章節 4: 4장 폐물1
하약운이 천천히 일어섰다. 온통 검은 머리카락이 광풍 속에서 흩날리며,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가득한 얼굴에는 전에 없던 광기가 서려 있었다.
"너희들 모두, 옥이의 제물로 삼겠어!"
쾅!
그 순간 하늘은 갑자기 어두워지고,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이 울렸다. 번개가 세차게 내리쳐 어두운 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그녀가 이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아직 자폭할 힘이 남아있다니!" 하명의 표정이 변하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딸의 재능이 정말 뛰어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낳은 아이가 아니었다. 만약 그녀가 계속 성장한다면, 초설 모녀는 분명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이건 그가 결코 보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또 다른 딸을 위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 천한 자식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하약운이 광포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에는 강렬한 증오가 담겨 있었고, 미친 듯이 말했다. "하명, 육침, 오늘 내가 죽더라도 그들의 원수를 갚을 거야! 다만 아쉽게도 하초설이 여기 없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 함께 지옥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얼마나 좋았을까?"
쾅!
강력한 힘이 그녀의 몸에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계곡 위의 돌들이 휘날렸고, 여인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와 함께 하명의 심장마저 떨리게 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온 계곡이 다시 한번 고요해졌다.
"푸슉!"
하약운은 선혈을 뿜으며 한쪽 무릎을 땅에 꿇었다. 끊임없이 피가 그녀의 입에서 솟구쳤고, 그녀는 분함과 증오가 가득한 시선으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왜? 왜 내가 자폭하는 것을 막는 거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쥐었다. 약해진 목소리에서 분노가 흘러나왔다.
방금 그 순간, 그녀는 명백히 느꼈다. 상고신탑이 자신의 자폭을 막았다는 것을. 이것은 그녀가 상고신탑을 얻은 후 처음으로 그것의 움직임을 느낀 순간이었다.
"네가 내 영혼이 사라지는 걸 막으려는 거야? 하지만 그들의 원수를 갚을 수 없다면 이 영혼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혼비백산하더라도 그들을 함께 지옥으로 끌고 가겠어!"
하약운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다시 자폭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옥아, 미안해. 언니가 무능해서 네 원수를 갚지 못했구나."
눈물이 마구 흘러내려 그녀의 뺨을 타고 땅으로 스며들었다.
갑자기 그녀는 하하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 하약운은 여기서 맹세한다. 언젠가 우리를 해친 이 자들에게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그들이 만겁불복의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가 영생지옥에 들어가는 것이 대가라 해도 상관없다!"
여인의 목소리가 저주처럼 육침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마음에 갑자기 불안함이 생겨났고, 뼛속까지 사무치는 증오가 담긴 그 눈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푸슉!
하약운은 다시 한 번 피를 토했다. 그녀의 시선은 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으며, 마치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려는 듯, 그들의 모습을 뇌리에 깊이 새겼다.
"그녀는 심장과 간이 파열되었다.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다."
하명은 차갑게 바닥에 누운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이 여인이 그의 딸이 아니라 그와 원수처럼 보였다.
"하약운, 상고신탑을 내놓아라!"
"흥..."
하약운은 냉소를 지으며, 팔로 소년의 훼손된 시체를 꽉 끌어안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하림옥을 안은 채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이런!"
하명의 얼굴색이 크게 변하며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사람들을 보내 그녀의 시체를 찾아라! 상고신탑을 찾을 수 없다고는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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