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load App
44.44% 무모담 (無貌譚) : 사라진 얼굴들 / Chapter 4: [도서관을 선택]

Chapter 4: [도서관을 선택]

점심시간의 도서관은 조용했다. 근처에 행정실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침 곧 졸업 사진을 찍을 시기였기 때문에, 사서 교사에게 ‘새 앨범 발주를 위해 참고하러 왔다’고 말하니 보존 서가로 향하는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학교 역사 자료’를 따로 보관해두는 보존 서가 5번 칸. 그 앞에 서자 빽빽하게 들어찬 두꺼운 앨범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걸 언제 다 확인하냐는 생각에 막막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는 점을 활용하면 범위를 어느 정도 좁히는 게 가능했다.

 

‘그것’은 피아노를 치는 걸 좋아하는 교사거나, 음악 교사일 것이다. 가능성은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음악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앨범을 하나씩 훑어보았다. 음악 교사가 찍힌 사진을 확인한 뒤 덮고, 새로운 앨범을 꺼내고, 다시 확인하고, 또 덮어두고를 반복하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음악 교사는 여성이었고, 사진에서도 별다른 이상 현상이 없었다. 그러던 중 17년 전의 졸업앨범에서 드디어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와이셔츠에 회색 니트 조끼를 입고, 지휘봉을 든 남자. 그의 얼굴이 있는 부분만 잉크가 모자란 건지 제대로 인쇄되지 않아 푹 패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사진 밑에 적혀 있는 글자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채로, 조심스럽게 읊조렸다.

 

“김주헌... 음악 선생님.”

 

김주헌.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어렸을 때 들어봤던 것 같은데. 나는 그의 이름과 관련된 기억을 찾기 위해 천천히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김 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촌에게는 ‘주헌’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이고, 대학도 같은 지역으로 가서 자주 만나곤 했다는.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내가 명성고등학교에서 일하기 전까지 삼촌은 학교 업무에 관해서 도통 말해주질 않았으니까. 그래서 ‘주헌’이라는 친구가 삼촌과 함께 이 학교에서 근무했는지, 무슨 과목 교사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느 날부터 삼촌은 ‘주헌’이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아마 그 시점이 17년 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휴대폰을 키고 검색어를 입력했다. 키워드는 ‘XX시’, ‘사립 고등학교’, ‘비리’, ‘교사’. 딱 17년 전에 올라온 기사가 있었다. 비리 의혹을 부정하던 한 교사가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고.

 

멍하니 기사를 읽고 있던 순간, 예비종이 울렸다. 벌써 점심시간이 거의 끝났다니. 나는 착잡한 마음을 안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행정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3-2화로 이동]


next chapter
Load failed, please RETRY

Weekly Power Status

Rank -- Power Ranking
Stone -- Power stone

Batch unlock chapters

Table of Contents

Display Options

Background

Font

Size

Chapter comments

Write a review Reading Status: C4
Fail to post. Please try again
  • Writing Quality
  • Stability of Updates
  • Story Development
  • Character Design
  • World Background

The total score 0.0

Review posted successfully! Read more reviews
Vote with Power Stone
Rank NO.-- Power Ranking
Stone -- Power Stone
Report inappropriate content
error Tip

Report abuse

Paragraph comments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