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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아르카나 마법도서관 / Chapter 1: 1화 불타는 화형대
아르카나 마법도서관 아르카나 마법도서관 original

아르카나 마법도서관

Author: 커틀피쉬

© WebNovel

Chapter 1: 1화 불타는 화형대

1화 불타는 화형대

연기가 짙게 피어올랐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녹슨 풀무에서 나는 것 같은 바람 소리가 났다. 목구멍과 폐가 불타는 것 같았다. 하림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안 돼. 잠들면 안 돼. 정신 차리자.’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붉은 화염이 사라지고, 이번에는 깊은 암흑이 하림을 감쌌다. 하림은 어둠 속에서 빠져나가려고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붙잡으려 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하림은 어둠 속을 허우적댔다.

그것도 잠시, 하림의 양팔과 몸은 서서히 힘을 잃었다.

‘쉬고 싶어.’

기진맥진한 하림이 움직이기를 포기하는 그 순간!

파아앗-!

떠오르는 태양처럼 붉은빛이 하림의 눈앞에 나타났다. 하림이 그 빛을 따라 한 걸음 발을 내딛자, 빛은 점점 밝아져 하얗게 주위를 물들였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어둠은 산산조각이 나 흩어져 버렸다.

⁎ ⁎ ⁎

“헉.”

하림은 상체를 일으켜 벌떡 일어나 거칠게 숨을 뱉었다. 하림의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꿈이었나.’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다.

거센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던 일이 현실처럼 아직도 생생했다. 하림은 강렬한 꿈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참 동안 멍하니 앞만 바라보았다.

터질 것 같던 심장이 서서히 진정되자, 하림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밤새 졸업논문을 쓰느라 무리하는 바람에, 그런 악몽을 꾼 게 틀림없었다.

‘요 며칠간 무리하긴 했지. 엄청 생생한 악몽이네.’

하림은 이제 자료를 정리하고 기숙사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곧 낯선 천장을 보았다. 하림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러고 보니 나, 도서관에 있었는데, 내가 왜 누워있지?’

그가 덮은 것은 자신이 쓰던 보드라운 극세사 담요가 아닌, 낡아빠진 시커먼 담요였다. 그리고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도서관 의자가 아니라 딱딱한 좁은 나무 침대 위였다.

“대체 여기가 어디야?”

분명 자신은 도서관의 쭉 늘어진 책상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논문을 쓰고 있었다. 하림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디에도 자신의 참고 서적들이나 노트북 등은 보이지 않았다.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었나?’

순간 하림의 머릿속에 꿈속의 화재가 떠올랐다.

하림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하지만, 불이 나서 자신이 실려 온 것이라면 자신은 병원에 있어야 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이 집은, 허름하긴 해도 가정집으로 보였다.

그는 매우 좁은 집에 누워있었다. 있는 가구라고는 그가 앉은 침대와 낡은 책상이 전부였다. 집에는 나무 의자와 구멍이 송송 난 나무 상자, 색이 바랜 화로와 항아리 따위가 있었다.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몰려온 두려움에 하림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윽!”

바닥을 밟고 일어서는 순간, 하림은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침대 위로 다시 쓰러졌다. 하림은 가까스로 침대를 짚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림의 안색은 어느새 백지장보다 더 하얗게 변했다.

‘몸 상태가 왜 이러지?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예전에 폐렴 걸렸을 때랑 비슷해.’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내가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렸나? 아니면 납치라도 당했나?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림의 생애를 통틀어 이처럼 기이한 일은 처음이었다.

‘진정하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생각하는 거야. 누가 날 여기 옮겨뒀는지는 몰라도, 나쁜 마음을 먹고 그랬다면 묶어놓기라도 했겠지.’

하림은 심호흡하며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

그때, 창밖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델란 교회에서 마녀 화형식을 진행한다! 다들 빨리 나와!”

“그런 사악한 마녀 따위는 죽어 마땅해!”

