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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패도신공 / Chapter 2: 2화. 나의 엄마 나의 아빠

บท 2: 2화. 나의 엄마 나의 아빠

2화. 나의 엄마 나의 아빠

곽건이 차에서 끌려 내려와서 머리를 들어 올리자,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며 천둥소리도 들려 왔다. 군인경찰과 경비들은 얘기를 주고받고는 그를 지정된 형 집행 장소로 데려갔다.

형을 집행하는 이가 검은 총구를 죄수에게 겨눴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고 막 당기려는데, 별안간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이미 눈을 감고 있던 곽건이 번쩍 눈을 떠서 하늘을 보자, 쪼개진 보라색 번개가 그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순간 온몸이 마비되더니 점점 감각이 사라져갔다. 의식이 사라져 가는 가운데 그는 마지막으로 이 생각을 했다.

‘내가 얼마나 죽을죄를 지었기에, 하늘에서 벼락을 내리는 거야?’

사형수는 순식간에 재처럼 타서 쓰러졌고, 그 자리에 있던 경비들은 전부 얼어붙었다. 지휘요원이 정신을 차리고는 법의관을 불러 검사를 하게 했다. 잠시 후 법의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죽었습니다!”

타 버린 시체 앞에서 지휘요원은 전방의 캠코더를 보고는, 이걸 안 찍어두었으면 윗선에 말하기도 애매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집행인의 총을 뺏어 들고 시체의 심장부에 겨눠 ‘펑!’하고 한 발 쏘며 중얼거렸다.

“너는 판결에 의거한 총살이다. 번개에 죽은 게 아니라!”

* * *

무언가 얼굴을 이리저리 핥고 있다. 필사적으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나뭇잎 사이로 흘러들어온 따사로운 햇빛이 두 눈을 찔렀다.

‘정말 안 죽었군!’ 그는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다. 눈앞에는 붉고 큰 혓바닥이 날름거리고 있었다. 눈을 돌려보니, 큰 노란색 개 한 마리가 눈앞에 있었다.

개는 그가 일어나자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매우 기뻐보였다.

곽건은 깜짝 놀랐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세워도 제대로 앉지도 못할 뿐더러, 힘이 풀리자마자 뒤로 넘어졌기 때문이다. 몸이 많이 허약해진 것을 느꼈다. 젠장! 이건 배가 고픈 거다. 곽건은 이런 느낌에 익숙했다. 하지만 몸이 이렇게 허약해지다니, 죽음이 머지않았다.

“이런, 나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 어떻게 이렇게 배가 고플 수 있지?”

곽건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런 몸 상태는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설탕물 한 사발만 있으면 좋겠다. 체력을 조금이나마 빨리 회복할 수 있게. 하지만 지금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어떡하지?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큰 누렁이는 그가 또 움직이지 않자, ‘헥헥’ 소리를 내며 옆으로 다가왔다.

‘맞다, 개의 피로 보양을 하자! 이게 몸을 회복하는데 아주 좋지.’ 목표가 생긴 곽건은 준비를 시작했다.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한 손으로 바닥을 훑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돌을 집어 들었다.

이 개를 보아하니, 그와 아주 친한 것 같았다. 하지만 곽건은 그 견공을 몰랐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개를 죽이려면 코를 때려서 한방에 보내야 한다는 경험뿐이었다. 그는 손으로 천천히 개의 목을 졸랐다. 누렁이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오히려 신났는지 꼬리를 흔들어 댔다.

“아우… 아우…”

갑자기 누렁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곽건은 온 힘을 쥐어짜서 손에 쥔 돌로 팔 아래에 있는 개의 코를 내리쳤다. 그리고 그는 기력을 다 써버린 탓에 쓰러졌다. 큰 누렁이는 필사적으로 벗어나고자 한참 동안을 퍼덕거렸다. 이윽고 천천히 땅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믿기지 않는 것처럼.

곽건은 잠시 쉬다가 있는 힘껏 기어갔다. 그리곤 개를 잡아서 목을 물었다. 입 속의 개털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죽을힘을 다해 개의 목을 물자 비리고 건조하며, 약간 짠 액체 한 줄기가 입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는 비릿한 액체로 배를 채웠다.

