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제8장 학년 1등
유씨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 수업 종소리는 아직 울리지 않았다.
그는 두꺼운 시험지 뭉치를 강단에 올려놓았다. "반장, 시험지 좀 나눠줘!"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설은진은 맨 뒷줄에 앉아, 동급생들이 모두 목을 빼고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반장이 차례로 시험지를 나눠주자,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와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반장인 주진은 점잖고 약해 보이는 체격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는 설요나 옆으로 가서 그녀의 시험지를 건넸다.
누군가 호기심에 물었다. "몇 점이야?"
설요나는 점수를 확인하고 가볍고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127점."
"문제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았어?"
설요나는 겸손한 척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범한이랑 비교하면 나는 아직 부족해."
"어떻게 범한이랑 비교할 수 있겠어? 그는 어릴 때부터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아온 사람이잖아! 그래도 너희 둘은 정말 천생연분이야, 성적도 둘 다 너무 좋고..."
주변의 감탄과 칭찬 소리에 설요나는 이미 익숙한 듯했다. 그녀는 턱을 살짝 들고 무의식적으로 맨 뒷줄을 바라보았다.
설요나가 가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주진, 우리 사촌 언니가 몇 점 받았는지 빨리 확인해 봐."
주진은 시험지 뭉치를 뒤적여보았지만, 설은진의 것은 찾지 못하고 범한의 것을 먼저 발견했다. 그는 서둘러 시험지를 꺼내 범한에게 건네려고 했다...
강단 위의 유씨가 말했다. "이번 수학 시험에서 전 학년에서 단 한 명만 만점을 받았는데, 바로 우리 반에 있어!"
"와!"
"범한이 점수가 정말 대단하군!"
모두의 감탄 속에서 범한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어제 시험에서 몇 문제는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 보니 다 맞은 것 같다...
"범한, 축하해! 정말 대단해!"
귓가에 설요나의 축하 목소리가 들렸다.
범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제 집에 돌아와서 약혼 상대가 설요나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안도했다. 그같은 사람은 가장 우수한 여자아이만이 어울린다!
127점... 음,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이때, 눈앞에 주진이 그의 책상에 시험지를 내려놓았다.
범한은 무의식적으로 점수란을 보았고, 그 순간 그의 미소가 얼굴에서 굳어버렸다. 138?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시험지를 잘못 가져온 건가?
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숨을 크게 들이마신 유씨가 다음 말을 이었다. "설은진 학생을 축하합시다!! 그녀의 수학 지식은 매우 탄탄하고, 이번 시험 문제는 매우 어려웠지만, 그녀의 성적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2등인 범한보다 무려 12점이나 높았어요!"
이 말이 떨어지자, 교실 안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순간 침묵에 빠졌다!!
꼬박 2초가 지난 후에야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맨 뒷줄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범한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보니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원래 초점이 없던 눈동자가 천천히 그에게 고정되었고, 이어서 소녀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고, 소리 없이 말했다. "그저 그래."
범한의 얼굴이 순간 화끈거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설요나도 마찬가지로 몸이 굳어버렸고,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가능하지!!'
...
"수업 끝!"
유씨는 종이 치는 시간에 맞춰 시험지 설명을 마치고 교실을 떠났다.
그가 나가자마자 교실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끼익!"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설은진 앞자리의 학생이 몸을 돌려 마치 뼈가 녹은 것처럼 설은진의 책상에 기대었다. "야, 설은진이지? 나는 진상희야!"
소녀는 분홍색 머리에 다소 과장된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 2차원 캐릭터 같았다. 그녀는 껌을 씹으며 말하고는 말을 마치자 거품을 불었다.
설은진은 호기심에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안녕."
그녀가 대답하자, 진상희는 휴대폰을 꺼내며 재잘거렸다. "지금 우리 학교 게시판에서는 범한이의 1등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에 대해 다들 토론 중이야! 하하, 나는 일찍부터 범한이랑 설요나 두 사람이 마음에 안 들었어. 항상 고개를 들고 다니는 게 백조처럼, 성적이 좋다고 뭐가 그렇게 거만한 거야?"
설은진: "...오."
자기 소개도 없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이것이 진상희에 대한 그녀의 첫인상이었다.
진상희는 그녀의 무심한 반응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범씨 집안이 네 성적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 약혼을 파기했다고 들었어? 그럼 네가 전체 1등을 할 수 있을까? 그래야 그의 얼굴에 확실히 철판을 깔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매우 수다스럽다.
다음 수업은 국어 시간이었다. 설요나는 반장으로서 시험지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설은진의 성적을 확인했고, 거기 적힌 숫자를 본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부러 다가와 설은진에게 시험지를 건네려다 마침 진상희의 말을 들었다.
설요나가 말했다. "범한이는 수학만 잘하는 게 아니야, 모든 과목 성적이 우수해."
말을 마치고 그녀는 설은진의 국어 시험지를 건넸다. "102점, 사촌 언니, 너 과목 편차가 너무 심해서 한 과목에서만 범한이랑 30점이나 차이 나. 이러고도 1등을 꿈꾸는 거야? 꿈 깨!"
"팡!"
진상희가 다시 한 번 껌 방울을 터뜨렸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요나를 바라보았다. "설은진이가 범한이를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점수는 너보다 높을 거야.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 거야?"
설요나는 말문이 막혔고, 잠시 후에야 반박했다. "꼴찌인 주제에, 네가 자랑할 게 뭐가 있니?"
"아니." 진상희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꼴찌지만, 자랑스러워."
설요나: "........."
그녀는 화가 나서 돌아섰다.
어제 시험을 치르고 교사들은 밤새 채점했고, 오늘은 각자 통계를 내어 오후 하교 시간이 되어서야 전체 순위가 집계되었다.
성적표가 앞 벽에 붙자 하교하던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설은진은 보러 가지 않았다. 성적이란 것은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고, 그녀는 가방을 들고 먼저 문을 나섰다.
교실에서는 범한과 설요나가 떠나지 않고 가방을 정리하며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존심이 높아 사람들과 함께 밀치는 것을 꺼렸지만, 이번 순위가 무척이나 알고 싶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자 범한은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갔다. 그의 시선은 바로 첫 번째 줄의 가장 왼쪽 위치에 고정되었다. 그러나 항상 첫 번째 자리에 있던 그의 이름이 이번에는 다른 위치에 있었다.
범한은 멍해졌다.
옆에 있던 설요나는 거의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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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30분, 차가 설씨 집안 대문으로 들어갔다.
차가 막 멈추고, 설은진이 문을 열고 내리려는 찰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좋니?"
설은진은 잠시 멈칫했고, 설요나는 눈가가 벌겋게 되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녀가 소리쳤다. "자기가 바보인 척하면서 나와 범한이를 망신 주고, 만족했어?"
설은진은 당황했다.
이 사람 정신에 문제가 있나?
그녀가 이 말을 입 밖으로 내기도 전에, 설요나는 차 문을 열고 울며 별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설은진이 차에서 내려 객실로 들어가자, 설씨 어르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요나야, 어떻게 된 거니?"
설요나는 말없이 울며 위층으로 뛰어올라가 방문을 안에서 잠갔다.
설씨 어르신은 문 밖에서 걱정하며 왔다갔다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멀쩡히 잘 있다가 왜 우는 거야..."
"맞다, 오늘 성적이 나왔는데, 설은진이 네 성적이 좋은 걸 보고 질투해서 널 괴롭힌 거니?"
막 들어온 설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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