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서는 의문이 생겨났고, 시선을 주씨의 신비한 표정에 고정한 채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자리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서야 주씨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서는 사무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회의실로 따라와."
두 사람이 회의실에 들어간 후, 그녀는 문을 닫고 의자를 빼서 상대방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기서는 한 손으로 책상 모서리를 짚으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네가 방예? 어젯밤에 내게 전화한 사람이 너야?"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그의 귓볼이 순간 빨개졌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어젯밤에 술에 취했는데... 정말 저를 기억 못 하세요?"
"우리 만난 적이 있어?" 기서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기서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자 방예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실망감이 가득 찼다.
그는 급하게 말했다. "정말 저를 잊으셨어요? 기말 추가시험, 눈 오는 날, 저혈당이요."
방예의 힌트에 기서의 머릿속 깊은 곳에 있던 희미한 기억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기서가 소리쳤다. "너 그때 저혈당 걸렸던 남자애?"
방예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를 도와줘서 졸업 후 만물생에 인턴으로 온 거야?"
방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서는 부드럽게 말했다. "방예, 자신의 일자리를 갖고 장난치지 마. 난 이미 분명하게 거절했고, 정말로 결혼했어."
"네가 잘 생각해봤으면 해. 만약 그만두고 싶다면, 주씨에게는 내가 얘기해 줄게."
기서는 서둘러 답변을 요구하지 않고 타협하는 어조로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봐. 내일 출근할 때 답해줄 수 있어?"
방예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선배님, 전 정말 남아서 선배님께 배우고 싶어요. 이 기회를 주세요."
기서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회할 경우에 대비해 기회는 열어둘게.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기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방예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선배님, 그날 전화 받고 바로 가셨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댁의 어르신께 문제가 생겼다고... 그분... 괜찮으세요?"
기서는 문고리를 잡은 손가락이 갑자기 제어할 수 없이 조여졌고, 지나친 힘으로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분은... 이미 돌아가셨어."
단순한 몇 마디 말이었지만, 마치 끝없는 슬픔과 무게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방예는 자신이 묻지 말았어야 할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앞으로 나서서 사과했다.
오히려 기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괜찮아, 내일 내 자리로 와서 보고해."
퇴근 후, 기서는 차를 몰고 비취어부로 돌아왔다. 가정부는 마침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았고, 그녀를 보자 평소보다 더 밝은 미소로 친절하게 대했다.
가정부는 먼저 몇 가지 요리를 식탁에 올렸다. "마님 오셨네요, 마지막 국만 남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서는 고개를 끄덕였고, 막 앉아서 젓가락을 들려는 순간 위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육진천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느긋하게 식당으로 걸어와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기서는 그를 힐끗 보며 의아해했다. "왜 여기 있어?"
육진천은 눈썹을 찡그리며 살짝 웃었다. "여기도 내 집이잖아?"
그가 여기에 나타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기서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집? 육진천이 아직도 이곳이 집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이곳을 집이라고 여긴다고? 지난 3년 동안 그는 밖에 또 다른 집이 있지 않았나?
기서는 부엌에 있는 가정부를 힐끗 보고는 물었다. "이혼 협의서는 작성했어?"
육진천은 천천히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먹고는 말했다. "아니."
"그럼 뭐하러 돌아온 거야?"
"자려고."
기서는 경계하듯 그를 흘깃 보며, 몸이 조건반사적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이 움직임은 당연히 육진천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뒤로 기대며, 눈에 장난기를 가득 담았다.
"밤에 집에 와서 자는 것 말고 뭘 하겠어? 기서, 무슨 생각 하고 있니?"
기서는 그의 시선에 마음이 조여들었고,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지며 생각도 없이 불쑥 말했다. "왜 여기서 자려고 해?"
육진천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 비웃었다. "여기가 내 집이니까."
기서는 눈썹을 찌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또 이 질문으로 돌아왔지?
"왜, 내가 돌아오는 게 반갑지 않아?"
기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 숨겼어? 178cm? 복근 여섯 개?"
기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혼 얘기 꺼내더니 지금은 못 참겠어?"
육진천의 세 가지 연속된 질문에 기서는 점점 더 짜증이 났다. 이 3년 동안 그녀는 육진천의 일에 간섭한 적이 없었는데, 그가 돌아오자마자 이런 터무니없는 일들로 연속해서 질문을 퍼붓고 있었다.
기서의 말에는 진한 화약 냄새가 묻어났다.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 이혼할 거잖아."
육진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컵에 있는 차를 단번에 마셨다. 그의 눈은 계속해서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점점 답답해졌다.
이때 가정부가 마지막 국 한 그릇을 식탁에 가져왔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각각 국을 담았다. "도련님, 마님, 국 준비됐어요. 입맛에 맞는지 맛보세요."
기서는 지금 국을 마실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예의 바르게 가정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조금 있다 마실게요."
육진천은 느긋하게 숟가락을 들어 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도련님, 맛이 어떠세요?"
"좀 신데."
가정부는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녀는 국에 식초를 넣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다는 거지?
하지만 그녀는 육진천의 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지금 다시 만들어 오겠습니다."
육진천은 담담하게 "음"하고 대답했다.
가정부는 급히 그 국을 주방으로 가져가 다시 만들었다.
기서는 그를 힐끔 보았다. 육진천이 돌아온 이후로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비꼬듯 말했다. "집 음식이 맛없으면 밖에서 먹어."
기서는 이 말을 남기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육진천은 무심하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그릇의 국을 한 모금 더 마셨다.
가정부는 새로 끓인 국을 들고 나와 육진천만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어머"하고 소리쳤다. "도련님, 국 준비됐어요."
육진천은 한 입 맛보고 또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는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고는 떠날 기색을 보였다.
"도련님, 가시려고요?"
육진천은 기서가 떠난 방향으로 시선을 흘리며 담담하게 "음"하고 대답했다.
기서는 방에서 한참을 있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가정부가 국을 들고 들어왔다. "마님, 방금 끓인 국 좀 드시겠어요?"
"괜찮아요, 전부 그 사람에게 주세요."
"도련님 말씀이세요? 하지만 방금 나가셨어요."
가정부의 말을 듣고 기서는 잠시 놀랐다. 육진천이 갔다고?
그날 밤 육진천은 정말로 돌아오지 않았고, 이후 며칠 동안 기서는 집에서 식사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계단으로 향했지만, 그곳에서 다시는 육진천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오해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요즘 너무 피곤해서 감정이 육진천에게 쉽게 휘둘린 것 같았다.
이후 며칠 동안 기서는 방예를 데리고 매일 도안 작업, 현장 조사, 수정 작업 같은 일과를 반복했다. 일부러 집에 늦게 돌아오고 저녁도 밖에서 먹으며 마침내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렸다.
그 후 며칠간 기서는 방예를 데리고 매일 도안 작업, 현장 조사, 수정 작업을 반복했다.
육진천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기서는 가끔 스튜디오 동료들의 입을 통해 그의 소식을 조금씩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날 그녀가 막 잠자리에 들었을 때, 전화 한 통이 그녀를 반쯤 잠든 상태에서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