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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 패도신공 / Chapter 10: 10화. 입문

บท 10: 10화. 입문

10화. 입문

제자는 현천공에 입문을 하였다. 혁삼사는 눈물을 훔치며 정말 신이 도운 것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월천수를 제자로 들일 때 만 해도, 사형제들이 난감해 할까봐 인정에 못 이겨 거두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근골의 제자는 누구도 거두지 않았을 것이다.

거둔다 해도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청광파는 수진계에서의 역사만 수천 년이었기에,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었다. 누군들 자손들이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하나 청광파에 입문했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백 세도 못 채우고 세상을 등지는 일이 태반이었다. 전례에 따르면 수진의 근골이 없는 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었다.

처음 혁삼사도 별 뜻은 없이 그냥 잡일을 시킬 제자로 거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월천수의 지극한 노력은 그를 감동시켰고, 제자의 마음속에 있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월천수에게 잘 대해주는 것 외에는 해줄 것이 없었다. 그저 제자가 행복하게 인생 수십 년을 살길 바랐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혁삼사는 조용히 얼굴을 적신 눈물을 닦으며 제자의 미소를 봤다. 그 미소를 보자 안도감이 들었다. 그는 문 밖으로 나가 그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제자를 위한 호법을 서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말로 입문의 중요한 순간으로, 그 누구의 방해도 허락할 수 없었다.

예부터 바다는 백 개의 강줄기를 품는다. 그 거대함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수진에 막 입문하여 단전이 부풀어 올라 형태를 잡아가는 중요한 순간에는, 단전이 영기를 흡수하면 할수록 그 부피는 더욱 커진다. 그 말인 즉 앞으로 수행을 하면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었다.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혁삼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제자를 지키고 있었다.

수진계는 다섯 단계로 나뉜다. 연기, 축기, 결단, 원영, 도겁. 일반적인 상황에서 단전이 부풀어 오르는 걸 이틀을 넘기지 못하는 이들은, 향후 축기의 단계를 넘기가 힘들다. 이틀을 넘기면 축기까지 희망이 있고, 삼 일을 넘기면 결단까지 희망이 있고, 사 일을 넘기면 원영까지 희망이 있고, 오 일을 넘긴다면 도겁까지 희망이 있었다. 이런 셈법은 수진계에서 흔히 쓰는 방법이었다.

혁삼사가 입문을 할 당시에 나흘정도 단전이 부풀었고, 현재 원영 초기에 달했다. 지금 제자 단전이 부푼 지 이틀이 넘었으니 축기는 무난할 것 같았다.

* * *

월천수가 앉고서 이틀이 지나자 단전이 구형으로 부푼 것이 느껴졌다. 영기가 흡수되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았다. 다시 풍선처럼 부풀게 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단전을 부풀리는 것은 현천공 책에 적혀있듯 한계가 존재했다. 기공을 멈추려는 그때, 갑자기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 물건은 마치 단전에 이끌리듯 점차 그곳을 향해 갔다.

그 물건이 단전에 파고들자, 원래 크지 않았던 단전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월천수는 고통으로 인해 전신에서 땀을 흘렸지만, 그 물건은 단전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이 울리더니 어떤 화폭이 그 속에 펼쳐졌다. 흐릿한 와중에 금색 구체가 떠올라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월천수는 그제야 그것이 백여우가 준 금빛구슬임을 깨달았다.

구슬이 단전을 꿰뚫는 고통이 느껴지자 당황스러웠다. 설마 머릿속의 이 그림이 단전 안의 상황이란 말인가. 금빛구슬이 회전하는가 싶더니 단전내의 진기가 금빛구슬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제길!”

월천수가 대경실색한 사이 단전 내의 진기는 금빛구슬에 의해 거의 흡수되었고, 막 형태가 잡혀가던 단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었다. 금빛구슬을 멈추게 하고 싶어도 통제를 벗어나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제발, 일 년을 고생했는데 원상복구라니.”