공포와 흥분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하림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마녀? 유럽 중세 역사에 나오는 그 마녀?’

하림은 불현듯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가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쿠당탕 소리가 들려오더니 낡은 문이 활짝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12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었다.

“루시안 형….”

갈색 단발머리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리넨 튜닉을 입은 소년은,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하림을 보고 놀랍고도 기쁜 표정을 지었다. 하림은 딱 봐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소년이 자신을 낯선 이름으로 부르자, 당황했다.

“깨어난 거야?”

하림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안, 마녀, 교회, 화형?’

하림이 멍하게 있자, 소년이 재잘대며 하림에게 말을 건넸다. 소년은 분명히 하림이 생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림은 신기하게도 소년의 언어를 알아들었다.

“엄마는 내 말을 믿지 않고, 밤새 우셨어. 형이 땅에 묻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소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럼 그렇지. 결국, 내 말이 맞았어. 형이 다시 멀쩡해졌잖아.”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하림의 팔을 당겼다.

“가자, 루시안 형! 교회 광장에서 마녀를 화형에 처한대. 형이 그 마녀에게 홀렸을까 봐, 교회 경비병들이 형을 끌고 갔었잖아.”

“심문을 받았다고?”

“그래! 밤새 심문을 받은 바람에 형이 앓아누웠잖아. 어휴! 그 마녀 때문에 얼마나 형이 고생했는데!”

하림은 이 상황이 적응되지 않았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산 사람을 태운다니.’

도저히 하림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림은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며 소년이 이끄는 곳으로 갔다. 교회로 가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하림처럼 교회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소박하고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짧은 소매의 리넨 튜닉과 같은 색의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하림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보았다. 자신의 차림새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자들은 밋밋한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대부분 치마에 커다란 주머니가 꿰매져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갈색 머리에 뚜렷하고 깊은 갈색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중에는 금발, 적발, 흑발, 벽안, 적안의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하림은 소년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흠칫 놀랐다. 곱상한 자신의 손이 거칠게 변해 있었다.

‘내 손이 아니야.’

하림은 소년을 따라 허름하고 낮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걸었다. 곧, 그들 앞에 장엄한 분위기의 교회가 나타났다.

교회는 크지는 않았지만, 매우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높게 솟아 있는 반구 형태의 지붕과 지붕에 박힌 커다란 하얀 색의 십자가가 잘 어울렸다. 건물에 난 창문들은 이상하리만치 작았다.

교회 앞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소년은 하림을 끌고 인파 사이를 이리저리 뚫고 지나갔다. 그 탓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려왔지만, 화내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과 하림은 인파를 뚫고 어렵사리 사람들의 맨 앞에 섰다. 그들의 눈앞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광장 중앙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십자가가 서있었다.

십자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매달려있었다. 겨우 스물 남짓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여자는 안색이 몹시 파리했지만, 매우 아름다웠다.

“죽어 마땅한 년!”

“감히 마녀 따위가 우리 아델란에 숨어있어? 우릴 해치려 한 게 분명해!”

“우리 가엾은 패티가 병으로 죽은 것도 다 저 사악한 마녀 때문이야! 아아, 내 불쌍한 아기….”

광장에 모인 민중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매달려있는 여자에게 돌멩이나 나무 조각, 달걀 등을 던졌다. 그것들이 여자의 몸을 때릴 때마다, 여자의 몸에 생채기가 났다.

그녀는 창백한 입술을 꽉 깨물면서도 단 한 번도 신음을 내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인간들을 굽어보는 조각상 같았다.

그 야만적인 광경에 하림은 치를 떨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미친놈들. 세상에 마녀가 어디 있다고!’

광장에는 흰 모자에 금테가 둘린 흰옷을 입은 중년 남자도 서있었다. 그는 하얀 십자가가 그려진 동그란 휘장을 든 채 엄숙하고 경건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흰 법의를 입은 남녀 몇 명이 서있었는데, 모두 단정한 모습에 혈색이 좋아 보였다.

