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은 어느새 내가 들어가 있는 칸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칸막이 문과 바닥 사이의 좁은 틈 너머로, 삼촌의 발이 보였다. 우리는 얇은 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많이 놀랐겠구나.”
삼촌의 목소리가 화장실 전체에 웅웅 울려 퍼졌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요동쳤다. 삼촌의 입에서 그냥 걱정돼서 따라왔다는 말이 나오기를, 제발 그게 전부이기를 화장실 문 벽 밑으로 보이는 삼촌의 그림자를 보며 속으로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네가 괜찮은지 모르겠다. 누나가 그렇게 떠나고, 너만큼은 부족한 것 없이 키우기로 다짐했는데...... 그래서 그런 일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지. 하지만 요즘 들어 네가 좀 이상했어. 몰래 정보를 모으고 있었던 거겠지.”
내 예상이 빗나가는 일은 없었다. 삼촌은 전부 알고 있었던 거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김주헌 씨에 대해 알았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요.”
“그래. 내게 실망했겠지. 하지만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 척, 봐도 못 본 척하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맺힌 땀 때문에 옷자락이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주헌이도 그걸 몰라서 무너졌지. 멀리 내다볼 줄을 몰랐어. 난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너였고.”
익숙한 부드러움 사이에 가까스로 억눌려져 있는 위협. 이것들이 섞인 목소리가 내게 날아왔다.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가 괜찮아질 수 있었던 이유가, 삼촌이 재단에 협력한 보상이었다니.
“이젠 네가 다 알게 되었으니, 협력하는 게 어떨까? 난 네게 이 자리를 넘겨줄 의향이 있다. 아주 안정적이고, 높은 급여와 연금까지 나오지. 우린 가족이잖니. 네가 가만히 이 자리를 물려받기만 한다면 문제 생길 일은 없어.”
삼촌이 제안을 건넸다.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① 문을 열고 나가서 제안을 받아들인다 -> [수락을 선택]으로 이동
② 문을 열지 않고 제안을 거부한다 -> [거부를 선택]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