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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나는 완벽하지 않다 / Chapter 1: 1장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original

나는 완벽하지 않다

Author: Aiosha

© WebNovel

Chapter 1: 1장

꽃잎이 흩날리고... 맑고 푸른 하늘 아래,

키 큰 나무 그늘 밑에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바이롤 백작가의 어린 딸, 열한 살의 ‘릴리아’.

은빛의 물결처럼 빛나는 머리카락은 달빛으로 짠 듯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단정하지만 우아한 머리 모양이 그녀의 기품을 더해 주었다.

보랏빛 눈동자는 꿈결처럼 반짝였고, 긴 속눈썹이 그 반짝임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엔 파란색 노트와 펜이 들려 있었다.

“하아…”

릴리아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드디어 끝냈다… 일주일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네.”

그녀는 잔잔하고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시선은 멀리 솟은 웅장한 성을 향했다.

“황궁은 언제 봐도 놀라워…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우리 집 성 따위는 비교도 안 되지.”

그녀의 말은 솔직했지만, 진심이었다.

황궁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대한 성으로,

황금빛 장식과 짙은 자주색 벽이 어울려

위엄과 화려함을 동시에 뿜어내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릴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는 기다리는 것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싫어했다.

“아버지는 왜 나를 여기 데려오신 걸까…”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물론 답은 알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백작 부부는 릴리아에게 항상

‘귀족 아이들과의 교류는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라며

모임에 나가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릴리아는 그럴 때마다

가방 속에 작은 노트와 펜을 숨겨 두곤 했다.

“그래도… 여기선 좀 편하게 쓸 수 있겠네.

누가 볼 걱정도 없고.”

어떻게 감히, 레지스!!”

갑자기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릴리아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뭐지…?”

그녀는 호기심에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뭐… 뭐라고…?”

릴리아는 충격에 숨을 삼켰다.

그녀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 하나.

짙은 숲을 닮은 초록빛 눈동자,

짧고 새까만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에는 어린 나이답지 않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입은 옷은 황궁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고 낡은 복장이었다.

소년의 손에는 비싼 케이크 한 조각이 들려 있었고,

그는 자신에게 고함치는 하녀를 그저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모든 걸 꿰뚫는 듯,

차가운데 이상하게도 깊었다.

“폐하께서도 말씀하셨잖아요!

당신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요!!”

하녀가 다시 소리치며 손을 들어올렸지만―

“뭐 하는 겁니까!

황궁의 하녀가 이런 짓을 하다니!”

릴리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재빨리 달려가 소년 앞으로 섰다.

“당신… 여, 영애님… 이게 대체…”

하녀는 당황한 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황궁에서 이런 일이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으니까.

“그 아이에게서 떨어지세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어요.”

릴리아는 단호히 말했다.

그 표정엔 어린 나이답지 않은 강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흥… 알겠어요.

하지만 다음번엔 몰라요.”

하녀는 혀를 차며 뾰로통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휴… 큰일 날 뻔했네.”

릴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소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괜찮아?”

“왜?”

소년은 짧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라니?”

“왜 나를 도왔어?”

소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건…”

릴리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도 이유를 몰랐다.

그저 누군가 다치는 걸 본 순간, 몸이 먼저 움직였을 뿐이었다.

“어서 대답해.”

소년, 레지스가 재촉하듯 말했다.

“먼저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릴리아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가

순간 얼굴을 붉혔다.

“그냥… 누군가가 다치는 건 보기 싫어서.”

“하, 웃기지 마.”

레지스는 비웃듯 말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 없어.

넌 대가를 바라는 거겠지.

하지만 헛된 기대는 하지 마.

나는 아무것도 없어.

버려진 황태자일 뿐이야.”

그의 말은 차가웠지만,

그 속엔 깊은 상처가 숨어 있었다.

“괜찮아, 난 아무 대가도 원하지 않아.”

릴리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그러다 그의 말 중 한 구절이 걸렸다.

“…잠깐, 뭐라고 했어? 버려진 황태자?”

그녀는 놀란 눈으로 외쳤다.

레지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럼 뭐겠어. 황궁에서 케이크를 훔치는 아이라면 당연하지.”

릴리아는 얼굴이 붉게 물들며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하지만 아직 답을 못 들었네.”

레지스는 조용히 말했다.

“왜 날 구한 거지?”

릴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몰랐다.

이상하게, 그냥 그랬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지금은 무사하잖아.”

그녀는 말끝을 돌렸다.

“참 이상한 애네.”

레지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릴리아아!!!”

갑자기 낮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짙은 보랏빛 눈동자와

초콜릿빛 갈색 머리를 가진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버지.”

릴리아는 힘없이 대답했다.

“넌 또 여기 있었구나.

내가 몇 번을 말했지?

정치적 관계는 어릴 때부터 쌓아야 한다고.”

그의 목소리는 억누른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집에 가면… 따로 이야기하자.”

그 말은 명백한 경고였다.

릴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익숙하니까.”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옆에 서 있던 레지스만은 그 속삭임을 들었다.

“뭐라고…?”

레지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백작은 레지스를 흘끗 보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낮게 내뱉었다.

“젠장…”

그는 릴리아의 손을 거칠게 붙잡았다.

“가자.”

릴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가듯 아버지를 따라 걸었다.

레지스는 그들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떠올렸다.

백작이 거칠게 움켜쥔 그 작은 손—

왠지 모를 답답함이 가슴속을 조여 왔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그는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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