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제3장 생육력 테스트
그롬·구사는 서족부락의 부족 무당이다.
그의 손녀 아슬리·구사도 성인식에 참가했다. 그 외에도 명망 있는 몇몇 가문들이 성년이 된 암컷들을 보냈다.
오라가 마지막에 보냈기 때문에, 소안·미루트의 이름이 불렸을 때 모두가 놀랐다.
맨 앞에 서 있는 임랑을 제외하고는.
그의 시선은 줄곧 맨 뒤에 있는 소안에게 향해 있었다.
"임랑, 아슬리가 날 보고 있어, 시선이 정말 뜨겁네. 난 꼭 그녀의 수부가 되고 말겠어." 임랑의 친구 케인·설자더린이 어깨로 임랑을 툭 쳤다.
"넌 로나·레시와 결혼하고 싶다면서, 또 마음이 바뀌었냐?" 임랑이 웃으며 말했다.
"부족 무당이 이렇게 관대하게 자기 손녀를 내놓을 줄 누가 알았겠어."
"네 할아버지가 알면 아마 동의하지 않을 거야. 그분은 네가 다음 족장에 출마하길 바라시잖아."
서족부락의 족장은 혈연으로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부락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전 족장은 산화·설자더린으로, 케인의 할아버지였고, 그는 족장 가문의 명예를 되찾고 싶어했다.
로나·레시는 현 족장의 외동딸이었기에, 그녀를 차지한다는 것은 두 가문의 힘을 결집시키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되면 다음 족장 자리는 열에 여덟은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성인식에서 로나·레시는 가장 인기 있는 후보였고, 아슬리·구사는 가장 큰 다크호스였다.
소안·미루트는 비록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뼈대만 앙상한 그 체격으로는 암석을 쓰지 않아도 생육력이 좋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생김새만 볼만했다. 빈동에 있다면 그 얼굴로 약간의 물자를 더 교환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롬·구사가 수신 신상에 기도를 마친 후, 정식 테스트를 시작했다.
"암컷 경쟁에 참가하는 성년 여성 암컷은 총 16명입니다. 지난번보다 10명이 적네요. 오늘 참가한 여성들이 암컷 경쟁이 끝난 후에 더 많이 노력해서 서족부락에 인구를 늘려주길 바랍니다. 첫 번째 여성 샤와·브롤리크, 앞으로 나와서 테스트하세요."
소안은 맨 뒤에 서서 앞쪽의 암컷들을 관찰했다.
샤와는 키가 작고 통통했다. 비록 튀어나온 입과 작은 눈을 가졌지만, 통통한 체형은 식량이 부족한 원시 시대에서는 확실히 장점이었다. 관람석 아래에 있는 수컷들의 뜨거운 시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샤와는 날카로운 옆니로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 터트리고, 몇 방울의 피를 맑고 투명한 암석 위에 떨어뜨렸다.
곧, 암석에서 밝은 빛이 폭발적으로 발산되었다.
샤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최소한 중상등급의 생육력이었다.
"샤와·브롤리크, 생육력 등급—중상, 축하합니다." 그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샤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부족 무당님."
그런 다음 한쪽으로 물러나 수많은 젊은 수컷들의 열렬한 시선을 받아들였다. 그녀도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원래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얼굴에 약간의 화색이 돌았다.
"두 번째 여성, 클리미라·리오." 그롬이 외쳤다.
즉시 마른 얼굴의 암컷이 걸어나왔다.
그녀는 골침으로 손가락을 찔러 암석 위에 피를 떨어뜨렸고, 꽤 밝은 빛이 발산되었다.
"클리미라·리오, 생육력 중등." 그롬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감사합니다, 부족 무당님." 클리미라는 샤와 쪽으로 걸어가 그녀 옆에 섰다.
"다음, 가련·발토." 그롬은 마르고 작은 암컷을 보며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대로 결과는 좋지 않았고, 암석은 약한 빛만 발했다.
"생육력 등급, 하등!" 그롬이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마르고 작은 암컷은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곳, 바로 빈동뿐이었기 때문이다!
……
이어서 또 세 명의 하등 생육력 암컷, 두 명의 하중등, 두 명의 중등, 두 명의 중상등이 나왔다.
