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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필드의 마법사 / Chapter 10: 필드의 마법사

Capítulo 10: 필드의 마법사

필드의 마법사

제10화

10화. 승리를 위해서(상)

라커룸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팀이 2부 리그로 떨어진 이후,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으며 심지어 어떤 선수들은 챔피언십이야말로 자신들에게 맞는 리그고, 프리미어리그는 과분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없었던 것이다.

패배의식.

이런 음울한 생각은 데이비드 플렛이나 폴 하트도 바꾸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로니는 선수들을 향해 그 누구보다 과감하게 도발하면서 분위기전환을 해냈다.

선수들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 듯했고 눈에서는 불길이 일었다.

“좋아, 이제 출발하자!”

선수들이 라커룸을 나섰다. 마지막 선수가 밖으로 나가자 이혁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워커를 보았다. 긴장감이 넘치던 그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어휴, 힘들어. 이 짓도 두 번은 못하겠습니다.”

워커는 이혁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는 것을 보고는 같이 웃었다.

“감독님, 정말 대단했습니다.”

“자, 우리도 가죠.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경기를 봐야 알겠죠.”

* * *

두 사람이 벤치로 돌아갔을 때, 양 팀 선수들은 경기장에 올라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혁은 관중석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3:0으로 패배하고 있으니 팬들은 졌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그래서 관중석은 꽤 많이 비어 있었다.

잠깐 화장실을 가거나 먹을 것을 사러 간 것일 수도 있지만, 진짜 경기장을 떠난 것이라면 이혁은 그들이 곧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뒤에서는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이혁은 여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참다못한 워커가 다시 나서려고 했다. 이혁은 그를 잡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번 경기의 진형은 워커가 짰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주력이 모두 나왔으며 부상 선수는 없었다. 이 진형과 멤버들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리 약하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모든 경기를 엉망으로 끝내고 있었다.

이혁은 이게 실력보다는 정신 상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실 선수들이 힘들만도 했다. 감독은 교체되고 구단은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다. 선수들의 앞날은 어두웠다. 이런 상황에서 코치진 또한 의욕을 잃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가 한 일은 별거 없었다. 그들의 마음속 깊숙이 감춰져 있던 투지와 희망을 다시 꺼내준 것뿐이었다. 아무튼 이제 선수들은 모두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원했다. 바로 자기 자신들을 위해서, 그리고 혹자는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서.

* * *

심판이 휘슬을 불자 그와 동시에 경기가 시작됐다. 중계석의 존 모트슨은 물을 한 모금 마셔 목을 풀어준 뒤, 마이크를 켜고 자기 일을 시작했다.

“FA컵 3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노팅엄 포레스트 대 웨스트햄의 경기! 웨스트햄이 3:0으로 앞서나가는 가운데,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아, 시작부터 반칙입니다!”

그는 준비한 말을 하기도 전에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앤디 레이드가 공을 뺏는 과정에서 웨스트햄의 주장인 조 콜을 밀어 넘어뜨린 것이다.

이혁은 조 콜의 미래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촉망 받는 잉글랜드 선수는 사람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의 가장 큰 약점은 몸이 허약하다는 것이었다. 굳이 일부러 부상을 시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잘 다치는 사람은 거친 플레이를 마주했을 때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조 콜은 실력은 좋으나 부상이 잦아 항상 발목을 잡았다. 그 역시 거친 플레이를 만난다면 무조건 위축될 것이다. 이혁은 이 점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웨스트햄은 프리킥을 얻었다. 반칙을 한 당사자인 앤디 레이드는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의도한 반칙이었기 때문이다.

프리킥! 웨스트햄은 곧 볼 소유권을 바로 넘겨주고 말았다. 데포가 아무 생각 없이 패스를 하여 공이 상대 팀 선수에게로 간 것이다. 이 실수에 대해서 로드 글렌 감독이나 웨스트햄 선수들이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전히 느슨한 마음이었다.

도슨이 공을 잡았다. 이건 기회였다. 웨스트햄 선수들은 공을 넘겨줬는데도 빠르게 수비 라인을 갖추기는커녕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이혁은 벤치에서 일어나 경기장 쪽으로 내려갔다. 모트슨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농담을 퍼부었다.

“로니 감독이 내려가고 있군요! 아마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려는 것 같은데……. 그는 그전에 자기 선수들부터 조심해야 할 겁니다. 또 부딪혀서 넘어지기 전에요! 하하!”

도슨 역시 이혁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혁을 보았고 그가 집게손가락을 들어 긴 포물선을 그리는 것도 보았다. 롱 패스를 하라는 것 같았다.

현재 웨스트햄의 진형은 무너졌으며 뒷공간이 헐거워져 역습을 당하기 좋은 상황이었다. 잭 레스터가 가장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는 전반전에 엉망이었던 터라 믿어도 될지 의심스러웠고, 수비도 딱히 경계하지 않았다.

도슨은 이를 악물더니 빠른 타이밍의 로빙으로 공을 차올렸다.

뻥!

공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이 올랐고 길었다. 수비수를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정도였지만 공이 멀고 느렸다.

