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3반, 간애는 교실 문 앞에서 저절로 걸음을 멈췄다. 교실에서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모든 것이 간애에게 아득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친구들은 문 앞에 서 있는 간애를 보고 일제히 말을 멈췄다. 그 순간 너를 격리시키는 그런 반응이었고, 어떤 이들은 표정조차 감추지 못했다.
간애는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장면은 너무나 익숙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녀는 이 반에서 마치 외부인처럼 지냈고, 한 번도 진정으로 어울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친구들도 잠시 후 각자 자신의 일을 계속했고, 큰 병을 앓고 학교로 돌아온 간애에게 상태를 물어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간애에게는 관계없는 사람들의 가식적인 관심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안 들어갈 거면 옆으로 비켜! 문 앞에 서서 문신 역할이라도 하는 거야?"
이때, 뒤에서 짜증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애는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보았고, 경멸과 조롱이 담긴 눈과 마주쳤다.
비록 십여 년 만에 보는 사이였지만, 간애는 눈앞의 사람을 단번에 알아봤다. 바로 관도의 말로는 자신을 연못에 밀어넣은 범인, 박운미였다.
박운미는 키가 크고 마른 편이었으며, 작은 얼굴에 큰 눈을 가졌고, 인형처럼 정교했다.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박운미는 그런 공주 같은 외모 아래 극도로 폭력적인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게다가 그녀는 주도적으로 도발하길 좋아했다. 간애는 예전에 다른 반 여학생이 단지 복도에서 그녀를 잠깐 쳐다봤다는 이유만으로 박운미와 그녀의 동료들에게 혼쭐이 난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도 최대한 이 사람을 피했었다. 당시의 자신은 조용하게 지내며 공부에만 열중했고,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낮췄기 때문에 박운미와 큰 마찰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태어나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이 반에서 유명한 '여자 불량아'라니!
간애는 시선을 거두고, 추가적인 표정 하나 남기지 않은 채 곧장 자리로 향했다.
박운미의 표정이 굳어졌다. 간애가 자신을 무시한 것이 받아들이기 힘든 듯했다. 예전에는 자신을 보면 머리를 셔츠 깃 속에 파묻고 싶을 정도로 움츠리던 간애가 방금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니?
간애가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자마자, 박운미가 쫓아와 간애의 자리 옆에 멈춰 서서 눈을 부라리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간애, 임일이 널 좋아한다는 편지를 썼다고 우쭐대지 마. 넌 아마 모를 거야. 임일이 네게 편지를 쓴 이유는 언천이랑 임일이 내기를 했기 때문이야. 너 같은 책벌레가 임일을 좋아하는지 내기를 한 거라고."
"맞아, 자기가 정말로 임일이랑 사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거기다 쪼르르 달려가서 임일한테 고백하다니, 진짜 웃겨 죽겠네." 다른 여학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간애는 책상을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이 말을 듣자, 그녀가 기억하지 못했던 일들이 갑자기 명확해진 것 같았다.
임일, 이 이름은 간애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임일은 그녀의 청춘에서 유일하게 짝사랑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애는 임일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한 적이 없었다.
물론, 임일은 잘생겼고, 농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했으며, 성격이 밝아서 그를 좋아하는 여학생이 많았다. 그 중에는 눈앞의 박운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간애에게는 그저 과거일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고등학교 3년 내내 임일을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박운미가 자신을 연못에 밀어넣은 일은 아마도 임일이 자신에게 준 편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