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안호는 자신의 마음이 완전히 평온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잠옷을 한 벌 가져와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먼저 목욕물을 받아놓고 세면대 앞에 서서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얼굴을 깨끗이 씻고 나서 칫솔을 들고 치약을 짜려는 순간, 욕실의 물소리 사이로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교안호의 동작이 순간 굳어버렸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칫솔을 꽉 쥐었다. 세면대 앞에서 잠시 멈춘 후 욕실 문을 열었고, 그 결과 침실 소파 앞에 서 있는 육근년을 바로 볼 수 있었다.
교안호는 밤새도록 육근년이 돌아올지 말지 노심초사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너무 늦어 그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놓았었다. 이제 준비도 없이 육근년을 보니 교안호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일었고, 익숙한 공포와 긴장감이 그녀의 마음 전체를 어쩔 수 없이 잠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