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빈들은 밤낮으로 기다리다가 겨우 태자를 한 번 만났는데, 결국 태자의 관심은 모두 손양제라는 요정에게 빼앗겼다.
그것뿐만 아니라, 태자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황후의 생신 연회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도대체 그녀는 어디서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지?!
모든 비빈들은 마치 레몬 하나를 통째로 삼킨 것처럼 새큼했다.
낙청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비빈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배웅했다.
낙청한은 손희아 앞을 지나치면서 담담하게 물었다.
"배부르냐?"
손희아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더 먹을 수 있다고 말하려 했지만, 낙청한의 눈빛을 마주치자 문득 깨달았다.
태자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건 분명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으음, 사장님이 연기를 하려는 거라면, 그녀 같은 알바생은 당연히 맞춰줘야지.
손희아는 순순히 대답했다. "배불러요."
낙청한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네."
손희아는 이렇게 낙청한을 따라 나갔다.
그들이 떠나자마자 취명헌 안의 여인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었고, 분위기도 따라서 무거워졌다.
진양원은 손수건을 꼭 쥐고 새큰 목소리로 말했다. "태자전하께서 황후의 생신 연회에 가시려면, 우리를 데려가지 않더라도 백측비 마마를 모시고 가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분이나 지위, 용모나 품행 모두 그 손양제보다 백측비 마마가 훨씬 낫잖아요."
백측비는 눈을 내려 눈 밑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가리고 가볍게 기침했다.
"피곤하니 돌아가 쉬고 싶구나. 너희들은 편히 있어라."
그녀는 궁녀의 부축을 받으며 취명헌을 떠났다.
이측비는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경멸하듯 말했다. "속으로는 질투로 미칠 지경인데도, 꼭 태연한 척하고 있으니 정말 위선적이군!"
말을 마치고 그녀는 손수건을 휙 던지고 가는 허리를 흔들며 나갔다.
손희아와 낙청한은 취명헌을 떠난 후 걸음을 늦췄다.
상 태감은 태자가 손양제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가볍게 손짓하여 궁녀와 태감들을 물러나게 했다.
이 며칠간 낙청한은 사람을 시켜 현문에 대해 조사하게 했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현문은 너무 신비로워서 그것을 아는 사람이 극히 적었고, 그 행방을 알아내는 것은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 어려웠다.
낙청한은 어쩔 수 없이 현문 조사를 잠시 미루고, 대신 사람을 시켜 손희아를 감시하게 했다.
그는 그녀가 도대체 왜 궁에 들어왔는지, 또 왜 자신에게 접근하려 하는지 보고 싶었다.
태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는 것을 느끼자, 손희아는 작은 얼굴을 들고 먼저 물었다.
"전하께서는 뭔가 물어보실 것이 있으신가요?"
낙청한은 대답 대신 질문했다. "과인이 묻는다면, 네가 대답해 줄 것이냐?"
손희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이죠."
"현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
"현문은 산속에 있어요. 그곳은 아주 외진 곳이라 보통 사람들은 찾지 못해요. 설령 온갖 노력 끝에 찾아내더라도 들어갈 수 없어요."
"왜?"
손희아는 솔직히 대답했다. "길을 잃게 되니까요. 산속 지형이 매우 복잡하고, 거기다 현문이 설치해 놓은 여러 장치들이 있어요. 외부인이 실수로 들어가면 반드시 길을 잃고, 빙빙 돌다가 결국 나오게 돼요. 악의를 품고 들어간 사람들은 장치에 다치고, 운이 나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요."
"그럼 너는 어떻게 현문을 찾았지?"
"직감으로요. 제가 현문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느낄 수 있어서, 그 직감을 따라가기만 하면 돼요."
낙청한은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시험해보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과인을 현문으로 데려갈 수 있느냐?"
손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현문에는 규칙이 있어서 외부인을 데려갈 수 없어요. 문규를 위반하면 벌을 받게 되는데, 제가 벌 받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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