월천수는 다급하게 현천공을 운공하며, 끝없이 영기를 흡수해 단전으로 불어 넣었다.

금빛구슬은 작지만 무저갱(*無底坑: 악마가 벌을 받아 떨어지는 끝없는 구렁텅이) 마냥 끝없이 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월천수는 이게 도대체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이것과 끝장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현천공으로 있는 힘껏 영기를 흡수하고, 금빛구슬도 있는 힘껏 영기를 흡수하며 사람 하나와 구슬 하나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삼 일이 지나자 혁삼사는 제자의 잠재력에 놀랐다. 제자는 여전히 단전을 불리고 있었고, 그는 계속해서 호법을 섰다.

사 일이 지나도 진기가 아직 흡수되고 있자, 혁삼사는 조금 의아했다.

오 일이 지나자 혁삼사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쓰레기 같은 재능의 제자가 도겁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청광파 뿐만 아니라 수진계를 통틀어서 이런 잠재력을 가진 이는 몇 없었다. 그는 앉지도 못하고 제자의 방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육 일이 지나자, 혁삼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칠 일이 지나자 혁삼사는 조금 불안해졌다. 연공 중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손바닥에서 나온 기가 여전히 월천수의 인중으로 흡수되자, 혁삼사는 이 정도로 빠르게 흡수를 하는데 어떻게 단전이 남아나는지 의문을 품었다.

* * *

월천수는 스승의 걱정은 모른 채, 죽을힘을 다해서 금빛구슬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빠르게 돌던 금빛구슬도 느려지기 시작했다. 월천수는 기뻐하며 드디어 금빛구슬의 배가 불렀다고 생각했다. 진기로 전환된 영기가 밀려오자 단전이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단전은 원래 크기의 삼분의 이 정도에서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월천수는 자신한테 이런 물건을 준 백여우의 십팔 대 조상까지 욕을 했다. 이러다 축기기에 도달하지 못해 자신의 꿈인 어검 비행도 못하게 될까 겁이 났다.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보통의 빠르기로 회전하던 금빛구슬이 빛을 발하더니 단전이 삽시간에 뜨거워졌다. 얼마나 뜨거운지 월천수가 진기를 반나절 집어넣어도 안 되던 게 갑자기 가능해졌다. 이미 모양이 잡혔던 단전이 다시금 부풀어 올랐고, 월천수는 잠시 당황했지만 기회가 왔을 때 뜨거움을 참고 현천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진기를 끝없이 주입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단전이 이전의 대여섯 배는 족히 커졌을 때, 금빛구슬은 광명을 거두고는 규칙적인 궤도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지만, 월천수는 내심 만족하고 있었다. 지금 단전의 크기로 봐서 도겁까지는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월천수는 기뻤다. 단전을 부풀리는 것만으로도 연기의 일 단계이니, 현천공 연기 일 단계 시범을 해보기로 했다. 진기를 이끌자, 경맥에서 막힘없이 흘렀다. 주천을 몇 바퀴 돌자 월천수는 정신이 번쩍 들며 마음속으로는 기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머릿속으로 연기 이 단계인 진기운행을 떠올리며 이를 깨물고 낯선 경로로 향했다.

강력한 진기는 거침없이 달려 나갔고, 경맥이 넓어지는 고통은 어쩔 수 없었으나 월천수는 그 고통마저도 즐거웠다. 이를 악물고 운공을 계속하자 이 단계도 통과했다. 방금까지의 아픔이 사라지고 경맥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편안하구만! 진기를 앞세워 다음은 삼 단계 진기 운행이다! 하하!”

월천수는 진기를 다시금 앞세워서 거침없이 장애물을 넘어 주천을 돌기 시작했다.

“목표는 사 단계 진기운행이다!”

월천수가 의지를 표하자 진기는 용맹하게 나아갔다. 하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아 고통이 거대했다. 반나절을 시도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는 속으로 욕을 했다.

