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유독 길게 느껴졌다. 마치 진한 먹물이 하늘에 칠해진 것 같았고, 칠흑 같은 밤에는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차갑고 뼈를 에는 바람이 막씨 집안의 호화 저택으로 불어 들어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는 박영옥은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났다. 그녀가 나오자마자 본 것은 2층 복도에 웅크리고 있는 여자, 바로 그녀의 며느리였다.
"하서연!" 박영옥은 눈썹을 찌푸리며 몇 걸음으로 달려가 바닥에 있는 여자를 잡아끌려 했다. "뭐하는 거야? 왜 여기서 웅크리고 있는 거야?"
이렇게 추운 날씨에 방에서 자지 않고 여기서 웅크리고 있다니, 일부러 아프려고 하는 건가? 아프고 싶으면 상관없지만, 먼저 몸을 회복해서 손자를 낳은 다음에 하라고.
"일헌은?" 박영옥은 앞에 있는 초췌하고 보기 싫은 여자를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았지만, 조금도 안쓰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