이어는 뛰어난 선수~ 슛을 쏘면 하늘로 날아오르지! 와!”

보이어의 슛을 본 로드 글렌은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고 데포는 보이어를 향해 말했다.

“난 하늘 위가 아니라 여기 있다고!”

“꺼져버려!

보이어는 그에게 소리친 뒤, 몸을 돌려 뛰어갔다. 데포는 어이가 없는지 조 콜을 향해 양 손바닥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젊은 주장 역시 사납고 고집스러운 팀원을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어쩔 도리가 없는 듯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이혁의 계획은 앤디가 계속 보이어를 화나게 하고, 그러면 그가 앤디에게 보복해 보이어가 레드카드를 받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선수 한 명이 줄어들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이쪽이 전력에서 우위다. 성공만 한다면 괜찮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보이어의 태도에 데포 역시 어느 정도 화가 난 듯했다. 웨스트햄의 다음 공세에서 조 콜은 데포에게 패스했고 그것을 본 보이어는 공을 넘겨달라고 소리쳤으나,데포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공을 뺏기고 말았다. 하지만 데포는 끝까지 보이어를 무시했다. 노팅엄 포레스트가 공세로 전환했을 때, 보이어는 그들을 막으러 가는 게 아닌 방금 바닥에서 일어난 데포에게로 뛰어갔다.

“귀먹었어? 공 달라고 하는 거 못 들었냐고!”

그는 자신보다 여섯 살 어린 데포에게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데포도 주눅들지 않고 그에게 맞섰다.

“그럼 내가 공을 달라고 했을 때 그쪽은 어떻게 했는데요?”

두 사람은 경기 중인데도 욕설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놈!”

보이어가 데포의 얼굴을 때렸다.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건 싸움을 부추기는 야유 소리였다.

근처에 있던 도슨이 달려와 계속해서 데포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 보이어를 떼어냈다.

삑!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웨스트햄 선수들은 경악하며 달려왔다. 노팅엄 포레스트 선수들도 다 그쪽을 쳐다보았다. 다만 앤디는 가장 먼저 감독의 반응을 살폈다. 정말 그가 말한 대로 경기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혁 역시 몹시 놀라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기억에 의하면 보이어가 자기 팀 선수와 싸운 것은 정말 일어났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4월 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대 애스턴 빌라의 경기에서 리 보이어는 같은 편 키에런 다이어와 싸움박질을 벌여 둘 다 퇴장 당하고 말았다.

거의 비슷한 일이 보다 빠른 시기에 일어난 것이다. 이혁은 소름이 돋았다. 그는 어쩌면 미래를 바꾼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또 미래 역시 그가 알던 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간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로드 글렌은 들고 있던 물통을 바닥에 내던졌다.

“저런 멍청이 같으니라고!”

경기 양상이 팽팽해졌는데 한 명이 퇴장 당한다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모트슨은 신나서 더욱 큰 소리로 해설을 했다.

“보이어가 주먹을 휘둘러 아주 완벽하게 데포를 넘어뜨렸군요! 권투가 아니라 축구 경기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건 분명 퇴장감이에요,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장면이군요. 내일 신문은 오늘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다룰 것이 분명합니다. 같은 팀끼리 싸우는 건 저도 처음 보는군요! 리 보이어가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순간입니다!”

이혁은 사이드 라인으로 가 레이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이제는 몰아치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

조 콜은 움츠러들었고, 보이어가 빠지면 웨스트햄은 더 이상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데포는 지금 상황에서 철저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별다른 처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그런 일을 겪고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면 이제 웨스트햄의 공격은 걱정할 게 못 됐다. 남은 시간 동안 골을 넣을 수 있을지만이 관건이었다.

심판은 리 보이어에게 레드카드를 들었다. 관중석에서 야유와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보이어는 분노한 얼굴로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데포는 팀닥터의 부축을 받아 사이드 라인 부근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주심은 선수들을 불러 경기를 재개했다.

