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약간의 자책감이 담겨 있던 눈동자도 조롱으로 바뀌었다.
"10배? 네가 그걸 낼 수 있기나 해?"
불쾌한 어조에 의심이 가득했다. 고씨 그룹의 유동 자금도 10억을 넘지 않을 텐데.
아무런 배경도 없는 소혜라가 어떻게 함부로 1억을 낼 수 있다는 건가?
"당신이 능력 없다고 다른 사람도 없을까요?"
혜라는 비웃으며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 핸드백을 집어 들고, 그 안에서 수표 뭉치를 꺼내 그의 면전에서 1억 금액의 수표를 썼다.
생각해보더니 그것을 지우고, 다시 5천만의 수표를 작성했다.
"일시불로 지급할 만한 가치는 전혀 없네요. 기껏해야 할부 지급 정도나 되겠어요. 이 5천만은 당신에게 주는 계약금이에요."
혜라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나머지 5천만은... 좋은 날을 골라 당신에게 큰 선물로 보내드리죠."
고혁진의 차갑고 준수한 얼굴은 음울하게 얼어붙었다. 그는 혜라의 손에 있는 수표를 받으려 하지 않고, 그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눈빛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무력함과 슬픔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