‘제발……’

이혁도 도슨도 코칭 스태프도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패스가 정확하길 빌었다. 이 한 번의 역습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그들에게 시간을 주는 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역전의 확률은 훨씬 적어진다.

공이 날아오르며 웨스트햄 수비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정확히 나타난 사람은... 잭 레스터였다!

만약 경기 내내 안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었던 잭 레스터가 이 정도로 열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정확했던 반면 조금 느렸던 로빙 패스는 따라오는 수비들로 인해 무위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근 3년 동안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잭 레스터에게 그 공은 느린 공이 아니었다.

도슨의 정확한 패스와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난 잭 레스터의 콜라보!

이혁은 주먹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건 마치 주문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건 골이다, 골!”

레스터는 아직 페널티 에어리어의 바깥이었다. 그를 저지하기 위해 중앙 수비수인 토머스 렙카가 높이 뛰어올랐으나 도슨이 패스한 공을 빼앗지는 못했다. 공은 레스터의 가슴으로 날아왔다.

이혁 역시 다급하게 외쳤다.

"거기서!"

이혁의 간절함 때문인지 잭 레스터라는 선수의 열망 때문인지 그는 연습시에도 해내기 힘든 수준의 완벽한 가슴 트래핑을 성공하면서 공을 받아냈다. 팬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골 넣어라!”

레스터는 상대 골키퍼가 어디 있는지도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온몸의 신경이 이미 완벽한 골 찬스임을 알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놓치지 않을 거란 확신이 가득 차있었다.

반면 웨스트햄이 시종일관 몰아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골키퍼 제임스는 바깥쪽으로 꽤 나와 있었고 전반 내내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을 정도라 아직 몸이 덜 풀려 있었다.

그는 얼른 팔을 뻗어 막아내려고 했지만, 공은 그의 손끝을 스치고 지나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썩

“잭 레스터……! 정말 멋진 골입니다!”

모트슨은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외쳤다.

시티 그라운드는 레스터가 골을 터뜨리자 갑자기 불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뛰어오르자 장관이었다. 그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아!”

레스터는 골을 넣은 것을 확인하자 미친 듯이 벤치로 달려갔다. 그는 이 골에 대해 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표하고 싶었고 또 그의 칭찬을 듣고 싶었다. 그 사람은 바로…… 사이드 라인에서 팔을 휘두르며 환호성을 지르는 로니 감독이었다!

존 모트슨 역시 그 광경을 보고 무언가 느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꺼져버린 열정에 다시 불을 지폈고 바로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었다. 이 순간, 뒤에서 쉴 새 없이 날아오던 욕설은 어느새 멈춰 있었다. 선수들과 코치들은 단 한 가지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포레스트! 포레스트! 노팅엄 포레스트!”

바야흐로 3만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티 그라운드가 노팅엄 포레스트의 홈 구장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선수들이 몰려와 레스터를 둘러쌌다. 이혁은 공중에 주먹질을 해대면서 그들에게 소리쳤다.

“저기 저 관중석을 봐! 이래야 우리의 홈 구장이지! 봤어? 저들은 우리 팬이 맞다고! 이제 경기장으로 돌아가서 웨스트햄에게 또 매운맛을 보여주자! 빨리 돌아가, 역전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고!”

이혁은 흥분한 선수들을 돌려보내고 그도 벤치로 돌아갔다. 데비 워커가 일어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최고에요, 감독님!”

“레스터와 도슨이 멋지게 해줬어요.”

이혁은 겸손하게 말했다.

“다 감독님 덕이죠!”

워커가 웃으며 받아 쳤다. 이혁은 고개를 돌려 마이클 등을 보았다. 그들은 난감한 기색이었다. 팀이 골을 넣으니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이혁을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을 보며 입을 벌려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마이클은 얼굴을 굳히며 그에게 말했다

“아직 좋아하긴 이르지! 두 골이나 지고 있다고! 정말 실력이 있다면 이 경기를 이겨봐! 그럼 내가 당신에게 술을 사지!”

“그래? 말 바꾸진 않겠지?”

“당연!”

“그럼 지갑 비울 준비나 하라고!”

이혁은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워커, 밤에 번스의 술집이나 가죠. 누가 술을 산다네요.”

워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트슨은 잭 레스터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잭 레스터 선수는 전반전에는 제대로 뛰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방금 보여준 골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저는 이번 FA컵에서 나온 골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봅니다. 도대체 하프 타임에 라커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의 노팅엄 포레스트는 전반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로니 감독이 무슨 새로운 지시라도 내렸나 봅니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사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웨스트햄은 막느라 정신이 없어 보여요!”

그의 말이 맞았다. 웨스트햄은 수비하기에만 급급했다. 모든 포지션에서 거칠게 심한 압박이 들어가니 이기고 있는 웨스트햄 선수들 입장에서는 실수를 할까봐 걷어내는 수비만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온전히 노팅엄 포레스트의 공격기회가 되었다.

한 골만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는 게 바로 축구다.

레스터의 골은 홈팬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고 선수들의 열정에도 불을 질렀다. 반면 웨스트햄 선수들은 초조해졌다. 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공격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웨스트햄의 미드필더진은 팀의 사기와는 상관없이 항상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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