그들 뒤에는 은회색 사슬 갑옷을 입은 군인들도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광장의 가난한 사람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중년 남자는 회중시계를 보더니 십자가 앞으로 걸어가 동그란 휘장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 순간, 광장을 메운 군중의 아우성이 단번에 사라졌다.

휘장을 들고 있던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온 광장에 울려 퍼졌다.

“가련한 죄인아, 너는 마귀에게 홀려 사악한 힘을 얻었구나! 오로지 신의 빛만이 더러워진 너의 영혼을 씻어낼 수 있다. 이는 주의 형벌인 동시에 신의 은총이다! 또한, 주께서 너 같은 죄인에게 베푸는 관용이로다.”

그의 마지막 말이 광장에 울려 퍼지자 조용한 광장은 다시 광란의 장소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주여!”

“주여, 죄악을 씻어내소서!”

그 광경에 하림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누군가 자신이 남의 몸에 빙의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다음에 저 화형대에 오르는 이는 그가 될 것이다.

“정화의식을 치르기 전에 인자하시고, 자비로운 주께서 네게 다시 한번 물으신다. 가엾은 어린양아, 너는 진정으로 회개하느냐? 진정으로 회개한다면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 이를 수 있으리라.”

중년 남자는 온화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검은 옷의 여자는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폭소를 터뜨렸다.

“내가 쫓은 것은 마법의 진리지 신의 진리가 아니다! 날 불태운다고 해도 내 무서워할 것 같으냐! 나는 불꽃 속에서, 죄악에 가득 찬 네 놈의 천국이 무너지고, 교회가 파멸하는 것을 지켜보리라!”

여자의 광소에 남자의 뒤에 서있던 성직자들이 분노했다.

“저 악마 같으니!”

“주여, 저 사악한 마귀를 보소서!”

“주교님의 인자하심을 저주로 받아치다니, 과연 마귀에게 유혹당한 마녀로다! 주교님, 죽이십시오!”

성직자뿐만이 아니라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도 광기 어린 욕설을 내뱉으며 아우성쳤다.

“저 마녀를 불태워라!”

“당장 불을 지펴라!”

하림은 그 광기 어린 분위기에 압도되어 몸을 떨었다.

마녀로 몰린 여자가 안쓰럽고 가여웠지만, 차마 어떤 행동도 취할 수는 없었다. 그녀를 구하려고 했다가는 자신도 죽을 것이다.

잠시 후, 주교는 몇 마디 기도문을 외우더니, 감정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냉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인은 들어라. 너는 성스러운 빛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리라!”

파아앗-!

주교의 손에 들린 십자가 휘장이 폭발하듯 밝게 빛났다. 순식간에 하림의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작은 태양처럼 장엄하고 성스러운 빛이 시야를 물들였다.

‘전구라도 단 건가? 이 빛은 뭐지?’

하림이 의아해하는 사이, 하림의 곁에 서있던 소년을 포함해 광장 내의 모든 사람이 고개 숙여 조용히 기도와 찬양을 올리기 시작했다.

빛은 이윽고 짙푸른 하늘로 날아갔다. 빛은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벼락처럼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 화형대를 내리쳤다.

쿠아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높은 불꽃이 치솟았다. 불길은 검은 옷의 여자를 에워쌌다. 그 광경에 하림은 깜짝 놀랐다.

‘이건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화르르-!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하림의 눈앞에 일어나고 있었다. 빛을 내는 십자가야 그렇다고 쳐도, 인간이 아무런 기계도 없이 벼락을 만들 수는 없었다. 인간이 인공적인 벼락을 이용해 불꽃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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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계약에 의해 KOCM에 있으므로 무단복제, 수정 및 배포행위를 금지합니다. 본 소설은 중국 원작소설(奥术神座)을 한국작가가 번역, 편집한 작품으로 한국과 중국치덴사이트에서 동시에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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