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ítulo 5: 제05장 당신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를 주겠다
곽소라는 웃으며 차가운 얼굴에 드물게 부드러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손으로 할머니의 귀밑 흰 머리카락을 살짝 어루만지며 아이를 달래듯 목소리를 낮췄다. "전학 수속은 이미 끝냈어요. 이제 떠나야 할 때예요. 몸 건강히 잘 지내시고, 약 꼭 잊지 말고 드세요. s시로 돌아가면 다시 찾아뵐게요, 네?"
양추화는 뺨에 닿는 부드러움을 느끼며 목이 메어왔다. 한참 뒤, 그녀는 손을 들어 곽소라의 손을 꼭 잡았다. "알았다, 할미는 네 말 다 들을게."
"착하셔라." 곽소라는 매우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하효만은 보면서 속이 편치 않았다. 자신은 방금 할머니에게 말해서 입이 마르도록 설득했는데도 도시로 돌아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더니, 이 시골 계집은 단 두 마디로 승낙을 받아냈다니?
이 시골 계집이 사람을 꼬드기는 솜씨를 과소평가했나 보다!
그때, 밖에서 구급차가 도착했다.
잠시 후, 할머니는 하효만의 강력한 요구로 의료진에 의해 구급차에 실려 갔다. 병원에 가기 전, 하효만은 곽소라에게 빨리 꺼지라는 경고의 말을 몇 마디 더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곽소라는 하효만이 떠난 후, 위층 방으로 올라가 이미 정리해 둔 여행 가방을 침대 밑에서 꺼냈다.
오늘 하효만의 이 소동이 없었더라도, 그녀는 곧 떠날 예정이었다.
육소라에서 곽소라로 이름을 바꾼 이 몇 개월 동안, 그녀가 아직 곽씨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첫째, 양추화의 건강이 걱정됐기 때문이고, 둘째는 고2 하학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몸의 친부모와 학기가 끝나고 고3때 전학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곽소라는 낡은 책상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모서리의 먼지를 살짝 털어낸 후, 편지를 가방에 넣었다.
***
여행 가방을 끌며 곽소라가 막 대문을 닫았을 때,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멀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난 검은색 승용차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폭스바겐 로고를 달고 있었지만, 차체의 선은 매우 멋지고 유려해 보였다. 절제된 가운데서도 화려함이 엿보였다.
잠시 후,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그는 검은색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고, 내린 후에는 게으르게 차 문에 기대어 곽소라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곽소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정교한 얼굴에 몇 분의 무심함을 더했다. 그리고 가방을 끌며 그에게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일부러 날 기다린 거야?"
남자는 팔짱을 끼고 옥같은 턱을 살짝 들어 곽소라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마지막엔 그녀의 여행 가방에 시선을 멈추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쫓겨난 거야?"
곽소라는 그를 슬쩍 보며 말했다. "남의 대화를 엿듣는 건 군자가 할 일이 아니지."
민지욱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두 집이 담장 절반밖에 안 떨어져 있다는 걸 잊었어?"
"그래서? 이웃집 형, 일부러 여기서 기다린 건 목숨 구해준 은인을 조롱하려고?"라고 곽소라는 팔짱을 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거의 1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민지욱은 곽소라가 자신의 이름도 묻지 않고 계속해서 '이웃집 형'이라고 부르는 행동에 대해 이제는 이를 갈며 화를 내던 것에서 익숙해졌다. 곽소라의 신파같은 과거에 대해서도 물론 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지금 어떻게 할 생각이야?" 민지욱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야구 모자 아래의 그의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잘생겼는데, 특히 그 눈은 깊고 끝을 알 수 없어 마치 별처럼 무한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갈 데 없으면 내가 임시로 받아줄 수도 있어."
곽소라는 민지욱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그리고는 손에 든 여행 가방을 그의 앞에 탁 내려놓았다. "이렇게 하자. 은혜를 갚을 기회를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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