"아슬리·구사." 그롬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손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슬리가 걸어나왔다. 연한 꿀색 피부, 키가 크고 아름다운 건강한 체격,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모든 암컷들 중에서는 소안을 제외하고 가장 단정했다.
소안은 아슬리의 생김새를 보고, 다시 다른 암컷들을 보았다. 자신의 심미안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정교하고 예쁜 이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수세계, 암컷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생육력이었다. 아이를 낳을 수만 있다면, 예차처럼 생겼어도 진수 취급을 받는다.
아슬리는 자신감 넘치게 암석 앞으로 걸어갔다. 골침으로 손가락을 찔러 한 방울의 피를 짜냈다.
피가 암석에 닿자마자 강렬하고 눈부신 빛을 발산했고, 한참 후에야 어두워졌다.
젊은 수컷들은 즉시 환호하기 시작하며 아슬리의 이름을 외치고, 앞다투어 그녀의 수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초상등 생육력!" 그롬의 표정은 특히 온화하고 자애로웠다. "잘했다, 아이야."
"감사합니다, 할머니." 아슬리는 다른 테스트를 마친 암컷들 곁으로 걸어갔고, 자신이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적대감에 둘러싸여 있음을 분명히 느꼈다.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래쪽의 수컷들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임랑에게 고정했다.
그러나 임랑의 시선은 계속해서 다른 암컷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미루트 집안의 암컷이었다.
그 마르고 여윈 모습은 보기에도 생육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 얼굴만 볼만했지만 그것도 자신보다는 못했다... 여러 방면으로 비교한 후, 자신이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니커·지랄." 그롬이 다음 암컷을 불렀다.
니커는 꽤 활발해 보이는 암컷으로, 테스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 다른 이들과 작은 대화를 나누었다. 하등이 계속 나오자 그제서야 조금 조용해졌다.
이제 아슬리라는 초상등이 나오자 다시 흥분했다. "좋아, 아슬리 언니의 행운을 좀 빌려야겠어, 나도 분명히 행운이 따를 거야."
아슬리는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으며, 응원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니커는 암석 위에 한 방울의 피를 떨어뜨렸고, 곧 암석에서 밝은 빛이 발산되었다. 눈부시지는 않았지만 꽤 오래 지속되었다.
그롬이 웃으며 말했다. "상등."
니커는 그롬에게 감사를 표한 후, 아슬리에게 달려가 그녀의 품에 안겼다. "정말 다행이야, 나는 빈동에 갈 필요가 없게 됐어."
하등 생육력의 암컷들은 즉시 더욱 표정이 어두워졌다.
테스트를 받지 않은 암컷은 로나·레시와 소안·미루트만 남았다.
그롬은 순서대로 먼저 로나·레시를 불렀다.
소안은 자신에게 향하는 더욱 뜨거운 시선 하나를 직감적으로 느꼈고,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 임랑도 수컷들 중에서 인기 있는 후보인 것 같았다. 암컷들도 그에 대해 언급했던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눈앞의 로나·레시는 임랑에게 관심이 많았다.
로나·레시는 뒤돌아 소안을 보았다. "네가 먼저 테스트할래?"
소안은 습관적으로 약간 몸을 숙이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부족 무당님이 당신 이름을 부르셨으니, 먼저 가세요."
이 동작에 로나·레시는 약간 놀랐다. 이런 동작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래."
아래쪽에서도 소안의 예의 바른 자세를 눈여겨본 사람들이 있었다.
"저 작은 암컷이 얼굴도 예쁘고 예의도 바르네."
"생육력은 별로일 것 같은데."
"아직 테스트도 안 했는데, 누가 알겠어."
"저렇게 말라비틀어진 걸 굳이 테스트할 필요도 없이 바로 빈동으로 보내야지, 우리 같이 가볼까? 헤헤헤헤~"
"입 닥쳐!" 임랑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하등 생육력이라도 누군가 거둬준다면 빈동에 갈 필요가 없다."
그의 목소리가 꽤 컸기에, 단상 위의 소안도 아주 명확하게 들었다.
다른 하등 생육력의 암컷들도 원래 절망적이고 어두웠던 눈빛에 다시 희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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