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 4: Chapter 4. 그녀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육량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이 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빠는 내가 용지의 첩이 되길 바라나요?"
"물론 아니..." 육정침의 눈썹 사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말을 멈추고는 철이 되지 못하는 쇠를 미워하듯 그녀를 한번 노려보았다.
"저도 원치 않아요." 육량미가 재빨리 말했다.
육정침은 잠시 멍해졌다가 곰곰이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생각하는 듯했다.
육량미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몇 걸음 다가가 자신의 목을 만지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죽을 뻔하니까 깨달았어요."
그녀의 담담한 어조를 들으며 육정침의 눈썹이 찌푸려졌고, 그녀의 하얀 목에 있는 눈에 거슬리는 푸른 멍을 보았을 때, 몸 옆에 늘어뜨린 손을 살며시 꽉 쥐었다.
"멍청한 것, 정말 바보 같군!" 한참 뒤에야 육정침은 화를 내며 한마디를 내뱉고 돌아섰다.
멀어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육량미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의붓오빠는 생각했던 것만큼 그녀를 싫어하지 않았다. 분명히 그녀를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틀림없이 그녀가 목을 매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그녀를 보러 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까 미희원에 있을 때, 그녀는 그가 갑옷을 입은 채 먼 길을 달려온 모습을 보았다.
다만 이 오빠는 마음으로는 그녀를 걱정하면서도 입으로는 오히려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미희원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육량미는 직접 아침 식사를 만들어 육정침의 채성원으로 가져갔다.
미희원의 정교하고 화려함과는 달리, 채성원은 더 넓고 컸으며, 정원에는 대나무 외에 다른 꽃이나 풀은 심지 않았고, 넓은 공간은 무술 연습장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녀가 들어갔을 때 육정침은 검술 연습 중이었다.
양쪽의 무기 거치대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육정침은 모든 무기에 매우 능숙했고, 정말 손에 물건이 닿는 대로 자유자재로 다뤘다.
무술장에서의 그의 자태는 마치 용이 노니는 듯하고 놀란 기러기처럼 우아했다.
모든 동작, 모든 자세가 너무 빨라서 눈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육량미같은 문외한조차도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그렇게 젊은 나이에 이미 어림군 통령의 자리에 올라 천자의 측근이 되었는지 알만했다.
육정침은 항상 또래 중 으뜸이었다.
아쉽게도, 나중에...
여자 조연 육량미의 죽음이 육정침을 괴롭혔고, 그는 용지와 육운상을 원망하게 되었다. 결국, 처음에 용지가 육량미를 유혹하고 이용한 후 버리고 돌아서서 육운상과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육량미는 우직하게 그를 끝까지 사랑했고, 첩이 되더라도 그와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용지는 이를 모른 체했고, 육량미는 마침내 낙담하여 목을 매 자살했다.
육량미의 복수를 위해 육정침은 용지가 즉위하기 전날 병사를 일으켜 반란을 일으켰지만, 결국에는 비참하게 죽고 말았다.
육정침의 결말을 생각하니 육량미의 눈가가 붉어졌다.
육정침은 평소에 자신의 여동생 육량미에게 무시하고 싫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여동생을 매우 사랑했다.
육혁천이라는 아버지와 비교하면, 육정침이 육량미에 대한 사랑은 조금도 적지 않았다. 다만 육량미가 너무 쓸모없었기에 육정침이 그녀에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컸던 것이다.
그렇게 멋지고 좋은 오빠의 최후가 그토록 비참했다는 생각을 하니 육량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가 이곳에 와서 여자 조연 육량미가 되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이미 정해진 흐름을 조금은 바꾼 셈이다. 육정침의 운명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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