‘망할 놈, 안 되잖아! 바꿔버릴까 보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동지들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진 대업을 위해 앞으로 돌격하라!’

월천수는 진기를 극한으로 운행하여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뚫었다. 비록 고통으로 몸이 떨렸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아 최후까지 남은 장애물을 돌파했다.

순간 몸을 온천에 담근 듯 편안해졌다. 진기가 계속 돌자 기경팔맥을 관통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 감각을 마음껏 즐긴 월천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설마 나 이런 식으로 현천공 초급을 뗀 건가? 이건 사부님에게 여쭤봐야겠다.”

진기를 천천히 단전에 갈무리하자 단전의 거대함을 알 수 있었다. 문득 이렇게 거대한데 자신의 배도 같이 커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한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제자가 아직 깨어나지 못하자 혁삼사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제자에게 문제가 생겼다 생각했고 어찌해야 할 지 고민하던 찰나에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월천수는 자리에서 벌떡 뛰어 올라 귀신을 본 것 마냥 배를 끊임없이 만지더니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곤 안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휴, 다행이다. 배가 커지지는 않았구나. 깜짝 놀랐네!”

갑자기 늙은 얼굴 하나가 다가와 놀란 월천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보고는 말했다.

“사부님! 오셨어요!”

혁삼사는 제자의 몸을 훑어보고는 의심스레 말했다.

“너 한 달을 앉아있었는데, 문제가 없는 것이냐?”

“하하! 그럼요!”

월천수는 가슴을 팡팡 때리곤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제가 성공했습니다!

그리곤 몸이 굳었다.

“제가 한 달을 앉아있었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장장 한 달을 문 앞에서 호법을 섰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보통이라면 아무리 길어도 오 일이면 되는데, 넌 어떻게 한 달을 앉아있느냔 말이다.”

혁삼사가 의문을 표하며 물었다.

월천수는 히히 웃었다. 아마 그 금빛구슬이 원인이겠지만, 지금 스승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저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혁삼사는 한숨을 내쉬며 제자의 어깨를 토닥이곤 말했다,

“넌 지금 연기 일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희망이 생겼으니 노력해서 사 단계에 든다면 기술을 연마 할 수 있을 것이다.”

“끙…….”

월천수는 민망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다가 물었다.

“사부님!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거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혁삼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월천수는 손바닥을 내밀어 한 가닥의 진기를 뿜어내 연꽃의 형상을 맺고, 진기를 흔들자 꽃술이 흔들리며 연꽃의 꽃잎 하나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또 다시 힘을 주자 두 번째 꽃잎이 피어났다.

“연기 이 단계!”

혁삼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자가 한 달 동안 이 단계를 돌파했을 줄은 몰랐다. 당황한 사이 세 번째 꽃잎이 피어나자, 혁삼사의 눈이 다시없을 정도로 커졌고,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번째 꽃잎이 피어날 때엔, 월천수의 온몸이 땀으로 젖어 기를 극한으로 돌리고 있었다. 네 번째 꽃잎을 본 혁삼사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사부님! 이것도 연기 사 단계로 치는 것입니까?”

“거두어라!”

혁삼사는 경악한 표정을 거두곤 엄숙한 표정만을 얼굴에 남겼다. 제자가 진기를 거두자 신중하게 말했다.

“천수야, 이 스승은 너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절대로 단전을 부풀린 걸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거라. 기억해라. 절대 다른 이에게는 안 된다! 네가 수련에 성공한 사실을 감출 순 없겠지만, 누가 묻는다면 나한테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공했지만, 내가 말하지 말라고 시켰다하여라. 절대로 한 달 만에 사 단계까지 성공했다고 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네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이다. 이 스승의 말을 반드시 기억해라!”

늘 혼자였던 혁삼사는 언젠가부터 월천수를 아들처럼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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