배가 불러오자 곽건은 한숨을 내쉬면서 죽은 누렁이 사체를 베개 삼아 머리를 뉘었다. 개 피가 배로 들어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줄기 건조한 열기가 사지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다. 곽건은 누워서 천천히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아마 번개에 맞은 게 아닐까? 명이 길어 번개에 맞고도 죽지는 않은……. 하지만 본인이 왜 여기에 있는지, 본인을 왜 이렇게 놔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직 기력이 다 회복되진 않았지만 걸을 수는 있었다. 천천히 일어난 곽건은 여긴 어딜까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덜컥 놀라 멍해졌다. 숲의 정면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오래된 성벽이 세워져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사람들이 성문으로 드나드는 것이 보였다. 이상한 점은 사람들이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찍나? 근데 누가 나를 이런 곳까지 데리고 온 거지? 여긴 대체 어디야?’

의문을 한보따리 품은 채 곽건은 천천히 숲 밖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얼마 가지 못해 나무를 잡고 휴식을 취했다. 뒤쪽에서 시시콜콜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늙은 나무꾼이 땔나무를 메고 숲에서 걸어 나왔다. 곽건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차림새가 정말이지 옛날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영화를 찍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늙은 나무꾼은 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옆을 지날 때 곽건을 힐끗 쳐다봤을 뿐이었다. 그렇게 지나가던 나무꾼은 갑자기 멈춰 서더니 깜짝 놀라 곽건을 쳐다봤다.

‘젠장! 이 늙은이는 나를 알아보는 것 같은데.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려졌나?’

곽건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순간 악한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금의 체력으로는 도망칠 수도 없어.

늙은 나무꾼은 활짝 웃는 얼굴로 곽건에게 소리쳤다.

“월 도련님! 어떻게 여기 계십니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어딜 가 계셨던 겁니까? 월 어르신께서 사람을 풀어 찾고 있었습죠!”

‘이봐! 사람을 잘못 봤어. 역시 이 늙은 영감, 속이 검구나. 감히 이 몸에게 이런 농담을 하다니. 그럼 내 탓은 하지마라!’

곽건은 냉소를 지으며 나무꾼을 향해 주먹을 휘두를 생각으로 다가갔다.

늙은 나무꾼은 열정적으로 그를 불렀다.

“월 도련님! 저랑 빨리 돌아가시지요! 월 어르신께서 기다리다 돌아가시겠어요!”

“늙은이가 참 연기를 잘하는군, 배우를 하는 덴 다 이유가 있어. 나를 월 도련님이라고 부를 수 있다니!”

곽건은 그에게 다가갔다. 사기가 충만했지만 갑자기 머릿속에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도련님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맴돌며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 * *

이후 곽건이 다시 한 번 눈을 떴을 때, 그는 푹신한 침상에 누워있었다. 눈앞에는 머리를 땋은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소녀를 그는 알고 있었다. 곽건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녀는 곽건이 일어난 걸 매우 기뻐하며

“어르신, 부인, 도련님이 일어나셨습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갔다.

이런! 이 목소리도 매우 익숙하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전후사정과 결과를 합치고 머릿속 기억을 더듬어보자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이건 그가 인터넷으로 무수히 봐왔던 소설……. 곽건은 정말로 죽은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몸에 빙의됐다. 기억에 의하면 그는 지금 월천수라고 불리고 있을 것이다. 여기는 아마도 제비성에서 가장 부유한 상점, 월장귀의 집이 틀림없었다.

“수아야!”

사람이 오지는 않았지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빠른 걸음의 떨림이 바닥을 타고 전달되어왔다.

