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측비가 가볍게 말했다. "첩이 전하께서 다치실 뻔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찬 바람을 좀 맞은 데다가 다시 병이 들었네요. 콜록콜록. 모두 첩이 쓸모없어서 그렇습니다."
낙청한이 물었다. "태의는 봤어?"
백측비의 눈빛은 물처럼 부드럽고, 목소리도 점점 더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작은 병일 뿐이니 태의를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첩이 돌아가서 좀 누우면 괜찮아질 테니, 전하의 염려에 감사드립니다."
"병은 일찍 치료하는 게 좋다. 돌아가면 내 패를 가지고 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게."
백측비는 고개를 숙이고, 하얀 얼굴에 옅은 홍조가 피어올랐다. 여인의 수줍은 모습이 드러나며 매우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대답했다.
"네."
진양원은 마음속 신 감정을 억누르며 웃으면서 아첨했다. "전하께서 백측비 마마에게 정말 잘해주시네요."
백측비가 부드럽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잘해주십니다."
진양원은 일부러 귀여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전하께서는 언니에게 가장 잘해주시는걸요!"
백측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만 애정 어린 눈빛으로 태자를 바라보았다.
이측비는 마음속으로 백측비를 개처럼 욕했다.
'이 흰 연꽃은 약한 척하며 태자전하의 관심을 끌기만 하는구나. 뻔뻔하기 짝이 없어!'
진양원도 머리가 없는 것 같아. 흰 연꽃의 발만 추켜세우고, 이러면 동궁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꿈이나 꾸라지!
이측비는 눈을 돌리며 화려하고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전하, 첩이 최근에 서역춤을 연습하고 있는데 이제 좀 익숙해졌습니다. 오늘 밤 첩의 처소에 오셔서 감상해 주실 수 있을까요?"
모든 비빈들은 속으로 '이런 망측한!'이라고 생각했다.
백측비는 그저 태자의 관심을 끌려고 했을 뿐인데, 이측비는 직접 태자를 자기 처소로 끌어들여 밤을 보내려 하다니! 너무 뻔뻔하다!
낙청한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중에 보자."
이측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교태를 부리며 그의 마음이 바뀌기를 바랐다.
다른 비빈들도 뒤처지지 않으려 머리를 짜내어 태자가 오늘 밤 자신들의 처소를 방문할 이유를 찾으려 했다.
낙청한은 변함없이 냉정했다.
이런 상황은 그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기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의 시선이 여인들을 스쳐 지나 마지막에 손희아에게 머물렀다.
모든 여인이 총애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그때, 오직 손희아만이 고개 숙여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녀 앞에 과일 껍질이 이미 쌓여 있었다.
그 양을 보니, 아마도 자신이 오기 전에 그녀가 이미 많이 먹었을 것이다.
낙청한은 참지 못하고 부르고 말았다.
"손양제."
손희아는 고개를 들었다. 입 안에는 아직 음식을 씹고 있어 볼이 부풀어 있었다.
낙청한은 어릴 때 키웠던 다람쥐가 생각났다.
그녀의 지금 모습이 그 다람쥐와 매우 닮았다.
좀 가애롭군.
태자가 손양제를 부르자 모든 여인들이 입을 다물고 일제히 고개를 돌려 손희아를 바라보았다.
원래 거의 투명인간 같았던 손희아가 순식간에 모두의 주목을 받는 초점이 되었다.
손희아는 재빨리 입 안의 음식을 삼키고 일어섰다.
"전하께서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낙청한은 손에 든 찻잔을 돌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내일은 모후의 생신이라 저녁에 봉서원에서 연회가 열릴 것이다. 그때 나와 함께 참석하도록 하게."
손희아는 눈을 깜빡였다.
'황후의 생신 연회구나.'
'분명 맛있는 음식이 많겠지?'
'가야지, 가야지!'
'안 가면 바보지!'
그녀는 흥분해서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좋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빈들이 손희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러움과 질투였다면, 지금은 그 부러움과 질투가 10의 N승만큼 커져 있었다.
그 짙은 질투심은 거의 손희아를 천 갈래 만 갈래 찢어버릴 기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