소란은 거의 일단락되었다. 이혁은 벤치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곧 골이 터지리라고 보았고 득점을 축하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승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곧 동점 골이 나오고 역전까지 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경기는 생각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 * *

한 사람이 줄어든 웨스트햄은 노팅엄 포레스트의 거센 공세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칙을 저질러야 하는 경우가 생길 정도였다.

두 번의 프리킥 찬스에서 제스는 훌륭한 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하나는 골대에 맞고 튕겨 나갔으며 다른 하나는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아슬아슬하게 골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혁은 탄식했다. 조금만 운이 좋았어도 들어갔을 것이다.

후반 35분에 접어들 무렵, 노팅엄 포레스트에게 마침내 결정적 찬스가 찾아왔다.

앤디가 라인을 타고 수비를 돌파하던 중에, 게리 브런이 공을 바깥쪽으로 차버렸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코너킥을 얻었다.

세트 피스는 모두 제스가 담당했다. 그의 킥이 가장 좋았다. 제스는 공을 놓고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 등 뒤는 바로 노팅엄 포레스트의 관중석이었다. 팬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제스! 바로 골을 넣어버려!”

제스는 고개를 돌려 웃으며 그렇게 말한 팬을 보았다. 팬들은 종종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연하다는 듯 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그만큼 선수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슨은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이혁이 소리쳤다.

“도슨!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들어가! 골대 앞으로 가라고!”

도슨은 키가 크고 해딩에 소질이 있었다. 190cm의 장신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된다. 그는 이혁의 말을 듣고 바로 위치로 뛰어갔고, 그가 다가오자 골키퍼 제임스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도슨을 마크해! 마크하라고! 이런 망할!”

제임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심판이 휘슬을 불었고 제스는 공을 차올렸다.

도슨을 견제한 것은 웨스트햄의 중앙 수비수인 이안 피어스였다. 그 역시 191cm의 장신이었다. 그만이 도슨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프력은 도슨이 더 뛰어났다. 그는 마크를 벗겨 내고 높이 뛰어올랐고 멋진 해딩슛을 시도했다.

제임스의 정면으로 공이 날아갔다. 그는 반응하지 못했다. 눈만 크게 뜬 채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철~썩

“우와아아! 도슨!”

시티 그라운드가 다시 한번 열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마이클 도슨!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첫 골을 기록합니다! 19세의 어린 선수입니다!”

“나이스!”

이혁은 골이 된 것을 보고 힘차게 주먹을 쥐었다.

노팅엄 포레스트 선수들은 도슨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휘슬이 울렸다. 주심은 골대 앞을 가리켰고 거기에는 이안 피어스가 엎드려 있었다.

“아, 골이 무효가 됐습니다! 마이클 도슨의 골이 무효 판정을 받았군요. 주심은 그가 경합 중에 이안 피어스를 눌렀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돼? 저게 어떻게 반칙이야?”

이혁은 화가 나 물통을 발로 찼다. 그가 보기에 이 골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심판에 의해 무효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혁은 이로 인해 부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감독님, 행동을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기장에서 쫓겨나고 싶지는 않으시죠.”

워커가 얼른 다가와 그를 벤치로 끌고 갔다.

“워커, 놔요! 저 망할 심판!”

이혁은 몸부림쳤다. 워커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감독님, 조용히 하세요! 감독님까지 이러시면 어떡해요? 경기 아직 안 끝났어요.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그 말에 이혁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하긴,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워커에게서 벗어난 뒤, 말했다.

“내가 실수할 뻔했네요, 고마워요.”

그는 다시 사이드 라인으로 돌아가 선수들에게 외쳤다.

“골이 무효가 된 건 신경 쓰지 마! 계속 몰아쳐! 아직 기회는 있다!”

이혁은 사이드 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계속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어쨌든 이번 경기로 그는 얻은 게 많았다. 우선 선수들에게 달라진 그의 성격을 충분히 보여줬으며 그들은 그 모습을 받아들였다. 또한 선수들은 그를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단지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서쪽 관중석 위에 있는 전광판을 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7분여. 후반 들어 노팅엄 포레스트는 계속 주도권을 잡고 있었는데도 아직 웨스트햄에게 한 골 차이로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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