이건 우리 엄마의 목소리다. 곽건은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았다. 뇌리를 스치는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은, 침상 앞으로 걸어온 귀부인과 완전히 일치하였다. 부인 곁에서 뚱뚱한 중년 남자가 정색을 하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이 내 아버지다. 곽건은 머릿속에 남은 마지막 의혹마저도 떨쳐내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곽건은 침상을 둘러싼 사람들 중 한 청년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봤다. 곽건이 잘못 알아본 게 아니라면 그는 사촌형이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장면이 떠올랐고 그를 바라보는 곽건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 * *

사촌형의 이름은 설개보로 월천수의 외삼촌이 낳은 유일한 아들이었다. 몇 년 전, 설가는 관가에 밉보여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핏줄이라곤 설개보 홀로 남아 둘째 고모인 월천수의 어머니에게 의탁을 하게 되었다. 조카를 떠맡게 된 까닭은, 하나는 핏줄이기 때문이었고, 둘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 월가는 설개보를 아들처럼 대했다.

보름 전에 설개보는 사촌동생 월천수를 데리고 야외로 놀러 갔다가 강도를 만났다. 설개보는 도망쳤지만, 월천수는 붙잡히게 되었는데 월천수는 산채로 잡혀온 후, 산적 중 한 명을 통해 내막을 알게 되었다. 이번 납치는 그의 사촌형과 산적들이 함께 꾸민 작당이라고 했다. 처음에 월천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사촌형이 산채로 오는걸 보고 난 후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로 사촌형이 산채를 찾아온 그날, 월천수가 기르던 누렁이 한 마리가 냄새를 맡고 그를 찾아 왔다. 이빨로 그의 밧줄을 푼 후 사람 하나와 개 한 마리는 그렇게 황량한 산에서 도망을 쳤다. 다행히 누렁이가 길을 알아 도주한지 사흘 만에 겨우 연자성(燕子城)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 직전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월천수는 그대로 기절을 하고 만 것이다.

곽건은 사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죽은 후기절한 월천수의 몸에 들어오게 됐다. 그로인해 그는 깨어난 후 개를 알아보지 못했고 살기 위해 자신의 개를 죽였다. 누렁이는 결과적으로 주인을 두 번이나 살린 셈이었다. 단지 최후가 찝찝하기 그지없었지만 말이다.

순진한 월천수 도련님은 쓰러져 기절하기 전까지도 도대체 왜 사촌형이 자신을 해하려 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곽건은 그렇지 않았다. 월가의 독자이고, 그 독자가 죽으면 집안의 유산은 자연스럽게 그 조카가 물려받게 된다.

설개보의 얼굴에 옅은 걱정이 스쳤다. 물론 훌륭하게 가면을 쓴 채, 곽건을 향해 자상하게 웃어 보였지만……. 아, 이젠 월천수가 되었지.

‘개 같은 놈, 내가 안 죽은 게 아니꼽나 보구나. 내가 너한테 다시 죽을 뻔 한다면, 이 어르신 체면이 말이 아니지, 이 몸이 너를 어떻게 처리하나 잘 봐라!’

의원이 와서 그의 맥을 짚고는 단지 몸이 약해진 탓이지 며칠 쉬고 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했다.

한바탕의 소란이 지나간 후 방에는 시종 한 명만 남게 되었다. 월천수는 한마디도 벙끗 하지 않은 채로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반나절이 지나고 월천수는 생각을 정리했다. 여기는 전생의 화법에 따르면 말 그대로 고대 시대지만, 언어와 문자를 제외하곤 그가 아는 그 어떤 시대에도 속하지 않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전생의 지식 덕택에 이곳이 화하(华夏) 제국이라는 것과 이곳의 풍습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이곳의 생활 습관과 사람들은 예전 세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월천수는 신이 났다. 전생에 인터넷에서 전생 소설을 적지 않게 접했다. 주인공들은 전부 빌빌 거렸지만, 자신은 찬위(簒位)를 노리거나 권력을 손에 넣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꾸었다. 정치라는 건 너무 겁이 나고 사람을 지치게 했다. 전생에도 운이 닿아 잠깐 접해 봤지만 잘 되지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죽어서 여기 올 일도 없었겠지만.

그는 월천수의 기억 속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는데, 바로 이 세계는 무려 신선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누구나 신선의 존재를 아는 데다 심지어 신선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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