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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이리 오세요, 한 잔 더 마시자고요!"
엽근이 눈을 뜨니, 화려한 화장을 한 여인이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자신의 입으로 가져다주려 하고 있었다.
그 교태스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엽근은 혐오스럽다는 듯 손으로 밀치며 옆으로 비켰다.
"아——" 여인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고, 한 시녀가 그녀를 부축했다.
엽근은 그제서야 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시녀?
방 안의 장식은 고풍스러웠고, 두 여인 모두 고대 의상을 입고 있었다...
특히 그 교태스러운 여인은 머리에 빛나는 비녀를 꽂고, 요염한 붉은 옷을 입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거절하는 척하면서도 받아들이는 듯한 풍정은 마치 TV에서 자주 보던 청루 여인 같았다.
청루...
엽근은 눈을 깜빡였다. 설마 전설 속의 타임슬립을 경험하는 건 아니겠지!!?
게다가 하필이면 청루로 타임슬립이라니?
그녀가 더 생각하기도 전에 그 여인이 교태를 부리며 다가왔다.
"세자님, 방금까지 그렇게 잘 마시고 계셨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세요? 제가 잘 모신 것이 없어 화가 나신 건가요?"
꾸며낸 표정과 피처럼 붉은 입술을 보니 토할 것 같았다.
"세자?" 엽근은 작은 목소리로 되풀이하며 의아하게 팔을 들어올렸다. 이 옷은...
설마, 남자로 타임슬립한 건가???
여인이 키득키득 웃으며 입을 가렸다. "세자님은 정말 농담을 잘 하시네요. 제가 계속 곁에 있지 않았다면, 기억을 잃으신 줄 알았을 거예요."
"실례합니다!"
엽근은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 냉정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문을 나서자 밤이 되어 있었고, 이곳은 고대 저택이었지만 청루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정원을 나와 엽근은 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확인해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그녀는 여전히 여자였다.
가슴이 꽉 조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무언가로 감싸져 있는 듯했다.
엽근은 얼굴을 만져보았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만약 못생겼다면, 그녀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겠지.
틀림없이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여장남자였다.
그런데 왜 원래 주인은 남장을 하고 청루 여인과 어울리고 있었을까? 들킬까 봐 두렵지 않았을까?
그 여인이 그녀를 뭐라고 불렀더라?
세자? 아니면 비슷한 발음의 다른 단어?
엽근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 몸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고, 어렴풋이 누군가 세자라고 부르는 소리만 들렸다.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상황이 명확하지 않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엽근은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야 멈췄다.
멀리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엽근은 옆의 높은 담벼락을 보고, 몇 걸음 물러선 뒤 가속해 높이 뛰어올라 담 위로 올라갔다. 비록 몸은 바뀌었지만, 몸놀림은 여전히 민첩했다.
담을 넘어가니 큰 나무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방금의 움직임 후에 몸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엽근은 맥박을 짚어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독에 중독되었다...
하필이면 춘독이라니.
낯선 곳에 해독제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엽근이 나무 뒤에서 고개를 내밀자, 정원 가운데에 연못이 있는 것이 보였다. 연못 주변은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백련이 물 위에 떠 있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연못 속에 미남이 눈을 감고 좌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행운이라니, 타임슬립하자마자 절세미남을 만나다니!
이미 춘독에 중독된 그녀는 더욱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연못 속의 미남은 고귀한 기품이 넘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